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Sep 22. 2017

이해를 바라지 않고 내길을 꿋꿋히 간다..

진실을 가리는 인간들의 고정관념


아주 어릴적 내가 초등학교 갓 입학한 나이였을때라 생각된다. 가족끼리 청평에 물놀이를 간적이 있다. 당시 청평은 가족끼리 물놀이 즐기기 아주 좋은 강가 였던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얕은 개울물에 들어가 신나서 물놀이 하는중 갑자기 물컹하고 바닥이 푹 꺼진다. 수영을 못하는 꼬마인 나는 발이 땅에 닿지않고 더러운 강물이 입가를 침범하자 순간적으로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가족들을 보니 불과 십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버지는 개헤엄을 치고있고 형이랑 엄마랑 모두 즐거운 표정들을 지으며 물장난들을 하며 웃고있다. 몸이 물속에서 디딜데가 없이 무중력 상태처럼 아무런 제어를 못하게 되자 물살이 세서 몸은 점점 깊은데로 빨려 들어가고 나는 내가 물에 빠졌음을 알았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식구들에게 어떻게 말로 해야할까.. 강물을 삼켜가며 고민하다 일단 형을 불렀다. "형..나 발이 땅에 안닿아.."  형은 그냥 멀뚱 멀뚱 쳐다만 보고 별 관심이 없어한다. "아빠.. 나 발이 안 닿아..나좀 대꾸가줘.." 엄청난 공포감에 휩쌓인 다급한 내 심정은 아랑곳 없이 아버지 역시 계속 웃으시며 여유있게 얼굴씻고 느릿느릿 오셔서 나를 발이 닿는곳까지 몇미터 데리고 나오신후 바로 다시 관심끊고 물놀이에 열중 하신다. 나는 그때 그 경험이후 물에 들어 가는게 싫고 수영장 가는것도 싫어해 아직까지 수영을 못한다.


당시 강물을 삼켜가며 떠오른 생각은 TV 등에서 보던 물에빠진 사람이 외친다는 "사람살려" 라는 고함 이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그런 창피한 모습을 연출하기는 싫다 였다.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면서 바로 눈앞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즐기는 가족들을 보면서 이성을 차려 정확하게 말해도 내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 인간들에 대한 기억나는첫번째 기억이자 잊을수 없는 물에대한 짧은 악몽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명예나 자존심 체면 보다는 실리를 택한다. 그게 현명한 처신이고 체면 때문에 손해보는 일을 자처하는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다. 남앞에서 약한모습 보이고 비굴하게 아쉬운 소리 하느니 왼만하면 그냥 혼자 어려움을 감내하고 만다. 식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단 한번도 나는 남앞에서 나에대해 솔직하지 않은적이 없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 없어 진짜 거지라고 말해도 주변 아무도 믿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절대 궁핍한 표정이 아닌 항상 여유로운 태도 때문에 그럴것이다. 그런데 내말은 사실이다.


돈이 있으면 남이 뜯어갈까 생각해 여유 있으면서도 일부러 궁핍하게 "내가 돈이 어딨어" 엄살을 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돈이 여유가 있을때나 거지일때나 별반 다를바가 없다. 있으면 있다고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뒤에 뭔가 큰 백이 있어서 내가 항상 여유를 부리는줄 안다. 돈없다고 기까지 죽을 필요 뭐 있는가..


평생 어릴적 빼고는 병원한번 가본적 없던 내가 아프다고 하면 진짜 많이 아픈것이다.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엄살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무시한다.


급성빈혈로 병원에 처음 실려가 수혈 받으며 이것저것 검사 시작할때이다. 암이라는 최종진단이 나오기 전인지라 일단은 수혈받으면서 하루를 입원해 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기절할 지경인지라 의사 선생님에게 배가 아픈데 어떻게 조치좀 취해달라고 배안아픈 정로환 같은 약이라도 달라고 애원했지만 의사는 " 지금 그런걸로 어떻게 해결할 상황이 아니니까 검사 나올때까지 기다려 보세요"  그냥 무시다.


내 생각에 이토록 환자가 다급하고 아픈데 응급실은 못 데려갈 망정 왜 무시할까 했는데 내가 점잖게 조용조용 말로 하니 그랬던것 같다. 그때 의사가 내 상태를 알았더라면 진통제라도 처방했어야 했다.


나는 배가 너무 아프다고 차분히 이성적으로 잘 설명하면 알아서 의사가 응급실로 데려갈줄 알았는데 의사가 내말을 무시한 바람에 나는 그냥 쌩으로 통증을 참으며 병원침대에서 하루를 날밤세워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통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병원에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어서 수혈만 두통 받고 그냥 다음날 아픈채 퇴원해 버렸다. 나중에 14cm 라는 거대한 종양이 장폐색 증세를 일으키며 피를 철철 흘리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때 나는 응급실에 갔어야 되는 상황이 맞았었다.


나중에 사진을 본 의사가 나보고 아니 어떻게 이렇게 될때까지 가만 있었냐고 미련하다고 황당해 하던데 분명 죽을만큼 아프다고 확실하게 한국말로 얘기했는데도 그냥 쌩깐건 자기면서 말인지 막걸린지...


