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Sep 06. 2017

흐르는 강물처럼.. 삶도 흘러간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수 없는 삶의 강물


어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오늘 새벽 지금까지 쉬지않고 비가 내린다. 방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안와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비오는 새벽을 맞고있다..


내가 즐겨듣는 93.1 클래식 FM 이 라디오로는 안나오지만 인터넷으로 들으면 하루종일 지난 프로까지 연결해 들을수 있어서 세상의 모든음악 일주일치 방송을 하루에 다 듣는다.


어제 오늘 요 며칠간 계속 우울한 집안소식들을 듣는다. 전원주택에 홀로 거주하시는 아버지가 결국 요양원으로 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휴스톤에는 기록적인 허리케인이 불어 국가적 재난상태 인데 휴스톤에 살고있는 동생 역시 콜로라도 까지 온 식구가 피난갔다가 하루종일 운전해 집에 막 도착했다고 한다.



내 동생의 대책없는 무한 낙천적 성격을 어릴때부터 보아왔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이다. 전재산이 날라갈지도 모르는 재난 상황에서도 마치 가족소풍 다녀오는듯 1박2일 운전해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페이스톡을 했는데 장난치고 환하게 웃는 표정이다.


빈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30년 모기지론으로 평생 코꿰고 장만한 대저택인데..다행히 앞블록에 비해 큰 피해는 없다지만 에어매트를 보트삼아 수상 생활을 하는 여유만만한 재난 사진들을 보내온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수 없는 천재지변 인지라 체념하기도 쉬운가보다.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내 낙천적 성격과 동생 성격이 참 많이 비슷하다.



아버지의 요양원행 소식에 많이 우울한데 소식을 전하는 혼자 계시는 어머니도 상태가 많이 안좋아 내가 이렇게 시골에 홀로 유유자적 있을 상황이 아닌듯 해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동생이 다녀간 뒤로 어머니 역시 눈 상태가 많이 악화되고 우울증이 더 심해지신듯 갑자기 확 늙고 전화 목소리도 병자처럼 갈라지고 해서 서글픈 감정이 밀려온다. 하루종일 의지하던 TV 도 눈을 감고 소리만 듣는다고 하신다..


내가 옆에서 챙겨드릴 상황이 아닌지라 어머니 마저 요양원 가야되는것 아닐까 걱정이 돼서 물어보니 요양원 이라는 말에 단호한 거부감을 보이신다. 내집 놔두고 요양원 갈 상황이면 죽겠다 라는 확고한 의지를 지니신듯 하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아버지 역시 그러하셨는데 결국 음식 혼자 차려먹기가 한계에 이르러 밥차려줄 사람이 필요하게 되셔서 어쩔수 없는 상황이 된것같다.


사람이 사회생활 경험이 적고 혼자서 오래 생활하거나 하면 모든 주변 상황에 대해 자신만의 독단적 사고방식을 지니게 되는데 대부분의 노인분들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기와 같은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처음 대하는 사람임에도 사람을 만나면 자기 생각이나 상황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이 자기말을 다 들어줬다고 착각 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 살이란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판단력이 약한 노인이라 판단되면 상대방의 어려움을 도리어 약점이라 생각하고 어디 사기칠만한 구멍이 있나 이리저리 재보는 사람들이 한국엔 더 많다.


아버지의 노년 삶은 대부분 그런 피해가 일상생활이 된지 오래다. 어머니도 그런 조짐을 보여 사람들과 접촉해 일 처리 하는 이야기 들을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됏어 내가 알아서 잘 얘기했으니 잘 처리될거야 넌 걱정하지 말고 니 몸상태나 걱정해." 하시는데 전후사정을 파악해보면 오마이갓 소리가 저절로 나올때가 많다. 결과를 보면 내 예측이 거의 항상 맞아 들어간다.



예를 들면 아버지 집 옥상에 방수공사도 어머니는 나름 잘 설명해서 그 사람이 잘해줄거라고 철저히 믿고 계시지만 내 생각엔 도리어 노인이라고 터무니 없는 바가지를 씌울거라고 예측하고 정확하게 시세금액을 조사해 알려드리고 그 이상이면 절대 공사 맡기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다.


프로라면 묻자마자 견적을 바로 낼텐데 자세히 알아보고 낸다고 하루를 끌더니 시세보다 세배이상을 부른다. 조그만 개인주택 옥상 방수 공사에 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부르는 미친놈을 어머니는 참 친절하고 남속일 사람 아니라고 내가 말하기전까지 칭찬이 대단하다. 실상은 방수공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수도공사 왔다가 방수 이야기를 듣고 왼떡이냐 하고 자기 전문도 아니면서 자기가 재하청을 주려고 이리저리 견적 알아보고 자기몫으로 두배이상을 얹은것인데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그런 내막을 알리가 없다. 눈앞에서 친절하고 예예거리면 있는속 없는속 다 드러내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잡아잡슈 하신다.


결국, 내가 시골에 내려가 있는동안 혼자서 처리하셨는데 그 내막은 알길없고 내 생각에는 터무니 없는 금액인 8백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바가지를 쓰고도 큰소리도 못치고 도리어 부르는것 보다 사정사정 싸게해서 인부를 많이 못부르고 부부가 와서 땡볕에 3일간 힘들게 일했다고 고맙다고 생각하신다. 방수공사는 거의 인건비인데 두사람 며칠 인건비가 8백만원인 셈이다. 내가 그게 아니라고 답답해 하면 "됐어 됐어" 더이상 말꺼내지말라고 몰라몰라 이다. 그야말로 노인네들 상대로 속여서 폭리를 취하는건 어린아이 팔 비틀기 만큼 쉽다는걸 수없이 접하게된다.


