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한달여 집에서 생활하는동안 몸이 회복되기 힘들만큼 망가진지라 오늘내일 하면서 매일같이 죽음이 코앞에 아른거리며 지낸지도 한달이 넘어간다.
급속도로 팽창하고 딴딴해진 내 주먹만한 종양이 창자와 위 비장 췌장을 압박하는것이 만져도 확실히 티나고 워낙 뼈만 남아서 겉으로만 봐도 알만큼 거대해진 지라 숨쉬는것도 갑갑한 상황이 됐으니 밥한공기만 잘못먹어도 바로 죽음으로 직행할수도 있는 위기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계속되는 통증도 그렇지만 피까지 쏟아내면 정말 대책이 안선다.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오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죽음을 승인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갑자기 급속도로 종양이 힘을얻고 땡땡해진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보니 역시 문제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각종 화학첨가물들이 문제다. 특히나 밥을 먹기가 힘들어 영양을 쉽게 보충할 생각으로 우유에 타마시면 한끼 영양이 다 해결된다는 광고에 현혹돼 다이어트 가공분말 식품을 계속 먹은것이 무척이나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한끼 영양 어쩌고는 그냥 눈속임에 불과하고 실제 목적은 뭘 먹이던 강제로 살을 빠지게 만드는 다이어트에 있다.
갑자기 출혈이 심해 원재료들을 살펴보니 영양은 둘째치고 살빠지게 하려고 무려 30가지 정도 되는 화학제로 이루어진 독극성 분말인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광고등에 절대 속지말고 당하지 말자 라고 다짐 했음에도 아직까지 경험부족인듯 가끔 그렇게 위험식품들을 먹고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
밥을 못먹어 자장면 라면 과자 담배등으로 거의 한달간 식사를 때운것도 원인이다. 안전한 가공식품은 한국에 없다는걸 확실히 인지하고 위급 상황이 아닌이상 장기적으로 주식을 삼는것은 확실히 위험하다. 특히나 나같은 말기암 상태에서 아질산 나트륨과 각종 화학제가 첨가된 가공식품을 계속 섭취하는것은 죽음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고 달리는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알면서도 안전한 음식을 구할수가 없고 통증으로 만들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황이랄수 밖에.. 통증이 시작돼면 이제 만성이 된지라 "아이 C 바르 왠만하면 좀 살려주지.." 누구한테 하는말인지도 불분명한 혼잣말이 저절로 나온다.
어쨋든, 해결방법이 안보이고 대세가 죽음으로 거의 넘어갔다면 마지막엔 배째라 하고 눕는수밖엔 달리 방법이 없다. 한가지 알게된건 사람은 죽음이 코앞에 있을땐 지푸라기 라도 잡게된다는 것이다. 즉, 살기만 한다면 못할짓은 거의 없어진다고 보면 되는데 그런 상태의 환자에게는 어떤 조언도 금물이라는 점이다. "음식을 좀 만들어 먹지 "라던지 "아무거라도 좀 먹고 기운을 차리지" 등등.. 마치 환자가 게을러서 안먹고 죽는것인양 쉽게 말들을 한다. 할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는데 그게 안돼서 죽는것인데 말이다.
왜 중환자에게 간병인이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라고 본다. 통증으로 사경을 헤메는 상황에서 음식을 챙기고 만들어 먹는다는것이 불가능이란걸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런말들을 한다.
내가 요즘 가족을 포함해 친구들과 지인들 그 누구와도 접촉을 끊고 뭐라고 조언해도 그냥 무시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전혀 도움 안되는 말들이 가뜩이나 죽음과 맞서는 상황에서 더 짜증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과 대면한 상황에서는 음식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수없음을 알게된다. 뭐를 먹는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한끼 먹는데 목숨을 내걸고 먹어야 하는데 그런식으로 간신히 하루를 버텨봤자 얼마나 더 버티고 고통속에서 조금 더 버티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거대해져서 뱃속 장기를 다 장악한 종양을 녹이고 돌처럼 땡땡하게 독기가 오른 종양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의사말대로 장기를 다 잘라내고 뱃속을 텅비운채 정상적으로 살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 방법 역시 죽음을 막을 대책은 되지 못한다. 뱃속에 있는 장기들을 다 도려내는 것은 그냥 죽기전에 마지막 발악정도 해보는 의미외엔 다른 의미는 없다.
종양을 없애야 살수있다는 해결 답안은 나왔고 방법이 문제다. 일단 통증을 없애는게 가장 시급하므로 가급적 굶으면서 영양을 보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통증을 잡은후에는 행복감 속에 잠기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하고있다.
요즘 아침마다 보는 케이블 체널 프로가 있는데 세계 테마 기행과 걸어서 세계속으로 라는 여행채널 프로그램이다. 세계 각지의 순박하게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볼수있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볼수 있어서 언젠가 나도 그런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침엔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는듯한 감성을 지닌 브라질 음악들을 듣는다. Ivan Lins 는 내가 스무살때부터 좋아했던 브라질 가수인데 아침과 낮엔 주로 그런 따뜻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감성이 들어가는 보사노바나 재즈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기분에 따라 아침에 클래식을 듣는날도 있다. 비오는날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만큼 분위기 나는 음악도 없다.
낮에는 펑키나 정통재즈등을 즐기고 저녁때는 차분한 뉴에이지나 다소 음울하고 경건한 명상 음악들을 주로 듣는데 밤에는 잠들때까지 무반주의 그래고리안 합창을 듣는날이 많다. 하루종일 음악만 들으며 늘어지고 싶다는 스무살때의 소망과 바램이 좀 이상한 방법으로 지금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내가 행복해질수록 몸도 점점 자기가 알아서 살아가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된다. 그것이 바로 생명이 가진 원초적인 본능인 생명력 이란 것이다. 결국 의식으로 종양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점점 삶쪽으로 기세를 몰아가게 되는데 단순히 생각만으로 몸을 통증에서 해방시키고 죽음에서 건져 올릴수 있다는것을 사람들은 믿지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걸 못하면 그냥 고통속에서 죽어야 하는데.. 그것을 믿지 못하는 에고들의 의식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살아난다. 죽음앞에선 사람은 못할짓이 없다고 어렵지만 어쩔수 없이 의식으로 종양을 누르고 행복감 속에 잠기게 된다.. 단순히 살기 위해서다.
나는 현재 보통의 인간들처럼 서로 교류하면서 지지고 복고 에고들이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더이상은 허락받지 못한 상태이다..그냥 죽던지..인간들과 독립된 행복감 속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던지 다른 선택권이 현재로선 나에게 없기에 오늘도 복닥대는 의식을 가진 일반 사람들과 교류를 끊고 나른함속에서 음악을 듣고 햇살을 바라보며 편안을 느끼고 행복감 속에 잠기는것에 집중한다..
이해 하기 함들테지만 정말로 지금 이순간 현재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감속에 잠겨있다. 햇살과 이반린스의 힘차고 밝은 노래가 있기에 그렇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에고들의 잡다한 의식 간섭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에고의 의식으로 죽음을 옆에끼고 있으면서 행복감속에 잠기는것을 이해하기는 많이 힘들다는것을 알기에 나는 현재 혼자가 좋다..에고들의 의식의 방해없이 혼자여야만 가능한 편안함과 행복감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