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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30. 2017

모든 간섭에서 자유로워 지기..

주어진 삶에 순종하고 방해는 무시하고..


시골에서는 주어진 삶이란것에 순종한다는것이 어떤 의미란걸 깨닫게 된다. 된장찌개를 파는 식당을 찾아 주변 도시를 9개월간 샅샅히 훝어 한군데를 발견해서 매일같이 20Km 를 운전하고 나가는 수고 정도는 충분히 감수한다. 문제는 그렇게 나가서 된장찌개를 먹을수 있는 확율이 요즘은 50%도 안된다는 것이다.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아침9시까지는 무조건 가야만 하고 그 시간안에 갔더라도 먹을수 있는 확율이 그렇다는 말이다.


된장찌개를 파는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기가 그렇게 힘들게 된 까닭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시골식당 시스템과 사람 심리를 모르던 내가 무조건 주는대로 감사히 먹어야 하는데 '된장맛이 오늘은 좀 다르네요' 처음에 한마디 한것이 이런 엄청난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자기가 끓인 된장맛이 사모가 끓인것에 비해 맛이없다라고 손님에게 말을 들었다 생각한 주방 아줌마는 나에게 절대로 두번다시 된장을 끓여주지 않는다. 내가 먹는 된장은 무조건 모텔식당 주인인 사모님이 끓여야 하고 사모가 없으면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어야 되는데 그냥 좀 된장찌개 끓여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 나는 그렇게 맛있게 못끓여" 차라리 다른데 가라고 요지부동이다.


음식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흔히 일본말로 곤조 부린다고 하는데 순박한 시골 사람들일수록 한번 안한다 싶음 절대 안한다. 내 발등을 찍은 실수를 두번다시 안하기 위해 어떤 음식점을 가던 음식 투정은 절대 안하기로 했다. 싫으면 안가면 되는거고 다시 가야할 집이라면 무조건 주는대로 맛있게 먹고 감사합니다 해야 나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돌아온다. 시골 식당에서 손님은 절대 왕이 아님을 명심 또 명심..



사모가 끓인 된장을 먹을수 있는날은 그야말로 행운의 날인데 같은 사람이 끓인거지만 된장맛도 뭘 넣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어떻게 끓여도 맛있게 끓이는 사람은 맛있게 끓인다.


오늘은 며칠만에 된장찌개를 먹은 행운의 날이다. 오늘의 된장엔 다른 해산물 야채들이 다 빠졌고 두부대신 순두부만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레시피도 없고 그날그날 사모의 기분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좌우된다는 말이다. 그래도 군말 일체없이 감사히 맛있게 먹는다. 대도시 같았으면 다른 식당을 알아볼테지만 여기선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여기마저 놏치면 나는 진짜 밥사먹을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봄까지 내가 가던 유일한 기사식당 백반집도 건너편 부폐식 기사식당에 밀려 확실히 몰락한듯 해서 다시는 안가기로 했는데 시골이라고 해서 경쟁이 아주 없는것은 아니다.


대부분 경쟁이 없지만 일단 경쟁이 붙고 승패가 한번 정해지면 판세를 뒤집기는 거의 힘들어 지는데 그 정갈한 백반집이 몰락한 원인은 버리는 반찬이 너무 많아서 건너편 부폐식을 따라한다고 한것이 가장 큰 실패의 핵심요인이다. 부폐식은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로 사람들이 몰릴수록 음식도 풍부해지고 음식 순환도 잘되지만 사람이 없으면 음식도 점점 형편없어지고 적자가 시작돼면 서비스도 형편없어 지게 된다.



불행히도 내가 유일하게 가던 식당이 그런 실수를 저질러 나같이 정갈한 백반을 좋아하던 단골들까지 모조리 건너편에 빼앗기는 형국이 되었다. 얼마전 두번 가보니 확실히 몰락한게 느껴져 나부터 더 이상은 이집 음식을 못먹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안돼니 아주머니들 불친절은 말할것도 없고 반찬도 메인이 하나둘 줄어들더니 먹을만한 반찬이 하나도 없다. 배추가 비싸다고 이상한 쌈으로 바꾸고 고추는 청양고추만 있고 마늘도 사라지고 생선류도 사라지고 나물 몇가지만 남았다. 작년에 굴비도 나오고 계란 후라이도 나오고 그외에도 각종 나물들이 풍부했던 정갈한 밥상이랑 비교해보면 정말 같은집 음식인가 싶다.


손님이 없으니 아주머니들 끼리도 마루에 누워 쉬거나 짜증만 내고 손님인 나한테도 의자에 한발 올려놨다고 난리를 친다. 후식으로 제공돼던 아이스크림 통은 텅빈채 세척을 안해 흉물처럼 보인다. 그 반면, 건너편 원래 부폐식 이었던 식당은 사람이 점점 늘어나니 반찬도 계속 업그레이드 돼고 아주머니들 끼리도 손님에게 반응이 좋은 반찬과 아닌것을 의논하는 잡담들을 주로한다. 승패가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갈라졌다.. 안타깝다.


