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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09. 2017

서해안 끝자락에 있는 '임자도' 까지..

조심스럽게 장거리행에 나서다..


요 며칠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집안일 때문에 우울함에 함몰돼서 머리가 잡스런 생각들이 점령해 버린듯 잠도 잘 못자고 기분이 마냥 가라앉는 와중이라 기분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 이다. 기분전환에 가장 강력한 처방제는 역시 여행 이다. 마이크 스턴의 강력한 퓨전모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해변가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에 나선다.


임자도란 서해안 끝자락 섬인데 해변가 12km 정도를 말타고 거니는 상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침을 먹고 날씨도 괜찮은것 같아 예정에 없이 그냥 부담없이 출발한다.


일단 네비게이션은 바닷가를 가로질러 도로가 있는것처럼 알려줘서 그냥 차타고 가면 되는줄 알았는데 막상 와서보니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가야 되는 시스템이다. 진작 알았으면 왔을까나...



에고라는 의식자체가 독립적인 의식이 아닌 육체에 지배당하는 부속물 인지라 에고의 우울증은 단순한 호르몬과 화학작용의 결과인데 도파민이란 물질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찾아온다. 도파민이 생성되지않는 병인 파키슨이란 병이 그래서 우울증을 동반 하게되고 환자들의 자살율도 다른 질병에 비해 월등히 높다.


육체의 통증이 있을시는 당연히 에고의 행복감 만족감은 불가능하고 어쩔수 없이 우울증에 빠지게 돼는데 그 통증 강도에 따라  달콤한 자살유혹에 빠지게 된다. CRPS 라는 원인모를 질병에 걸리면 대부분 환자가 자살을 생각할만큼 고통스럽다고 한다.


외상으로 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바람만 불어도 칼로 살을 에이는것처럼 아프다고 하는데 주변에선 겉으로 이상이 없는지라 꾀병이라고 대부분 무시한다고 한다. 그 통증의 외로움과 고통은 오로지 환자혼자 감당해야할 몫이다.


말기암 환자의 통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통증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 아무 의미없이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우울감에 빠져들게 되고 살아있음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매번 집에 한번 올라갔다 올때마다 죽음의 문턱을 코앞까지 경험하는지라 이번엔 진짜 힘들게 다스려논 몸상태가 어떻게 버텨줄지 자신이 잘 서질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상 이번엔 정말 죽을수도 있겠다란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서 처리해야될 일들이 쌓여있는지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의문에 빠지고 우울증이 안생길수가 없다.



새벽에 잠깐 잠이들어 아침에 눈을뜨고 부지런히 아침 사먹으러 나왔는데도 9시를 살짝 넘겨버렸다. 아무거나 주는대로 먹겠다고 인부들 먹고 남은거 있는거 달라니까 무국을 내준다. 역시 맛있게 하는집은 무국을 끓여도 왼만한 집 갈비탕 보다 낫다.


카운터에 잔뜩 올려있는 밥대놓고 먹는 인부들 회사 수첩갯수만 봐도 식사시간 외에는 그야말로 마냥 한가해보이는 이집이 얼마나 대박집인지 알수 있다. 보통 노가다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세끼를 대놓고 먹는다. 수첩 하나당 한달매출 ? 정도는 나올테니 매달 ?대 매출을 올리는 식당인셈이다.



서해안 끝자락에 있는 임자도에 혼자와서 할짓이 끝없이 돌아가는 파도소리 루핑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고 흡연하는것 밖에 없다. 펼쳐진 12Km 해변가는 마냥 썰렁해서 뭘해야 좋을지 아무런 생각이 안 떠오른다. SUV 차량만 있었어도 모래사장 위를 마냥 드라이브 할텐데..영화나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저녁놀 지는 해변가를 말타고 멋진 광경을 연출해볼까 했지만 말을 직접 코앞에서 보니 말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서로 힘든데 뭘 올라타나 생각이 들고 뭣보다도 승마체험장에 사람들이 단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단체가 오지않으면 영업을 안하는둣 하다.


12km 해변가에 사람이 없으니 차를 타고 가도가도 그 모양새다. 파도소리 들으며 그냥 여기저기 드라이브만 한다. 옆에 튤립공원 이란데가 있는데 겉에서 보니 역시나 사람이 없고 썰렁해서 돈내고 풀밭에 혼자 들어가서 뭐하나 별로 땡기지가 않는다. 일부러 관광지까지 직접 와서 막상 땡기는게 없는거 보면 우울증세가 있긴 있나보다.



해변가에 커다랗게 중국집 광고가 호텔급으로 근사하길래 뭔가 굉장한 요리를 선보이는 맛집이 아닐까 광고판에서 5Km 떨어진 곳까지 자장면을 먹으러 간다. 자장면 맛집중에 섬에 자리잡은 고수가 방송에 소개된적이 있어서 여기도 혹시.. 했는데 그냥 평범하고 허름한 중국집이다.


