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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11. 2017

환자가 혼자일때 화나는 것들

삶이 그대를 속이는데 화를 어떻게 참으라고...


결혼을 안하고 가정을 꾸리지 않은채 홀홀단신 사는것이 건강할땐 엄청나게 편하고 자유로울수도 있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중년남자를 옭아매는 고달픈 짐은 어찌보면 가장 이라고 하는 한 가정의 리더로서 가족들에게 해야할 맡은바 책임 때문이다.


가장이 병이들고 중환자가 될 경우는 때론 한가정을 풍비박산 만들기도 하는데 거의 어김없이 ' 돈'때문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대비책이 있는 가정은 아플때 가족이 있어서 환자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낼수 있다. 실제로 중환자의 병간호는 직계 부부나 가족이 아니면 간병인을 구한다고 해서 돈으로 해결할수 있는 부분이 아닌경우가 대부분이다. 암 투병등을 이겨낸 사례들을 살펴봐도 남자들의 경우 거의 100% 가깝게 헌신적인 가족의 돌봄이 있기에 가능한 경우들이다. 즉, 죽을병에 걸린 환자를 살리는것은 거의 실제적으로는 주변 가족들이란 이야기 이다.


나같은 경우 요 며칠 컨디션이 아주 안좋다. 나 아픈건 어디가서 아야 소리도 못하겠고 도리어 나는 둘째치고 연로한 부모님들 문제가 답이 없어서다. 요즘은 정말 이런식임조만간 내가 죽겠구나 싶다.


"삶이 그대에게 구라치더라도 빡돌지 마라"

" Life Lie you Don,t PPak"


외국 푸주간 모시기가 한 말이라는데 삶이란것이 왜 나에게 이런 답없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주는지 쉽게 수긍하기가 쉽지않다. 4월달 병원에 갔을때 의사가 당장 입원하라고 다그칠때 보호자 없이 혼자라는 말에 의사도 난감해하고 나 역시 답이 없어서 어떤 치료도 포기한채 그냥 병원문을 나왔다.


치료나 수술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보호자 절대동의가 없으면 의사들은 어떤 의료사고 논쟁도 피하기위해 무조건 손을 땐다.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의사도 할게 아무것도 없다. 나에겐 보호자가 되줄 가족이 누구도 없다. 의사는 미국가 있는 동생이라도 부르라 하지만 그게 내 입장에서는 형제들에게 죽기보다 싫은 민폐인지라 말이 안된다..


다리와 엉덩이뼈 관절 사이에 요 며칠간 스트래스 받았더니 새끼암세포들이 조르륵 원격전이 돼 있다. 전에 병원에 갔을때 의사가 제일먼저 체크하던 부위라 나 역시 관심을 가지고 매일 체크하는데 결국 요 며칠사이에 주루륵 달렸다. 보통 사람들은 그러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테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냥 조금 짜증나는 정도다. 어차피 얘들이 내 목숨을 위협할 정도 되려면 조금 시간이 여유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밤에라도 나를 저세상으로 데려갈수도 있는 거대한 메인이 딱 버티고 있는데 그런 새끼들까지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


어쨋건 몸상태가 어떻게 변하건 간에 병간호나 보호자가 없어 죽을때 되도 병원에 입원할 형편이 안되는 혼자인게 처량하게 느껴진다. 응급실이라도 실려가 혼자 입원하면 정말 의지할데 하나 없이 배를 가른채 며칠내 혼자 침대에서 죽어갈 비참한 상황이 눈에 그려진다..의사가 그때 말한 당장 장기들을 전부 도려내지 않으면 몇달안에 조만간 응급실로 실려와 더 끔찍한 최후를 맞을거라는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 실제 응급실 실려갈 위기를 수차례 지났고 예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이다.



요즘 내 몰골을 보면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마르고 온통 화상에 벌레물린 상처 투성이라 정상 회복불능 상태로 피부가 다 망가졌다.


*병원에 가보니 피부는 벌레물려서 그런게 아니라 습진같은 일종의 피부질환 이라고 해서 연고를 받아왔다. 온갖 자질구례한 병세로 온몸이 멀쩡한데가 없다..누명씌워 미안하다. 레들아..