어찌됐건 나에겐 이제 남은 식당은 모텔에 딸린 된장찌개 하는 식당 하나밖에 안남았다. 아니면 날씨가 쌀쌀해지면 XX 고기집에서 계절음식으로 우거지탕을 개시할텐데 그것을 기다릴수밖에 없다.


횟집에서 삼계탕을 계절음식이라고 파는 경우도 보는데 고깃집에서 우거지탕은 그래도 어색하지는 않다. 주변의 중국집들도 전부 다녀본 결과 내가 가야할곳이 정해졌는데 자장 짬뽕 우동을 다 먹어보고 나니 그나마 젊은 애가 만드는 여기밖에 없구나 결정하기가 쉬워진다.


보통 중국집을 가면 자장면을 시킬까 짬뽕을 시킬까 항상 갈등을 하게 되는데 이곳 중국집들은 대부분 뭘 시켜도 한입 먹으면 바로 후회가 시작된다. 자장을 시키면 아 짬뽕 시킬걸..짬뽕을 시키면 아 자장 시킬걸...뭘 시켜도 맛이 없는집의 연속이라 다 먹어보고 그나마 나은곳에 다니기로 했다. 더 이상 불평할게 없다. 그것마저 맛없다고 안먹으면 갈 중국집이 없기 때문에..



며칠전, 이불을 꺼내면서 이불 빨래를 하러 광주에 나간적이 있는데 정말 도시는 편리한 세상이다. 최고로 큰통에 향균세탁에 건조에는 종이 유연제까지 넣어 건조까지 하는데 11000원이 든다. 내가 가진 모든 이불과 옷들을 빨아도 그돈이면 다 되는지라 가깝기만 하다면 한달에 한번은 이불을 빨텐데...거리가 멀고 도시운전이 부담되는것이 문제다..발레리안 영화보러 조만간 또 나와야 하는데...


광주에 나간김에 상무지구 먹자골목 이란데를 찾아가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역시 혼자서 먹을만한 메뉴보다는 대부분이 같이 먹는 메뉴들 일색이다.


쌈싸먹는 된장찌개란 곳이 있어 들어가 봤더니 손님이 너무 많이 왔다간 바람에 식당안이 초토화돼 브레이크 타임이라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고 해서 못먹었다. 그 넓은 식당에 각 테이블마다 음식 상 찌꺼기가 수북히 쌓여있어 점심 시간에 얼마나 전쟁터를 방불케했는지 짐작이 된다. 사진만 딱봐도 뭔가 맛있게 끓이는 된장찌개 일듯 싶다..역시 대도시는 맛이없음 명함을 못내미는 음식점들의 혈투장임을 실감한다..



아침을 사먹느냐 저녁을 사먹느냐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조건 아침에 시내로 나오는것이 낫다. 아침을 먹고 그날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어디든 여행을 다닐수 있기 때문이다.


군 시내에 나와서 아침을 사먹고 날씨가 서늘한게 완연한 가을 날씨다. 슬슬 돌아다니기 좋은 계절이라 바닷가에서 커피나 한잔하기위해 오늘은 좀 멀리 무안까지 내려왔는데..전라남도 바닷가들이 볼품없는것은 알았지만 여기도 이렇게 썰렁할줄은 몰랐다. 그래도 명색이 해수욕장 인데 커피를 마실수 있는 유일하게 하나있는 매점도 자물쇠가 채워져 전화를 하면 주인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커피는 못 마셨고 다음 해변으로 이동할까 내륙으로 갈까 생각중이다.


사람들의 간섭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나에게 유일한 편안함이자 시골에 혼자 내려와 있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나만보면 어떻게 해서든지 간섭을 하고싶어 안달들을 하는데 가장 흔한 간섭이 ' 뭘 먹어라 뭐가 좋다더라 ' 이런류의 말들이다.


주는대로 뭘 먹어도 감사할뿐인 지금의 상황에서 같은말들을 일년이상 들으면 정말 감정이 나서 무시해 바리곤 하는데 친한 친구가 그럴경우는 진짜로 화를 내게 된다. 며칠전 장폐색 증상이 심해 음식물이 역류하는 사태가 벌어져 아무것도 못먹는 상태가 된적이 있는데 가장 친하다는 친구가 미숫가루 먹으라고 미숫가루 타령을 계속 해서 진짜로 화를 낸적이 있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조언이랍시고 계속 들어줄 여력도 안되고 병자의 상태에 무지한 친구가 계속 헛소리 하게 놔두면 내가 진짜 스트래스로 죽을것 같아서다.


"야 미숫가루 먹으면 내가 사는거냐? 한끼 그렇게 먹고 내일도 미숫가루 먹고 그렇게 버티다 결국 며칠안에 미이라가 되면서 죽어갈텐데 그건 해결 방법이 아냐!!"


