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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13. 2017

비오는날 어둠과 편안한 우울속에서..

어둠과 고요가 주는 편안함


요즘 IT 발달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음악 감상을 마음껏 하다보니 저녁에도 불을 키지않고 어둠속에 잠겨 나른하고 잔잔한 샌치한 음악들을 들으며 저녁과 밤을 맞는 날들이 이어진다.


30년전 중고 재즈 LP를 당시 금액으로 만원 원판 새거는 5만원에 사모으던 시절을 비교해보면 요즘은 어떤 희귀 음반도 인터넷으로 인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당시 보물처럼 구하던 이반린스, 서지오 멘데스, 자오 질베르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등 브라질 가수들의 음반들도 거의 전부 유투브을 통해 다운받을수가 있다. 희귀음반 개념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거기다 수천장의 앨범이 손톱만한 마이크로 칩안에 전부 들어가 버리니 한면을 가득 채운 CD컬렉션이 몇십년 동안 단 한번도 손이 가지않는 쓰래기로 변한지 오래다.


타블렛으로 예전에 재밌게 봤던 고행석 만화책들도 보고있는데 만화방 하나 분량의 만화책들도 마이크로 칩안에 다 들어가 버리니 예전에 만화책을 밤새 한가득 쌓아놓고 보던 뿌듯함은 사라졌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내가 좋아하는 혼자놀기를 마음껏 할수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사람들은 제각각 음식 음악 분위기 모든 생활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이란 것이 있는데 이 취향이란것이 너무도 극과극이라 자기는 죽도록 싫은것들이 타인에게는 삶의 기쁨인 경우가 많아서 사회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적 취향을 가지는것이 인간관계를 위해 좋다.


불행히도 나는 어릴때부터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괴짜 취급 당하면서 살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가장 타협되기 힘들었던 부분은 음식과 음악취향 이었다. 다른 취향이야 혼자 즐기면 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있어 음악과 음식취향이 안맞으면 에로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게 된다.


우리보다 바로 윗세대 까지는 신나는 음악하면 뽕짝과 트롯트 메들리로 막춤을 추며 '얼싸 좋다' 그러고 술먹고 노는걸 낙으로 느끼는 세대다. 나는 어릴때부터 단한번도 그런 분위기가 좋다거나 즐겁게 느껴지질 않는다. 이번주도 연휴를 맞아 50대 단체 관광객들이 이 깡촌까지 몰려와 파티를 벌이는데 노래방 기계까지 들고와서는 어김없이 뽕짝 파티를 벌인다.


같은 세대에서도 젊을때 가장 싫었던게 나이트 클럽과 노래방 가는것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술먹는건 환장하게 좋아해서 매일같이 술과 살았지만 노래방이나 나이트는 채질이 아니라서 항상 술먹고 막판엔 어거지로 끌려가 마지못해 자리만 때우고 있는것이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은 어릴때부터 항상 일정한것을 보면 취향은 타고나는것일수 있다라고 생각이 든다. 항상 게으르고 퍼져있고 나른한걸 좋아하고 음악도 그런 음악만 좋아한다. 어릴때부터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동시대 한국인들의 대중적 취향에 항상 거부감을 체질적으로 타고났다고 보면 되는데 옛날에 비해 한국사람들 취향이 세대가 바뀌면서 점차 내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뀌는것을 보게된다. 동시대 세대보다는 신세대들일수록 내가 가진 취향과 잘 맞는다.


조그만 커피잔에 설탕과 프림을 넣고 하루한잔 이상 먹으면 잠을못자 큰일나는줄 알던 다방식 커피가 커피의 전부라고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있던 80년대, 20대 때도 커피중독으로 나만 원두커피를 머그잔으로 하루종일 열잔이상 뽑아먹어 괴물이라고 불리웠는데 요즘은 누구나 커피는 원두를 뽑아먹고 머그잔도 일반화가 돼서 더이상 내 행동이 괴물같은 행동이 아니게 됐다. 설탕으로 만든 진로포도주가 와인이라고 알고있던 시대에서 와인을 즐기는 문화도 더이상 별스런 행동이 아니게된지 오래다. 갑자기 졸부들이 여기저기 나오고 오렌지족을 이어서 경제 호황기에 태어나고 자라서 고생을 모르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어른들이 우려하던 십대들 바로 내 다음세대인 70년대 태생인 일명 X세대의 출현부터 이다. 이들은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고 처음으로 외국문명을 어릴때부터 접하면서 큰 세대인데 젊은 여성들이 담배를 드러내고 피우기 시작한것도 한국사회에 큰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진것도 그렇고 내가 10대와20대때 즐기던 취향은 당시 같은 세대에서는 항상 별난취급 받았었지만 결국은 다음세대에서 별종이 아닌 대중취향으로 변하는 것을 본다. 젊을때부터 항상 사람들과 같은 대중 문화를 즐기며 노는것이 나에겐 고문과도 같았던지라 시골 동네가 떠나가라 뽕짝파티를 벌이며 삶이 즐거워 못견디겠다고 노래하고 소리지르는 사람들의 파티에서 어떤 일말의 부러움도 느끼질 못한다. 그냥 체질적으로 나는 윗세대가 한국적 감성이라고 우기는 뽕짝이 싫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


다행히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오기 시작해 다시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고요한 우울감에 하루종일 젖어든다. 어둠의 편안함..비도오고 우울감이 감도는 고요함..이런걸 좋아해 일부러 불도 안키고 하루종일 음악만 듣는데 나는 좋다고 하는 모양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잘 안다. 사람들은 어둡고 우울한것을 즐기질 못하고 싫어하고 청승맞다고 피하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다른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그렇기도 하고 항상 관심이 외부로 쏠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있을때 만이 즐기는 편안함은 어둠속에서 더 배가된다..비도오고 홀로있으면서 너무나 편안한 어둠과 우울이 나는 너무나 편하고 좋은데 홀로있지 않으면 그 편안함을 이해하기 쉽지않다.


http://www.youtube.com/watch?v=ud5atjnxkVc&list=PLe1seBFJFklhj6SALL_AmvBbbMTJRER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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