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의 짧은 생애주기
내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요즘은 하루일과가 너무 단순하다. 매일이 똑같은지라 달리 할말도 쓸말도 없다.
집에서 한달반 가족들과 생활하면서 줄담배에 배달음식 과 스트래스, 매일같이 조카들과 놀아주는 무리한 스케줄로 죽음직전까지 몸이 망가졌는지라 통증과 죽음의 터널에서 살아나오려고 하다보니 소식을 못전할수 밖에 없었다. 죽어간다고 '세상이여 안녕' 이라고 쓰기도 뭐하고 아프다고 징징대는 말은 정말 남에게 하고싶지 않은말이다.
동생이 미국으로 돌아간후 응급실로 실려갈 위기도 몇번 겪었는데 일단, 나의 경우는 병원 응급실에 한번 실려가면 두번다시 병원문을 내발로 나설 확율은 희박하다. 이전에 의사가 한말이 떠올라 통증이 극심해 고통받는것을 알아챈 엄마가 119연락 하려는걸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난리를 치며 막았다.
"지금이라도 장기들을 다 잘라내지 않으면 조만간 응급실에 실려오게 되는데 그때는 이런 응급조치들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의사가 모형을 앞에두고 설명하는데 정말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수가 없다.배를 갈라 창자를 밖으로 끄집어낸채 변을받고 기구를 삽입해 생명연장에 돌입하게 되는데 그런 상태에서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이 그런 상태로 조금버티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몸무게도 50킬로 밑으로 떨어져 40킬로대로 접어들어 뼈만 남았고 대량의 피까지 쏟아내니 어찌됐던 집에서 있으면 하루하루가 몸이 다르게 가속도가 붙어 며칠내 죽음으로 가는것이 확실하기에 숨만 쉬는 상태에서 어찌어찌 시골로 다시 내려왔다.
시골에서 하루 일과는 너무나 단순하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돼면 파라솔 밑에서 일광욕을 한다. 그 외에는 방안에서 커피와 음악감상을 주로하며 하루를 보내는데 음악감상을 위해 여러가지 투자를 했다. 성능좋은 블루투스 우드 스피커를 새로 장만하고 128기가 msd 를 장착한 LG 모바일을 중고로 장만해 mp3플레이어로만 쓴다. 내 모바일은 아이폰 인지라 메모리 확장이 불편해 주로 클래시오브클랜 게임과 wifi 불모지대인 이곳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핫스팟을 통해 노트북과 테블릿 이용할때 인터넷 공유기로 활용한다. 테블릿은 주로 만화책 보는 용도로 쓴다.
남의 눈에는 내가 마치 휴양지에 놀러와 세상만사 다잊고 하루종일 신선놀음 하는것으로 비춰질수 있는데 무더위에 이 외진곳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 물건 배달해주는 택배 아저씨와 마주칠때 마다 서로 부러운 마음을 갖는다.
집에 가있는동안 고양이들이 일제히 새끼들을 나아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각 세대간 털색을 보면 확실히 족보를 알게되는데 검정 노랑 흰색 으로 제각각 1색 고양이가 제일 나이가 많고 그다음 이번에 부모가 된 고양이들은 2색 고양이들이고 새끼들은 부모에 따라 2색과 3색을 지녔다. 길양이들은 세대 교체 주기도 짧지만 족보또한 친척끼리 아무렇게나 마구 믹스될수밖에 없음을 알수 있다. 큰 다람쥐만한 새끼들이 너무 이뻐서 사료를 아낌없이 리필해준다.
지난 주말에 교회에서 드럼과 밴드까지 동반한 청년들 단체 수련회 오고 가족들끼리 바베큐 파티오고 펜션주위가 시끌벅적 한것까진 좋은데 잔인한 인간의 흔적이 하나 남았다. 피부병이 걸려 처참한 몰골로 버려진 유기견 한마리가 새롭게 등장해 고양이밥을 먹는다. 가족끼리 캠핑을 즐기다 가면서 기르던 개를 버리고 갈 생각은 도데체 어떻게 할수 있는걸까..인간의 이기적 무식함은 가끔 내 상식을 비웃듯 뒤통수를 친다. 나름 족보도 제법 괜찬은 녀석 같은데 이 외진 시골에서 이 유기견은 조만간 누군가의 보신탕이 될 확율이 아주 유력하다.
얼마전까지 어린놈에 속해 먹이를 주던 아이가 이제 엄마가 돼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먹이가 있는 내 방앞에 아예 자리를 잡아 내방앞은 길양이들 놀이터가 돼버렸다.
요즘 조금씩 움직일만 해져서 가끔 식당을 찾아 나서는게 외출의 전부인데 역시나 내가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 새로운 식당을 시골에서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걸 실감한다. 이웃 도시 영광 가는길목 외진곳에 순두부 간판이 크게 보이던게 생각나 일부러 20킬로 가까운곳을 찾아갔는데 계란도 없이 순두부에 조개만 들은 인스턴트 CJ순두부 양념맛이다. 여태껏 제대로 된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한번도 못먹어본 아줌마가 끓인 순두부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두번다시는 안간다. 차라리 내가 먹는것을 확장하는것이 나을거 같아 가끔 중국집을 돌아다니며 자장면을 사먹는데 이곳 중국집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듯 간짜장은 1인분을 안한다. 혼자서는 간짜장이 먹고싶어도 그냥 자장면을 먹을수밖에 없다는걸 이번에 알았다.
또다시 빵 라면등 인스턴트만 주로 먹고 몸에 해롭다는 자장면 같은거나 사먹고 지내지만 굶어 죽을수는 없으니까 요리를 못하는 상황에서는 감수할수밖에 없다. 몸이 좀 나아져서 아무렇게나 움직일 상황이 돼면 맛있는거 찾아 좀 멀리 바닷가 여행이나 다닐 생각이다. 아직은 통증으로 인해 잠을 며칠에 한번씩 밖에 못자므로 릴렉스체어에 하루종일 음악감상과 영화등을 보며 지내고 있는데 어제 오늘은 비까지 와서 더욱 움직이기가 싫다. 커피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나 자오 질베르토, 쳇베이커 등이 어울리는 날씨이다.
어제는 비속을 뚫고 이웃도시 영광까지 갈비탕을 사먹으러 나갔었는데 갈비탕이 떨어지는 바람에 맛없는 곰탕을 먹었고 오늘은 뭘 먹어야하나...그러고 지낸다. 시간 개념도 없고 매일이 그러하니 달리 쓸말이 없다. 죽음과 삶은 종이 한장차이로 줄다리기 대세를 거스르기가 무척 어렵다. 죽음으로 거의 넘어간 줄다리기 대세를 다시 삶 쪽으로 역전 시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당장은 '생존' 이란거에 전념하는 중이라 소식이 없더라도 그러고 지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