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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04. 2017

빠르고 편리하진 않아도 느리고 여유롭게..

주어진 환경에서 새롭게 개척해 나가기


아침 저녁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벌써부터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무엇보다 작년 겨울 다녔던 유일한 온천이 문을 닫았으므로 찜질방은 고사하고 동네 목욕탕이라도 하나 개척해 놔야 몸이 으스스할때 몸을 풀수있다. 50킬로를 나가면 고창에 유명한 스파 관광온천이 있긴한데 아무때나 자주 갈 거리는 아니다.


함평군 시내에는 모텔에 딸린 목욕탕이 하나 있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고 영광군 시내에는 동네 목욕탕이 두개가 된다. 주변군청을 통털어 24시간 하는 유일한 호텔사우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잠못자고 몸이 찌뿌드해서 새벽부터 이웃도시 영광 시내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사우나 라기 보다는 작은 온탕이 하나있는 동네 목욕탕인데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있다는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온탕에 몸을 담군다..집에서 좁은 다라이에 물받아 하는것으론 몸이 풀리지 않는다.


정말 죽음이 매일같이 왔다갔다 한다는걸 발가벗겨 놓고 거울을 보니 실감난다.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사진중에 수용소에서 구출된 여인의 해골같은 전신나체 사진이 전세계에 충격을 준적이 있는데 내 몰골이 딱 그모양이다.


목욕탕을 가기위해 영광을 다닐려면 필수적으로 영광에도 밥집을 하나 물색해 놔야만 한다. 영광에서 목욕하고 밥먹으러 다시 함평을 갈수는 없으니까..


요즘 매일가는 유일한 식당에서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으라고 구박(?)이 너무 심해서 기분이 상하는 날들이 꽤 된다. 된장찌개나 백반에 7천원 제가격주고 밥 사먹으면서 손님대접은 커녕 구걸하듯 주는대로 먹어야 되니 정말 선택권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당장 식당을 옮길텐데..



사모님이 직접 끓여주는 된장인데 날이 갈수록 엉망이다. 첨에 오랜만에 가니 제대로 재료 다넣고 끓여주더니 요새는 재료 넣기도 귀찮아서 순두부만 푹 퍼다가 끓여주는 날도 있다. 그나마 사모님이 없는 시간에는 끓여주지도 않고 있는거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던지 다른데 가라고 한다.


단골 손님을 이렇게 푸대접하는 이유는 이 식당이 근처 건설 인부들이 밥을 대놓고 먹는 단체급식 식당이기 때문이다. 한명 밥상 차리는게 번거롭고 식사시간엔 그 큰 식당에 아예 자리가 없다. 미리 테이블당 전부 미리 단체 세팅을 해놓기 때문에 한명이 오면 그냥 돌려 보내는게 이득이다. 식사시간을 피해야 그나마 밥이라도 얻어 먹는다.


맛있는 밥집을 찾는 아주 간단한 방법은 건설현장이 있는 주변에 인부들이 어디서 밥을 대놓고 먹는지 알아보면 된다. 힘든 노동일을 할수록 먹는것엔 철저해서 맛이 없는집은 절대 노가다 밥집이 될수없다. 한번 계약을 맺으면 앉아서 돈을 버는것이나 마찬가지 이므로 주변에 대규모 인원을 수용가능 하면서 먹을만한 맛있는 밥집이 없으면 직접 맛있게 만드는 실력있는 아줌마를 섭외해서 건설관계자 지인들이 가건물이라도 세워 직접 차리기도 한다. 큰 빌딩 짓는 인부들한테 밥대주는 식당은 공사끝나면 자신들도 빌딩 지을만큼 돈을번다. 이 모텔 식당은 규모도 되면서 주인 사모님이 음식 솜씨가 좋은 관계로 경찰을 포함 주변의 건설인부들을 모조리 독식했다. 장부 수첩을 보니 최소 십여개 이상의 건설현장 인부들이 모조리 몰려서 식사시간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 시간에 혼자가서 밥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주방앞에서 눈칫밥 먹으며 구박 구박 엄청난 설움을 당한다..그나마 단골이니 밥이라도 주는거지 일반인들은 혼자가면 그냥 내쫒긴다. 다른 식당들이 얼마나 맛이 없으면 그 식당에만 노가다들이 온통 몰리겠는가. 역시 식당은 인테리어고 뭐고간에 일단은 맛이다.



새로운 식당을 영광에서 개척하기 위해 아침이 되는 식당을 찾아 일단은 터미널 근처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순대국밥 보신탕 이런 종류만 즐비해서 터미널 주변은 포기하고 지나가다 본 설렁탕집을 들어가 본다. 아침6시 오픈이란건 그냥 주인의 희망사항이고 대로변임에도 9시는 돼야 영업을 시작한다. 손님은 달랑 나 혼자다.