45kg 몸무게는 누가봐도 사색이 완연해 죽음이 코앞에 닥친 사람임을 한눈에 알수 있어서 시골이라도 가급적 사람들 안만나려고 혼자있는중인데 철부지도 아니고 죽음이란 것에 무지한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철없는 말로 나를 전화할때마다 기진맥진 짜증나게 만든다.


가장 어처구니 없고 짜증나는 경우가 세상 사람들과 복닥대다간 바로 죽을것 같아 간신히 깡시골까지 피신해 와 있는데 궂이 여기까지 기필코 쫒아와 나를 보겠다고 하는 후배 친구들 전화받을때이다. 심지어는 마지막일지 모르니 여행을 같이 가자란 말도하고 환자가 뭘 원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피해있는 나를 궂이 괴롭히러 오겠다는 말이다. 전화받을때도 항상 여유롭게 농담하고 상당해주고 하니 다들 내가 왼만큼 살만하다고 착각들 하는것같다. 그러니 장폐색으로 아무것도 못먹는다고 하니 미숫가루 먹음 된다고 미숫가루 괜찮잖아 왜? 자꾸 되물어 나를 결국 화를 내게 만드는것 같다. 그말은 곧 나 당장 죽을것 같다란 말인데도 상태를 전혀 알아채지를 못한다.


모든 어처구니 없는 간섭과 참견들이 에고들의 사고방식 한계에선 나름 나를 위한다는 말과 행동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시골까지 피신해 있는 나를 기필코 신경쓰게 만들어 죽이겠다는 행동이다. 프래디 머큐리가 죽고난후 남긴 Queen 의 마지막 유작중에 'Too Much Love Kill You' 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진짜로 원하지 않는다고 '오지마' 를 기진맥진할때까지 설득해야 진심인가? 조금 납득을 하는듯 싶다.


에고들은 죽을때가 돼면 누군가 그렇게 보고싶고 외롭고 누군가 찾아와주고 해야 위안을 받는가 본데 나는 진짜 전혀 아니올시다 이다. 젊을때 내 연애들이 전부 실패로 끝나 관계가 끊어진것들이 상대도 그럴테지만 나 역시 지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내 이런 구차한 모습들을 보이는것도 싫고 위로랍시고 쓸데없는 말장난들 들으며 노닥거린다고 위안이 되지도 않는다. 그냥 전혀 상대방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엉뚱한 소리들에 짜증만 날뿐이다.


형이 전화가 왔길래 정말 거의 처음으로 형에게 화를 낸것같다. 생활에 치어 사느라 부모님 신경 못쓰고 지방에 내려가 있는지라 가족들과 떨어져 집에도 잘 못오는 힘든 사정은 잘 알지만 그래도 몸이라도 건강하면 생활환경을 바꿀 선택권은 힘들어도 불가능은 아니지 않은가..아이들 교육때문에 일때문에..이런저런 올가미에 걸려 몇년째 꼼짝못하고 돈버느라 지방에 갇혀있다고 한숨 쉬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건강하니까 돈벌이 직장을 포기하면 움직일수 있는 선택권은 있다. 나부터 오늘내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정말 나 아픈건 아야 소리도 할데가 없고 그런 내가 단지 백수라는 이유만으로 요양을 포기하고 움직여서 부모님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화가 안날수가 없다.


결국 내가 화를 내자 알았다고 자기가 알아서 전부 처리할테니 너는 신경쓰지말고 몸간수나 잘하라고 한다. 그래도 형이 일 하던것을 멈추고 올라와서 처리한다니 마음이 좀 놓인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형과 형수가 일과 생활 환경을 전부 바꾸고 어머니와 합쳐서 사는 모습일텐데 어찌될지는...형의 의지와 결심, 아이들 때문에 이사 불가라는 형수의 고집을 꺽을수 있는가 이다.