혹시라도 간자장이 되나 주문을 했더니 주방에서 화장한 아줌마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뛰쳐나와 그냥 자장을 먹으라고 강요를 한다. 외진 시골일수록 간자장은 1인분이 안되는데 간자장 1인분을 시키는 손님은 싸가지 없는 손님 취급당한다. 역시나 여기도 마찬가지다..간자장 1인분은 엄청난 기술이 든다나..ㅋ  일단 주방에 들어가 요리하는 사람이 화장을 한다는것 자체가 프로근성과는 전혀 연관없음을 알려준다.


배에 탈때부터 안내하는 아저씨를 비롯, 모든 사람들이 불친절이 몸에 뱄는데 여기가 바로 그 악명높은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벌어진 신안군이다..


신안노예 사건이 시골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다른 비슷한 정신지체 자들 인권유린 사건들보다 해외토픽에도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더 끔찍하게 각인된 이유는 납치감금된 노예인원만 70여명에 관공서 마을 사람들이 알면서도 묵인한 공모자이고 경찰들이 탈출한 이들을 찾아내 다시 범죄를 저지른 마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보냈다는 사실때문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끔찍한 경우는 없다. 20년을 그렇게 노예로 지낸이들이 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건 당연하다..신안군은 그 사건으로 이미지에 두고두고 엄청난 먹칠을 한 셈이다..사랑받던 유명한 신안 천일염은 전국민에게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전락했고 소비자들의 집단 구매거부로 이어졌다.



시골 사람들이 비록 순박한면은 있지만 '김복남 살인 사건' 영화에서 보듯 순박한 근성들이 이성적 판단은 무시하게 돼서 타지역 사람들이나 동물들 에게는 악마적 근성들을 보일때도 있다.


내가 거주하는 펜션 주변의 길양이 들이 일정 크기 되는 녀석들만 일제히 몇달전 자취를 감춘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임신한 애들은 빼고 새끼들 빼고 가장 늙고 이상한 종자인 시꺼먼 애 1세대 빼고 다 성장한 애들만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동네 길양이들을 잘아는 누군가가 날잡아 씨종자만 남기고 약탕 한다고 잡아갔다는 이야기 이다.길양이들이 사람을 무조건 겁내는 이유도 해마다 그렇게 잡혀가는걸 직접 겪어보기 때문일것이다. 지금 있는 새끼들도 그만큼 자라면 같은 길을 밟게될것이다..


어쨌든, 배타고 서해안 끝자락 섬까지 들어와 매우 짠 자장면 한그릇 먹고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가려고 대기중이다. 여행은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이지 막상 종착지에 오면 할것도 없고 볼것도 없다..


숨쉬기도 괴로운 상태로 당장 죽음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기다시피 시골에 내려와서 오늘은 벌써 정상적으로 두끼를 먹었는데 내 주먹만한 단단한 종양을 다스리는데 꼬박 한달이 넘게 걸렸다. 회라도 조금 먹을까 했지만 괜한 무리할 필요는 없을듯 싶다.



코앞에서 오락가락 하는 죽음이 너무나 친숙하기에 도리어 관심이 사라진다고나 할까.. 아침에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늦게와서 식사시간 다 끝나서 줄게 없다고 빨랑좀 일어나서 운동도 좀 하고 일찍일찍 밥먹으러 오라고 하길래 자연스럽게 솔직히 내 사정을 털어놓는다.


"저도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밤새 아퍼서 아침에 잠들때도 있고 제시간 맞춰 오기가 쉽지 않네요"


" 어디가 아픈건데?"

" 그냥 암이예요.. "


수술시기를 놏쳐서 그냥 저냥 살고있다는 말에 안타까워 야단을 친다.. "어쩌다 그렇게 늦게 발견했데 ㅉㅉ..." 사모님도 아주머니에게 그말을 들었는지 건강해지라고 당부를 한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니 더이상 식사시간에 늦게온다고 구박은 안하겠짘ㅋ. 어쨋든 그렇게 싱거운 임자도행 여행을 마치고 귀향배에 승선해 대기중이다..


요즘 커피 전문점 마다 인스턴트 커피들을 따로 출시해 방안에 종류별로 인스턴트 커피가 즐비한데 커피를 마시고싶어 외출했다가도 집으로 일만보고 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궂이 맛없는 커피를 밖에서 사먹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인스턴트 지만 밖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나은것도 있다.


어쨋든 진짜 여행은 목적지 까지 가는과정 드라이브 길이다.. 일단은 이번에 시골에 내려와 백킬로 넘는 장거리 행은 오늘이 처음인데 몸이 그만큼 부담없어진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그냥 아프지 않고 평범한 삶만 되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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