장폐색 환자들이 미숫가루를 생각못해서 위기를 못넘기고 죽는것이 절대 아니다. 장폐색으로 응급실 실려온 환자에게 미숫가루 먹으면 된다라고 말하면 욕부터 나갈텐데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자기들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죽어가는 사람에게 말들을 쉽게한다. 당사자 입장에선 마치 그런 잡다한 상식들을 몰라 죽는다란 비난처럼 느껴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장 죽음이 오락가락 해서 먹는것이 중요한게 아닌 상황이란걸 이해를 못하니 장폐색으로 죽어가는 사람앞에서 미숫가루 타령을 하게되는 것이다. 주는대로 먹기에도 감지덕지한 상황에서 뭘 먹어라 뭘 먹어라 당사자가 처한 환경을 이해할 생각조차 못하면서 간섭들을 해대니 그 스트래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다는것은 알지만 실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바엔 그냥 침묵이 도와주는 거다.  


급한 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줄말은 한가지다. " 계좌 불러봐" 이 한마디가 아니면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것이고 ... " 이런것을 조언이라고. 도닦는 개소리는 안하는게 낫다는 이야기 이다. 능력이 안되면 그냥 옆에서 어떡해 ...하고 같이 걱정해주는게 그나마 위로해 주는거다.


당장 고통속에 죽어가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이다. 예수처럼 장님에게 " 눈떠라" 그러고 앉은뱅이에게 " 일어나 걸으라" 하는게 당사자가 원하는 해결방법이지 "운동을 하고 눈에 좋은거 먹어라." 이런 조언들은 약올리는말 밖에 안된다. 그런거 몰라서 사람들이 아프고 죽어가고 하는것이 아니란 이야기 이다.


나 역시 처음에 그런 원숭이같은 잡다한 지식들을 인터넷 뒤지며 이것저것 따라하느라 일년동안 돈천만원 이상 쓴 사람이다. 일년 생활비로 쓴 돈중에서 그런 여기저기 조언듣고 정보 찾아 먹을거로 쓴돈중에 낭비된 돈이 천만원은 족히 되지 않나 싶다.


남의말 듣고 이것저것 사고 직접 만들어 먹는답시고 재료들 사다놓고 안먹어 다 갖다 버리고를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이제는 정말 뭐가 좋다더라 뭐를 먹어라 만들어 먹어라 그런말들 들으면 노이로제 증상까지 보이는데 일년이상 죽음과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 같은 심정일것이다. 조언이 아니라 환자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그거 안먹어서 죽어가는게 아니란걸 스스로가 잘알기 때문이다.


옆에서 일일히 챙겨주는 간병인이 따로 있지 않으면 죽어가는 환자 스스로 약초를 다려먹고 음식을 챙겨먹는것이 불가능하단걸 사람들이 알아야 그런 감정 상하게 만들고 약올리는 조언들을 안 한다. 그런건 24시간 보살펴주는 간병인 있는 사람들한테나 얘기하고 홀로 투병하는 환자에게는 입도 뻥긋 안하는게 도와주는 거다. 돈주고 고용한 간병인도 그런걸 일일이 챙기지는 못하고 오직 환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수 있는 부부나 직계 가족만이 할수있는 일이다.


특수한 몇몇 사람만 아는 엄청난 고급정보라 생각하는 정보는 절대 인터넷이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인터넷만 뒤지면 여기저기 떠도는 일반 상식들을 일년이상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모르고 있을거란 생각들은 안하는게 맞다.


주어진 삶의 조건들에 불평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들이고 잡다한 에고들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내가 살아날길은 그길뿐이다. 내가 나를 기록하는것이 그것에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 기록을 멈추고 관심꺼리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대중들 시야에서 철저하게 나를 감추는게 나를 살리는 길이다. 나를 있는대로 기록하다 사기꾼한테까지 걸려봤지 않은가..


에고의식이 가진 한계로 죽어가는 사람을 실제적으로 도울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죽어가는 사람에게 별도움 안되는 조언과 간섭은 환자를 지치게 하고 괴롭히는 일이다. 예수가 어떻게 환자를 대했고 다스칼로스가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그 외에는 전부 죽어가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에고들의 원숭이 같은 어리석은 행위들일 뿐이다.


당장 일어나 앉기도 힘들고 숨쉬기도 힘든 사람한테 산에 가서 운동하면 만병이 다 낫는다고 산타라고 다그치는 무식한 사람도 만나봤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은 두번다시 안 마주치려 하고 아예 사람취급 안한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그 많은 환자들이 산을 안타서 다 죽는다고 비난하는 무식한 종자랑 뭔 대화를 하리...


또 다른 해변가를 찾아 떠나야겠다.. 메마른 바닷가를 보면서 기록을 남기며 계속 줄담배 중인데 아직 커피를 못 마셔 입이 마른다..커피 마실수 있는 바닷가를 찾아 떠나는 해안 여행이다..주어진 환경과 삶에 무조건 감사하고 주변의 일체 참견과 간섭에서 자유로워 지기.. 나를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자..


방금 갑자기 카카오뱅크로 친구가 그냥 밥사먹으라고 돈을 약간보냈는데 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간섭과 조언보다 마음이 진짜 고맙게 느껴진다. 지금 내 상황에서 돈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 마음은 고맙게 받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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