그 전에 찾아갔던 동네 종합병원 의사도 마찬가지로 당장 아파 죽겠다고 하는데 검진만 하더니 소견서 써주고 더큰병원에 가라고 내쫒기만 했다.


그간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때 아마 아무리 죽을만큼 급하고 아파도 내가 응급실 내발로 찾아가면 수속밟고 검사 대기하라고 할게 뻔해서 의사들도 차분히 말로는 내 상태를 이해 시키기가 불가능 하다는걸 깨닫는다.



가장 친한 친구도 장폐색 증상으로 아무것도 못먹는 상황을 전혀 이해못하고 미숫가루 타령하다 내가 결국 화를내니 뭐좀 깨달았는지 아직까지 전화한통 없다. 그때 죽기전에 임자도에 가서 말탈까 생각 하다니까 내가 얼마나 아프고 심각한 상태인지 말해도 안믿는 눈치이다.


이제 선배의 버섯 농사가 막 시작돼서 한참이다. 축제들도 시작돼고 정신없이 바빠서 일손이 하나라도 아쉬운건 이해 하는데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내 몸상태를 전혀 이해 하지를 못하니 항상 이것저것 심부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 시킨다. 버섯좀 따라고 다그치지를 않나.. 택배 배달서부터 축제 준비로 버섯나르는것등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시켜도 간단한 배달쯤이야 해줄수 있는지라 별말없이 작년에도 하곤했는데 선배 눈에는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일 안하고 뺀질뺀질 탱자탱자 하는 놈으로 보이나 보다.


선배는 사람좋고 인간성 좋고 다 좋은데 전형적인 시골사람들 스타일이라 아무거나 잘먹으면 병은 다 낫는다 라는 식으로 나를 대하는지라 자기말 들으라고 조언한답시고 불러다 이거먹어라 저거 먹어라 다그치면 나는 스트래스를 받게된다. 버섯이 항암에는 최고라고 소금에 볶아서 먹으면 암은 그냥 다 낫는다고 훈계하는지라


"형님 어디가서 다른 말기 암환자들 한테는 그런말 하지 마세요 무식하단 소리 들어요"


하니 " 니가 어딜봐서 말기암 환자냐.. 말기암 환자가 너처럼 담배피고 매일 돌아다니고 하는 환자가 어딨냐! 내가 보기엔 너 말기암 아녀.." 일년동안 보아온 결과 내가 거짓말을 하면서 일하기 싫어 뺀질대는 거라고 자기딴엔 확신을 한다. 가뜩이나 여기저기 암 새끼들이 원격전이되는 바람에 짜증나 있는 상태에서 일하기 싫어 엄살 부린다고 오해까지 하니 스트래스가 샘솟는다.


나에게 심부름 맘편히 시키려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을테니 그러던지 말던지 나 진짜 아프다고 설명하는것도 스트래스 받는지라 그냥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말았다.


그 힘든 와중에 잔 심부름등을 해주면 더 고마워 할거라는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다. 반대로 꾀병이라고 여기고 더 안도와주는걸 서운하게 생각하니 실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역시 실체와는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프래임들에 갖혀들 산다.


남에게 아픈모습 보이는거 싫어해 남앞에선 항상 멀쩡하게 다니니까 정말 그런줄 알고 내가 아프다고 해도 거짓말 하고 있다고 가장 친한 친구도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이해못해서 나를 서운하게 만들더니 어쩔수 없는 에고들의 한계가 보이는듯 하다.



일반 사람들은 내가 겪는 통증과 고통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시련은 왼만큼 극복할만한 유격훈련 같은 어려움을 시련이라고 하지 운동장에 세워놓고 기관총을 갈기며 살아남으라고 하는것은 훈련이나 시련이 아니라 일방적 살해이다.. "왼만해야지 이건 아냐!" 나는 요 며칠간 운명이 나에게 시련을 준다는 생각보다는 살해하려고 악착같이 덤비는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업 망하게 하고 집안 망하게 하더니 몸뚱아리 죽을병에 걸리고 이번엔 가족들 붕괴까지 몰아세워 결국 나에게 이 현실에서 내가 안주할 여지를 단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잔인한 짓들을 행한다고 느낀다.. 쥐도 도망갈길을 터 놓고 몰지않으면 고양이에게 대든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다. 상황이 그런데 통증까지 시작돼면.. "이거 장난이 아닌데 ?" 운명이란 녀석에게 짜증과 화가 나기 시작하는중이다..


근래는 통증으로 하루 한시간 이상 연속 자본적이 거의 없다. 잠깐잠깐 두세번에 걸쳐 깨있는듯 꿈을 꾸는데 그것으로 다 합해서 하루종일 두세시간 간신히 잤다는걸 겨우 인지할 정도이다. 영화 인셉션 에서 선보인 '림보' 라는 공간에 매일 빠저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시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림보라는 공간을 매일같이 경험하는 중이다. 5분간 잠들었는데 엄청난 모험들을 긴 꿈에서 겪게된다.


