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며칠동안 내리던 비가 오늘은 개이더니 화창한 날씨를 보인다. 며칠동안 내리는 비를 보면서 방안에만 있었더니 햇살쬐러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살것은 없지만 이웃인 영광군의 장날 나들이를 나선다. 영광 시내에 가면 장터보다 꼭 들르는 곳이 바로 다이소 매장이다. 며칠 죽을 먹다보니 끓는물 말고 렌지에 바로 데워먹을수 있는 렌지용 죽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릇을 하나 사려고 맘먹었고 영광의 중국집 맛은 어떤가 간자장이 일인분이 되는지 확인해본다.
시내에 있는 중국집에서 간자장은 일인분은 되는데 맛은 정말 더럽게 없다. 간신히 반정도 먹고나서 냉커피와 강한 시거향 담배로 그 느글거림을 달래본다. 어차피 국내모든 중국집들이 같은 공장에서 나온 캬라멜 색소 춘장을 쓰므로 자장면은 왼만하면 비슷비슷 기본들은 하는데 유난히 맛없게 하는집도 시골엔 가끔있고 대도시 시내중심가에는 기막히게 맛있게 하는 집들도 가끔있다. 그 미묘한 한끗발 차이는 대부분 추가로 첨가하는 조미료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장면엔 필수로 글루타민산 나트륨이라 일컫는 (일명MSG)을 들이붓는거로 안다. 설탕을 들이붓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MSG 맛에 중독돼 있는지라 MSG를 안쓰는 모험을 시골 음식점에서 할수는 없을테지만 가끔 나처럼 MSG 맛에 민감한 유난떠는 사람들도 더러있다. MSG 가 몸에 좋고 안좋고를 떠나서 그맛을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의 문제이다. MSG 의 맛을 사람들은 보통 '감칠맛' 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할 정도로 싫어하는 느글거리는 맛이다. 대부분의 노인들 역시 어릴때 먹던맛이 아니라 싫어한다.
한국사람들이 MSG 가 안들어가면 맛이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인스턴트 라면이다. 나 역시 예전에 라면을 좋아할땐 MSG 맛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는데 작년에 몸이 아프고 라면 자장면 치킨등을 몇달간 끓고나니 그제서야 MSG 중독에서 벗어날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한국라면은 짜고맵고도 그렇지만 그 강한 MSG 맛 때문에 정말 먹기가 곤욕스럽다. 역설적 이게도 인스턴트 라면은 처음 국내 들어왔을때 삼양라면과 후발주자인 농심이 처음 등장할때가 가장 맛있었고 점점 스프맛에 MSG가 강해지면서 후퇴해서 지금처럼 되버렸다. 사람들은 흔히 입맛이 변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삼양라면 하나였다가 삼양을 잡겠다고 처음 농심이 등장할때 형님먼저 아우먼저 광고하면서 최초 개발한 그 맛은 아직도 기억난다. 간장 비슷한맛이 나는맛이었는데 어릴때지만 정말 맛있었다. 샤브레 과자처럼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품질을 계속 떨어뜨리고 MSG로 그것을 계속 메꾸려다 보니 점점 강해지고 지금은 온 국민이 그맛에 중독이 된 상태인지라 제조사에서는 끊을수도 없게된것 같다.
스프랑 라면등 인스턴트도 일본제품을 먹는 이유는 딱 한가지 이유밖에 없다. 한국 인스턴트 제품들과 마트에서 파는 가공제품 대부분이 MSG 맛이 너무강해 오바이트가 쏠리기 때문이다. 글루타민산 나트륨 (향미 증진제 라는 이름으로도 표기된다.) 안들어간 가공 음식을 마트에서 찾아볼수 없는것을 보면 대부분 한국사람들의 입맛은 MSG에 길들여져 있음이 확실한것 같고 내가 유난떠는 사람이 맞는거 같다.
특히나 요즘 변두리 식당들에선 조선족이나 탈북 아줌마들이 식당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징은 음식에 MSG 를 들이부어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음식맛이 금새 표가 난다는 점이다. 조선족 아줌마가 조리하는 음식점들은 MSG 맛이 너무 강해서 한 숟갈을 뜨기조차 힘든 집들이 많다. 심지어 유명 해장국 체인점에서도 기껏 정성들여 맛있는 국물을 우려낸후 MSG를 추가로 첨가해 맛을 버리는 집들도 상당히 많다. 한국사람들은 요즘은 그런짓을 잘 안하는데 어김없이 조선족 아줌마나 탈북 아줌마만의 음식비법 이다. MSG 불패신화를 너무 신봉한 나머지 MSG 를 첨가안하면 불안해서 못견디겠나 보다.
