“제군들은 앞으로 최소 3개월간의 동계 생존 작전에 돌입하게된다. 부디 자발적 협조좀.. ”
영하로 떨어지는 외부날씨를 모른채 아침마다 마당 놀이랜드에 나가자 졸라대는 고양이들 ”그래 너거들 원하는대로 나가서 놀아봐“ 내보냈더니 5분도 안돼 집안에 들어오겠다 양양대며 문을 긁어댄다.
안에선 나가고 싶다고 문 긁어대고 내보내면 들여 보내 달라고 문 긁어대고.. 겨울에 여름처럼 문을 오픈한채 생활할수는 없는노릇. 녀석들 보챔과 변덕이 죽끓듯 해서 계속 ‘바깥은 춥다 답답해도 안에서 견뎌라‘ 인지 훈련중이다. 너거들 나가놀면 내가 편하지만 차마 졸라댄다 해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바깥에 내놓을수는 없는지라..
왜 사람들이 아파트아파트 노래를 하는지 겨울이 되면 실감한다. 바로 생존이 걸린 난방과의 전쟁 때문이다. 개인주택 특히나 도시가스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 추위를 막으려면 오로지 기름이나 전기보일러 돈으로 처바르는수밖에 없다.
전기 보일러지만 정부에서 태양열설치 보조금 퍼줄때 안했던 이유, 당시는 심야전기가 저렴해서 궂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그런데, 2년전 부터 심야 전기세가 급상승, 심야쓰는 의미가 없어졌다. 지금은 한칸만 춥게 돌려도 누진세 구간 가볍게 넘기고 난방 전기료만 수십만원 나온다. 겨울동안 도시가스 보일러 빵빵 틀어대는 엄마 아파트에 가있으면 좋으련만 엄마는 고양이 개 털때문에 질색하니 털쟁이 1.2호 때문이라도 난방 해야한다.
침실엔 위풍막이 커텐을 쳤는데 털쟁이 2호께서 유격훈련 매달리고 놀다가 뽈대가 휘어져서 철거, 그냥 뽁뽁이로 막아버리고 봄꽃그림 대형 보자기로 덮었다. 봄이여 어서오라.
성묘 두마리 집안에서 키우면 털날림에 청소를 매일 해도해도 끝이 없다. 털날림은 둘째고 집안이 너덜너덜은 기본이다. 마루바닥 서부터 안 긁어대는 가구가 없다. 남의집 세 살면서 고양이 키울려면 마루바닥 벽지 모두 물어줄 각오해야 하므로 이사때 보증금 돌려 받으려면 쉽지 않을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고양이 키우는 세입자 절대금지 이해간다.
*쓰래기집 만들고 도망가는 세입자 방 청소 유툽 동영상 보면 고양이오물 사체 나오는경우 많다. (청소비용만 천만원 이상 나오는 쓰래기집 많다고 한다. 영상보면 비용이 납득된다.)
올해도 겨울나기 어찌하누 또 다시 최소 3개월 동면 준비를 한다. 성묘 두마리와 동거가 5살배기 쌍둥이 육아 키우는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끝없이 손이가고 고양이 용품으로 너절한 살림 한가득 된다.
새옷을 입어도 하루면 넝마가 된다. 추리닝도 모피처럼 된다. 테이프로 계속 떼어내도 한계가 있다. 옷마다 고양이털 한가득 묻혀 다니는것이 누가봐도 동물우리에서 막 탈출한 티가 난다. 온갖 해결방법을 시도해봤지만 그냥 생활화가 해법이다. (동물들 털 밀어버리고 조롱하는 사진들 본적있는데 차마 그럴순 없는지라)
여력이 딸려 힘들다고 친구에게 전화로 푸념하자 누구 줘버리라는 조언에 ‘ 힘들다해서 식구를 내칠수는 없지않나 ‘ 드라마 대사같은 말을 한다. 자식에게 출생비밀 만들어 주기위해 어쩔수없이 고아원에 내버리는 부모를 한국 드라마속 많은 주인공들이 갖고있다.
사람은 보육원에서 맡아 키우다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지만 반려동물은 그냥 길거리에서 죽던가 잡히면 성묘들은 대부분 안락사다. 정식파양엔 건강진단서와 함께 그만한 위탁 금액을 협회에 지불해야 하는데 당장 안락사만 면할뿐 대부분 철창안에서 생을 마친다. 우리 털쟁이 2호가 그 출신인데 당시의 트라우마로 무음 고양이가 됐다. (야옹 한마디를 안한다.)
1호 역시 파양의 상처를 지녔다. 두 녀석 새끼때 입양되고 성묘가 돼서 파양당한후 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나에게) 재입양이라는 극히 희박한 행운을 얻은 녀석들이다. (사람도 다 자란 성인을 입양하는 경우는 드물다.)
뭐가됐던 살아보는거야. 좁은 공간에 갖혀 겨울을 버텨내려는 털쟁이 1.2호에 보호자인 나까지 털투성이 3호가 된다. 애들 키우는집 정신없는거 보는듯 세마리가 엎치락 거리며 동거동락하는 구차함을 바라보니 허허 웃음만 나오누나. 고양이가 사람에게 정신없이 그르렁대며 부비대는게 애정 표현이라던데 난장판에서도 사랑이 꽃피는지는 지나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