집안일은 남에게 이야기해봤자 어차피 식구들 일인지라 내얼굴에 침뱉기고 가족들의 붕괴로 마음에 남는 상처들은 고스란히 나 혼자 안고가야 할 몫이다..


말기암 통증은 묶어놓지만 않았지 보통 고문실에서 고문당하는걸 생각해보면 되는데  창자속을 철 수세미로 긁는것과 똑같아서 비명이 절로 나오고 혼절하던지 쇼크사 하던지 당장이라도 자살하고싶은 마음밖에는 아무 생각이 안떠오른다. 고문은 뭔가 허위자백이라도 하면 고통은 끝나는데 환자의 통증은 그렇지가 않다. 답이 없다.


집과 방안에 널려있는 내 짐들을 보면서 남에게는 쓰래기일 테니 민폐 끼치고 갈순없다란 맘으로 자살 유혹을 참아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움직여야 될 상황이면 통증을 의식으로 겨우 제어하고 시체같은 몸을 이끌고 그동안 부모님들 보호자로 병원 모시고 다니고 조카들이랑 놀아주고 시골 내려와서는 선배 심부름도 군말없이 해주곤 했는데 그러니까 도리어 내가 멀쩡한데 엄살로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생각들 하니 서운할 따름이다.


인간들과는 정확하게 한국말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걸 확실히 절감한다. 아프다고 앞에서 죽는시늉 하면서 원숭이 흉내를 내야 진짜 그런가 조금 알아채는 인간들 고정관념에 일일히 설명해대고 스트래스 받느니 앞으로는 무조건 무시하는게 나를 위한 길이다. 나는 분명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자기 프레임에 씌워 이해 하는가는 내 관할이 아니다.


자기들 상식으로 내가 내 상태를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딱 두가지 부류로 받아들이는데 그냥 의사말처럼 죽겠구나 아니면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둘중 하나이다. 내가 자기말에 별 관심이 없고 농담하고 여유를 보이니 죽음이 두려우면서 왜 거짓말 하냐며 호통치던 미친놈도 있었다..


자기가 낫게해줄수 있다고 허풍치면서 됐다는데도 궂이 여기까지 찾아와 자기따라 산타면 만병이 낫는다고 정신나간 소리하던 사람이다. 자기가 그러니 남도 그럴것이다 라고 대부분 에고들은 물귀신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생각을 연계해 내말을 받아들인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 둘중 어느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결국 에고들과 아무리 교류를 가져도 각자 고정관념들의 틀에 맞춰 내말을 받아들이니 소통은 불가능 하고 나만 스트래스 받는다란 결론이 나온다. 그동안 에고들과 소통하고 교류한답시고 쓸데없이 설명하고 하는게 얼마나 시간낭비고 어리석은 짓이었나 깨닫는다.


한국말로 정확히 이야기해도 못알아듣고 이해를 못하는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나는 당신들과 달라요' 어릴적 괴물이란 별명을 인정하고 무시하고 사는게 여지껏 살아오다 보니 그게 나에겐 맞는길 이다. 가장 친하다는 식구들 친구들 주변들도 나를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자기식으로 해석해 받아들이는지라 남들은 더 말할것도 없다. 혼자가 편한 이유가 바로 나는 그들과 생각이 완전 달라서 대화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석연휴 기간동안 방 두개를 차지하고 있는 내 짐들을 모두 처분할 생각인데 죽건살건 심적으로 보금자리라는 개념마저 완전히 정리하고 없애버려야 되는 상황이 됐다. 현재는 두분다 병원에 입원중인지라 두집 다 비어있다.


만약, 부모님 마저 돌아가시게 되면 앞으로는 나는 돌아갈 집도없고 명절때도 갈데가 없는 그야말로 혼자가 된다. 어릴적만 해도 명절은 삼일내내 친척들 북적여대고 증조대까지 가족들이 모여 제사지내던 기억이 있는데 시대가 숨가쁘게 변하더니 핵가족 시대를 지나 가족의 붕괴 시대에 살고있음이 실감난다..


왼만하면 시련이라고 으쌰으쌰 하겠는데 이건 게임판 자체를 깨겠다는 거다. 통증은 물론이고 피부까지 온몸이 짖무르기 시작해서 여기저기 온통 딱지투성이고 주변 상황은 시련이라고 말하기엔 마지막 최후의 정신적 요양까지 방해해 죽음을 재촉하는게 정도가 지나치다. 프로 레슬링 경기에서 실제 흉기를 꺼내들고 룰도없이 상대를 죽이려고 하는꼴이다.


시련은 사람을 크게 만든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 인물을 만들려고 시련이랍시고 이따위로 막장까지 설계하는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인지라 그냥 "이건 아니지 "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저 운명이라 탓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기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이건 운명도 아니고 시련도 아니고 이판사판 그냥 막 가자는거다..앞으로의 내앞에 닥칠 생활들은 운명이 아닌 그냥 무에서 시작되는 홀가분한 창조가 될것같다..운명에 끌려가는게 아니라 내가 가는길이 운명이 되는거다..이건 아냐..아닌건 아닌거다..


작가의 이전글 당분간 브런치 글 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