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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1. 2017

아름다운날에 행복 채우기.

꿈을 꾸는 자체가 행복한거야..


일년을 넘게 머물던 시골 거처를 정리하고 떠날려니 섭섭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동안 고마웠어.. 내방아.. 정든(?) 길냥이들 한테도 인사하고.. 떠나는 마당에 갑자기 가을 단풍이 우수수.. 왜 그렇게 무지막지 아름다운지...  떠난다고 하니 나무들이 더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어제밤 친구가 카톡으로 몸 다나아서 돈 많이벌어 세계여행도 다니고 큰집 사서 초대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 꽤나 괜찮은 삶일것 같다는 느낌에 솔깃해진다.. 생각해보면 못해본게 진짜 많은데.. 당장 오늘밤 죽을지도 모르면서 몽실몽실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항암 담당의사가 냉철하게 희망을 갖지말라고 당장 내일 이라도 장이 또 터져 죽을수 있는데 운 좋으면 일년이라도 생명연장에 초첨을 맞추라고 한 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의사들은 자기가 담당할 환자가 아닌경우 대부분 다른 의사에게 떠넘기면서 조그맣게 나마 희망을 심어주게 된다. 그러다 직접 치료를 담당할 의사는 잘못함 책임감에서 독박을 쓰게된다. 자기손에서 환자가 죽어나가는걸 좋아할 의사는 없기에 가망없어 핑퐁으로 떠다니는 환자를 최후로 떠안은 의사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고 화를 낼만도 하다.


항암 의사가 항암을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하는 이유는 내 상태가 이미 장 파열로 암세포가 온몸에 퍼졌기 때문에 조금있음 여기저기 암이 버섯처럼 번질거라고 한다. 치료해봤자 또 간, 폐, 뇌 등등에 계속 암이 번져서 의사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상황이란 이야기다. 거기다 임시로 덮어둔 파열 부분이 더 커져서 언제든 조그만 충격을 받아도 또 터질수 있단다. 골치아프다는 제스쳐로 이번엔 그럼 죽는데 자기가 하는 항암치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자기 책임이 아님을 확실히 못박는다. 어쨌든 수술 담당 의사가 줄여달라고 떠 넘겼으니 일단은 가슴에 관을 심고 2박3일 항암을 해보잔다.. 입원해서 2박3일동안 맞아야 하기에 관을 안심으면 불가능 하단다..



일단, 거처를 정리하면서 욕조, 릴렉스 체어, 파라솔, 전자렌지, 미니 냉장고, 나무 칸막이장등 덩치있는 녀석들은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고 놔두고 잡다한 살림들만 쓸어담아 치웠다..  청소하고 차에 싣는데 꼬박 2박3일 걸렸다.. 올라오는 고속도로는 주말이라 서울근방이 엄청나게 막혀서 8시간 이상이 걸렸다. 오전에 출발했는데 밤8시 다돼서 집에 간신히 도착했다. 소파에 뻗어서 짐 내릴 생각도 못하고 일단은 퍼져 기록을 남긴다..


이렇게 된바에야 당장 내일이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이란 드라마를 최대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달전 어차피 끝난삶을 지금 간신히 연장하는 중인지라 한시가 아깝고 모든게 소중하다..


인간은 건강할때 어떤 상황일지라도 행복할 꺼리가 매순간 널려있음에도 궂이 행복을 느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일 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지금 이라는 시간을 소중하다고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맛있는 음식 하나를 먹을때도 행복을 느낄수 있고 잠자리에 누워 휴식을 맞을때도 행복을 느낄수 있다. 건강할때라면  단순히 기지개 하고 누웠을 뿐임에도 충분히 그 순간 만큼은 충분히 부러울것 없는 최고의 상태로 즐길수 있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순간만큼은 행복할 꺼리가 지천에 널려있음에도 건강할때는 삶이란 것에 감사를 못 느끼고 행복은 잡히지 않는 미래에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만 간신히 기대게 된다.


내일이 불분명 하고 미래가 없다면 지금 당장 행복을 누려야만 한다.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행복 쥐어짜기를 한다. 이제 시골 거처 큰거 하나 정리됐으니 맘이 조금은 홀가분 하다.. 월날 가슴에 관 심고 항암 마치면 집에서 영화를 보고 빈둥대면서 행복할것이고 내가 쓰는 너저분한 두개 방정리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더 가벼워 질것이다..



휴게소 중간에 ‘욕나오는 순두부’ 를 시켰다 한두숟가락 먹고는 진짜 욕이나와 반납했고 마지막 휴게소에 들러 이것저것 주점부리 고르면서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와 케밥이다!.. 하고 갔는데 한국사람들 유행은 종잡을수가 없다.. 케밥과 츄러스를 파는데 몇년전만 해도 두개다 줄을서서 먹던 음식이다.. 지금은 유행이 끝났는지 그 가게만 그 복닥대는 휴게소 임에도 손님이 한명도 안간다.. 사람 심리란게 참 이상해서 남들이 안가니 나도 왠지 별로라는 느낌이 들어 결국 닭꼬치와 고로케를 선택했다.. 많이 먹을수만 있었으면 케밥도 먹는건데...


집에 오자마자 메로나 하드를 입에물고 달콤함을 즐기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배를 갈라놔 여행을 갈수도 없고 레져를 즐길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잘한 주점부리 먹거리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기가 가장 수월하다.. 밤에는 잠을 잘 못자니 만화책 열심히 봐야지.. 생활속의 잔잔하면서 작은것에서 행복을 쥐어짠다.. 지금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므로 상황에 관계없이 행복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행복 해야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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