시골 식당들의 MSG 사랑은 어쩔수가 없다. 기껏 정성들여 사골을 고아서 MSG 로 마무리를 한다. 그럴경우는 다데기장을 달라고해서 무슨맛인지 모를 정도로 맵게 만들어야 그나마 먹게된다. MSG 를 먹으면 좋은점 하나는 MSG 가 일종의 수면제 역활을 한다는것이다. 나의 경우 중국집 음식을 먹으면 유난히 졸려서 누우면 잠에 들게 되는데 이유는 딱 한가지 밖에 없다. MSG 부작용이다. 연구기관 등에서는 근거없다고 하겠지만 사람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갑사 수변공원에 들러 담배한대 빨면서 아침의 단상들을 남기고 있다. 이제 불갑사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집에 들어가 고양이들 밥주고 방 청소하고 음악듣고 어제 다운받아논 영화를 보면서 나만의 시간들을 즐겨야겠다. 인터넷이 안되는 관계로 아이폰을 공유기로 사용해 영화를 다운 받다보니 한편 받는데 3시간은 걸린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5분만에 쉽게 다운받은 영화보다 더 소중하고 값지게 관람하게 된다. 같은 음원이라도 비싸고 어렵게 구한 LP 음악을 듣는것과 유투브로 즉석에서 찾아 듣는것과는 그 느낌의 값어치가 다르다. 같은 물건이라도 뭐든지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니까..


70년대나 있을법한 동네 목욕탕을 가기위해 20킬로를 나가고 먹을만한 밥집이 귀해 군과군 도시 사이를 넘나들고 모뎀쓰던 초창기 인터넷 시절로 돌아가 영화를 다운 받는 아날로그적 재미는 시골에서만 누릴수 있는 재미인것 같다. 그런것에 익숙하지 못한 젊은이들 이나 도시 사람들은 불편해서 못 살겠다고 불평들이 나올텐데 그래서 시골엔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들만 득실 거린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요즘의 초고속 인터넷이나 최신 기기들이 더 불편하다. 식당이나 어딜가도 브라운관 TV들을 흔하게 본다. 연락처 011 번호도 흔하게 본다. 011,017,016,018 번호는 기기변경이 안된다. 우리 부모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기가 망가져서 어쩔수없이 010 으로 바꿔야 했는데 옛날 폴더폰을 아직도 안망가뜨리고 쓰는 사람들이 이곳 노인들중엔 꽤 있나보다.


내가 있는 펜션 TV도 브라운관 이라 내가 쓰던걸 갖고 내려왔다. 요즘은 케이블과 인터넷이 같이 결합된 상품이 더 싸고 혜택도 많은데 펜션 주인 아주머니는 그런것에 일체 관심이 없어 그냥 방마다 케이블 방송만 달아놨다. 우리 어머니랑 똑같다. 돈을 더 주고라도 바뀌는게 싫어서 그냥 케이블 인터넷 따로따로 쓴다. 그렇다고 내가 주인이 싫다는걸 함부로 케이블 방송 지국을 바꿀수도 없고 그냥 맞춰 살기로 했다.


영광 터미널주변을 보면 70년대로 돌아간것만 같다. 다른건 다 적응이 쉬운데 음식만큼은 시골 사람들의 MSG 사랑에 적응을 해야 하는건지..여전히 음식 만큼은 만족스럽지가 않다..목욕탕이 있는 영광 시내에도 지금 내가 구박받으면서도 구걸하듯 밥을 사먹는 그런 맛있는 식당이 어딘가는 있겠지...솔직히 말하자면 대도시에선 그정도 아니면 아예 식당차릴 생각을 못하는데 시골에서는 짱 먹는다. 된장은 왼만하면 기본들은 다 하는데 왜들 그렇게 시골 식당 아줌마들은 된장들을 못 끓이는지...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한번 심층분석 해야만 답이 나오겠다. 된장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진짜 못하면서 음식점을 하는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시골에 많은지 미스테리일뿐만 아니라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 프로에 한번 나올만 하다. 시골 식당마다 손맛보다 왜들 그렇게 MSG 에 목매는지 정말 본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고 손님한테 주는걸까... 진짜 정성들여 맛있게 음식하는 집들은 구석구석 산골에 숨어서 혼자가면 절대 안되고 단체가 와서 예약하면 그 시간에 주인이 나와서 음식을 하는데 백숙, 토끼탕, 이런 종류다.


당분간 열심히 목욕탕 주변의 영광 식당들을 뒤져야겠다. MSG 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적인 양념으로 맛을내는 음식점이면 충분히 감사합니다 하고 맛있게 먹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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