어쨋든, 장날이라고 해봤자 빵에 넣을 오이랑 배한개, 그릇을 하나사고 맛없는 간자장을 먹고나니 어디론가 여행이 땡긴다. 우리나라의 관광지들은 정말 볼것이 하나도 없기에 관광지 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다. 관광지라고 추천하는 곳들을 보면 그냥 절간이던지 연꽃 공원이던지 멀리서 일부러 찾아가 즐길만큼은 아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여행이 끝난듯 해서 그냥 가긴 섭섭하고 밥을 먹던지 술을 한잔 하던지 하다못해 담배라도 한모금 빨고 다시 돌아온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해서 축제를 즐기고 싶지만 한국에서 하는 축제들은 뭔가 급조되고 인위적인 성향이 강해서 술먹는거 아니면 나에겐 마땅히 즐길만 하지가 않다. 그나마 외국에 좀 알려졌다고 홍보하는 보령 머드축제도 직접 가보면 절대 참여하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해변가에서 흙장난 하고 노는게 아니라 요금을 받기위해 시멘트 광장에 바리케이드를 동그랗게 쳐놓고 안에 진흙 퍼다 깔아놓고는 그 안에서 기차놀이등을 하라고 애들 놀이방처럼 꾸며놨는데 바리케이드 밖에서 행인과 구경꾼들이 보는앞에서 그런 미친짓을 하고싶어하는 정상인들은 별로 없다. 진흙이 있는 애들 놀이방 인지 모르고 티켓을 예매하고 먼길을 오고 외국에서도 와서 어쩔수없이 참가해 잠깐 흙뭍히고 기차놀이 하다가 금방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까짓 입장료가 뭐라고 그나마 조금 클수있던 축제 브랜드 자체를 망가뜨린 대표적 케이스라고 보인다.
며칠후에 전남지방에서 락 패스티벌 이라는 것도 열리는데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부활, 김경호 둘이 간판이고 국내 뮤지션들뿐인데 아무리 싸도 뙤약볕에서 여섯시간 이상 버티며 즐길만한 출연진은 아니다. 국내에 정통락을 전문으로 하는 유명그룹이 없다는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내가 좋아하는 메탈리카나 위든 템테이션 같은 그룹이라면 하루종일 이라도 뙤약볕에서 버틸수 있을텐데..
락도있고 재즈도 있지만 페스티벌 공연에서 가장 신나는 장르는 역시 Funky 다. 어떤 장르던지 관객에게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몇 안되는 초특A급 뮤지션은 그리 흔하지 않다. 노력으로는 절대 될수없고 그냥 돌연변이로 태어난 천재들만이 초특A 급이 된다. Maceo Parker 같은 초특A 급 펑키 뮤지션의 공연을 직접보면 혈관이 다 터질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아찔한 흥분으로 몇시간이라도 광란하며 즐길수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Maceo Parker 의 음악으로 그 기분을 대체해본다. 언제고 직접 그런 페스티벌과 축제를 즐기러 여행을 다닐수만 있다면..
해수욕장을 갈까 하다가 어차피 갔다가 바로 다시 돌아올것 이기에 그냥 이리저리 펑키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돌아오니 하루가 갔다. 밥달라고 계속 애원하는 꼬마 길양이가 안쓰러워 밥을주니 정작 다른놈이 와서 먼저 먹고 밥주려던 땅꼬마는 순번에서 밀려 버린다. 얼마전까지 새끼인줄 알고 밥을 주던 애들은 이미 성인이 돼서 늠름한 자태를 보이고 그 새끼들이 지금은 땅꼬마인데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져간다.
저녁때는 나와는 젊을때부터 온갖 비지니스로 얽혀있던 친했던 선배가 위암으로 세상을 떳다는 소식을 듣는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그렇듯 무리한 도박을 펼치다 집안을 다 말아먹고 빛더미속에 잠적한지 7년째라 이미 죽었는줄 알았는데 인생이란게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처량한 재즈음악을 들으며 그냥 어둠속에 잠긴채 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