다단계 꼬임에 넘어가 이름도 없는 이상한 라면을 이천만원 어치 카드로 결제한 아버지.. 물건은 거래된적도 없고 회사창고에 보관중이니 언제든 찾아가라고 집안에도 숨기고 사기당한줄도 모르고 혼자서 그많은 라면을 어떻게 처리하나 끙끙거리던것을 시작으로 20년간을 그런식으로  아버지는 남에게 당하기만 하면서 노년을 보내셨고 지금은 어머니가 또 그렇게 남에게 속임을 당하시면서 지낸다.


전화로 물건 강매 하는것 거절하는것도 어려워 하셔서 옆에 붙어서 난리를 쳐대야 그나마 거절하시는데 그런 노인들 상대로 필요없는 물건이나 바가지 상품들을 파는 사람들이 한번 리스트에 올리고 달라붙으면 그야말로 거머리도 그런 거머리들이 없이 집요하다. 몇달간에 걸쳐 수시로 전화하고 해서 결국 마음약한 노인네들에게 바가지 물건들을 강매하고야 만다.


한번이라도 물건을 산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관리 라고 하는데 눈탱이 맞는건 한번이면 족하다. 어머니의 경우 유명제약 회사의 오메가3을 시중가보다 세배이상 주고 사탕발림 텔레마케팅에 넘어가 한번 구입하셧는데 떨어질때 되니 그 이후로 계속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인터넷만 봐도 같은제품이 3분의1 가격으로 판매중이라 내막을 알고난후는 내가 때되면 온라인으로 같은 제품을 주문해 사드리는데 일반인들은 절대 속아넘어갈수가 없지만 인터넷을 사용 못하고 세상물정에 어리숙한 혼자사는 노인분들이 그런 사람들의 장기 타켓이 된다.


아버지 집에 가보면 그런 쓸데없는 바가지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얼마나 그런 사람들이 어리숙한 노인네라고 달라붙어 뜯어먹었는지 그냥 바로 알수있다..어머니 역시 그런 취약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시다.. 워낙 에고들의 세상이 험하고 한국은 특히나 난장판이라 판단력 약한 노인들은 절대 도시에선 혼자살만 하지 않다.


이번에 아버지 요양원 처리 문제도 내가 올라가서 처리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머니 역시 거동이 불편해 전화로 사람들을 불러 요양원에 모시고 가게 했다는데 어머니는 그 사람들에게 자기가 잘 설명했으니 좋은데로 잘 모셔서 잘해줄거라 철저히 믿고 계시지만 어디 요양원 인지도 모르고 그런 처음 대하는 낮선 사람들에게 요양원 선택권을 준다는것 자체가 자식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어머니는 자기가 잘 얘기했으니 그사람들이 자기말대로 다 들어줄거라 철저히 믿고계신다.



예전에 고기가 귀했던 때, 이외수 작가가 막 뜨기 시작할 무렵에 이외수 작가가 힘들게 살았던 무명시절 이야기가 잡지에 실렸던게 떠오른다. 아내가 첫아이를 낳고 장모님이 오셔서 양지고기를 사오라고 시켰단다.


이외수 작가는 난생처음 아이 아빠가된 기쁨에 푸줏간에 가서 양지고기를 달라고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신나서 주인에게 했다고 한다. 그동안 가난해 고기를 사본적이 없지만 오늘은 자기가 아버지가 된 너무나 기쁜날이라 양지고기를 처음 사본다고 말했는데 주인은 그말을 듣고 고기가 하나도 붙어있지 않은 기름덩어리만 썰어 주었다고 한다.


이외수 작가는 원래 양지고기가 하얀색인줄 알고 신나서 주는대로 받아왔는데 장모가 보고는 기가막혀 바보천치라고 한숨을 쉬었다는 이야기 이다. 이외수 작가는 그때 진짜 분노해 살의를 느꼈다고 한다.


자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면 그것을 듣고 좋은 고기를 줄것이라는 생각은 이외수만의 독단적 판단이고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다. 한국사회 대부분이 그러해서 다른 사람도 자기와 같거니 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에고들의 사회에서 약점을 노출시키는 상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대부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가 어쩔수 없이 그런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적 약자들에게 오히려 더욱 가혹하기만 하다.


어머니도 인터넷만 하실줄 알아도 그렇게 세상물정에 어둡지는 않을텐데.. 동생이 쓰다가 놔두고간 스마트폰을 그대로 놔둬서  페이스톡 오면 그냥 받기만 하시면 된다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몰라 안돼." 뭘 눌러야 통화가 되는지 모른다고 하셔서 결국은 스마트폰으로 페이스톡은 포기했다.


아무래도 조만간 추석전에 집에 한번 올라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삶이란것은 절대 원하는대로만 살아가게 되어있지 않다.. 특히나 천재지변과 인간의 노화로 인해 발생되는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돌봐줄 사람없는 나같은 중환자는 혼자 마음놓고 아프거나 요양하고 싶어도 주변 상황이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내가 살기위해 이리저리 얽힌 관계들 대부분 끊어냈지만 가족들과 부모님 일만큼은 그냥 무시하고 방관할수가 없다.


나하나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노환으로 인한 부모님의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첩첩산중에 막막하기만 해서 우울해진다..그것이 운명이란 것이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수 없이 흘러가는 삶의 강줄기 인것 같다..흐르는 강물을 막기엔 내 힘이 벅차서 어디로 흘러갈지 그저 지켜볼수 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빠르고 편리하진 않아도 느리고 여유롭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