어제 하루종일 라면 하나랑 과자좀 먹고 밤새 잠못자고 비오는 소리에 인터넷 콩앱으로 93.1 라디오만 들으며 오늘 낮까지 있었더니 몸이 으슬으슬한게 쓰러질것만 같다. 어질어질 한 힘든몸을 이끌고 밥을 사먹으러 영광까지 갔다. 된장을 끓여주는 식당에 가려면 인부들이 밥을 다 먹을 점심 식사시간이 끝나고 가야 뭔가 얻어먹을텐데 도저히 그때까지 버틸 힘이 없어서다.


드디어 청보리 식당에서 날씨가 쌀쌀해 졌다고 우거지탕을 개시했다. 내년 봄까지 사먹는 메뉴가 하나 더 등장한것이 너무나 반갑다. 이 식당도 국물에 MSG맛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거지탕은 먹을만한 맛이다. 곰탕 갈비탕은 맛이없어 먹지 않는다. 언제한번 이 식당의 메인인 생고기를 사먹어봐야 하는데 가격이 참 만만치 않다. 이 지역 한우 맛있는건 유명해서 어딜가나 생고기집 일색인데 마트에서 사서 구워 먹어도 가격은 그 가격이다. 한점 포장에 3만원 가량 하는데 마당에서 두세명이 구워 먹으려면 몇팩은 사야 한점씩 맛이라도 보니까..20만원은 든다.



MSG 가 들었지만 먹을만한 우거지탕을 맛있게 먹고 바로 집에 돌아오는길에 무화과를 한박스 5천원 팔길래 냉큼 집어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만원 이었는데 무르기 시작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놈들이다. 무화과도 이제 막판떠리 인것같다..포도는 지난주 한껏 사다가 신나게 먹은것 까진 좋았는데 갑자기 몸에 당도가 올라가니 종양이 땡땡하게 부풀어 올라 장폐색 위기를 겪고난 이후는 겁나서 아무리 싸도 집어들지를 못하겠다. 무른 무화과는 그냥 뭉개서 한입 베어먹고 반 이상은 껍질이랍시고 버리게 되는데 아무 맛도 없고 당도가 없어 많이 먹어도 부담은 없다. 일단은 형이 자신이 처한 환경과 부모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때까진 집안일은 신경 안써도 되겠다..


마음놓고 혼자 아프던지 죽던지.. 나만 신경쓰고 살아남기도 너무 힘든 날들인지라 나에게 더이상 짐을 얹는 부담가는 사회적 관계들은 당분간 잊고싶다..  그놈의 불치병 걸린 사람이랑 노닥거리는 '라스트 콘서트' 류의 영화들이 전세계 사람들 이성을 집단 마비시켜놓듯 하다. 죽을때 혼자 조용히 죽더라도 주변에 민폐끼치며 구차하게 마지막 까지 지저분한 에고들의 관계들 갖는거 정말 하기싫은 짓이다..


죽을병 걸린 환자를 찾아와 놀아줘야 환자를 위하는 일이라고 착각들 진짜 많이하고 오해들 많이한다. 가족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친구들이지만 명목은 나 보러온다는 핑계로 여행와서 어쩔수 없이 내가 숙소 신경쓰고 식사 신경쓰고 하루종일 타인에게 신경쓰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식구건 뭐건 무조건 신경 안쓰이게 하는것이 나를 진정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일이다.


차라리 이것저것 사보낼까 귀찮게 하고 찾아온다고 자기들 시골에 여행올 생각들 하느니 그냥 밥사먹으라고 돈이나 조금 부쳐주는게 가장 진심으로 나를 생각하는 길이고 신경안쓰이고 고맙게 느껴진다. 죽던지 살던지 ..식구건 남이건 주변에 아무런 민폐없이 그냥 조용히 있고싶다..


죽을사람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위안주고 치료한다고 착각하는 영성인이나 목사들도 가끔있는데 그런 원숭이 놀음을 내앞에서 벌리면 정말 죽어가다가도  화나서 벌떡 일어날것 같다. 죽는것도 화나는데 죽음에 무지한 원숭이들이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지가지 장난질 하는걸 참아내야하는건 정말 참을수 없는 모욕같다.


https://brunch.co.kr/@yemaya/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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