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지방마다 여기저기 꽃들의 축제기간 이다. 내일까지 꽃무릇 축제라고 마을 잔치 기간이다. 용천사라고 하는 작은절에서 하는거고 근방 불갑사에는 다음주까지 상사화축제 도 열리고 있는데 불갑사는 워낙 거대한 사찰이니까 아마도 축제 규모도 훨씬 클것이다. 군청에서는 10월달 국화축제도 열리는데 엑스포 공원에서 열리는지라 인산인해를 이룬다.
꽃무릇은 피는시기가 딱 짧게 정해져 있는데 용천사 부근은 그 시기엔 꽃무릇으로 사방천지가 온통 도배가 된다. 꽃무릇에는 기구한 사연을 지닌 옛날사람이 기구좀 하다가 죽어서 꽃무릇이 됐다는 괴상하고 황당한 전설의 고향에 나옴직한 스토리를 하나 지어갖고 있는데 한번보고는 괴상하군 생각하곤 까먹었다. 그럼 그사람이 죽기전엔 꽃무릇이 없었나? 사람이 슬프게 죽은거랑 꽃이랑 뭔 상관이람..누가 지었는지 참 식상하고 엉성한 스토리의 전설이군 생각했다.
꽃무릇이야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피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볼수있으니 궂이 절간 산중턱까지 올라가 꽃마당을 보는건 관심없고 밑바닥에 널부러진 주점부리 장터를 구경하는게 내 목표이다.
동동주 한잔 하는 재미가 없으면 워낙 작은 촌구석에서 하는 축제인지라 장터도 별로 구경꺼리가 없다. 장터를 뒤흔드는 소음인 으쌰으쌰 뽕짝 배경음악은 계속 파리만 날리는 바이킹 아저씨가 틀어논 배경음악인데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는걸 뭐라 해야할지..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가끔있고 대부분이 중년들 이 단체로 오는 꽃구경 축제에 누가 이런 작은 바이킹을 타겠는가.. 손님이 전혀없어서 주인 아저씨도 어디선가 술한잔 푸고있는지 빈 기계만 덩그라니 널려있고 뽕짝음악만 요란하다.
"저는 KBS 가요무대에서 남진씨랑 같이 무대에 섰었던 XX가수 XXX 라고 합니다." 자기 소개가 참. ㅋ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관객들을 향해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게 지방축제등을 전문으로 도는 가수인듯 하다. 주민상대로 하는 가요제 하이라이트 때는 송대관이 초대가수로 나온다고 한다.
선배가 파는 버섯장사 천막은 어딨나 찾아보다 버섯 아르바이트 와서 같이 식사하면서 내 옆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던 처자가 장사하는걸 발견해 인사를 하니 못본듯 거들떠도 안본다. 선그라스를 써서 못알아보나 싶어 안경을 벗고 " 그때 버섯 따러와서 제 옆에서 식사하시던분 아니세요?" 했더니 " 맞아요" 한마디 하고 여전히 딴데만 쳐다보고 없는사람 취급한다.
"나는 당신이 암환자인걸 언니에게 들어서 알고있다.내 앞에서 얼쩡대지 마라"
라는 단호한 무언의 신호이다. 형수는 여전히 버섯따느라 농장에 있고 아르바이트 아줌마가 장터에서 버섯을 팔고있어서 내가 발견 못했던 거다. "수고하세요" 사람 리스트에서 나라는 존재는 제외라는 뜻을 알아채고 인사를 하고 오는데 여전히 딴데 쳐다보면서 투명인간을 대하듯 쌩까고 개무시다..ㅋ
서로 얼굴 보고 인사하고 아는시늉 조차도 불쾌하다는 바디랭귀지 인데 암환자를 벌레보듯 하는 전형적인 처자중 하나이다. 주로 20대 30대 여자들이 그런듯한데 형수를 언니라 칭하는걸 봐서 30대 중후반 시골처자인듯 하다.
눈으로 증세가 보이는 장애인은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나보다 더 심할것이다. 암이 전염되는 병도 아닌데 암환자를 벌레보듯 대하는 사람들은 무식해서 그렇다고 밖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예 대놓고 눈앞에서 투명인간 취급하는 싸가지 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란게 참 인간들의 유치함에 웃음이 나온다. 상대하기 싫고 엮이기 싫으니 아예 사람 대우를 안하겠다는 거다.
인간들 관계에서 기본 예의나 이런걸 요구할만한 자격이 암환자에게는 아예 없다라고 생각하고 투명인간 대하듯 개무시 하는 젊은 여자 사람들이 꽤 된다는걸 자주 느끼게 된다. 한국 젊은 여자들의 특징중 하나가 이런 인간차별에 아주 유별나다란 점이다. 돈없으면 무시하고 병걸리면 무시하고 사람이 아니라 벌레보듯 한다. 그런걸 볼때마다 참 한국사람들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수밖에 ..원숭이들 사회를 보는듯 하다.
투명인간 취급 당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마 예전 건강할때 판빙빙한테 그런 취급 당했다면 어이가 없어서 기분이 많이 상했겠지만 유치한 원숭이들이 그러는거 충분히 이해하기에 ㅋ 쓴웃음이라고 하는게 나올뿐이다.환자를 인간으로 대우하고 받아주는 관계는 오직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 외에는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가는 나를 발견한다. 점점 적응도 돼고 이제 진짜 완벽한 혼자라는 개념에 익숙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사람도 없고 병원에 가서 입원이나 치료받으려 해도 보호자가 없어서 거부 당하는 현실이니까..
병원 입장에서야 입원해 있는 환자 상대로 치료비 마련해 오라고 할수도 없을테고 치료하다 잘못돼면 의료사고로 독박쓸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을 안아가며 보호자 없는 환자를 맡기는 힘들다는걸 충분히 이해한다.
후배랑 친척들은 지금이라도 짐챙겨 집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고독사 할까봐 걱정돼서 그런것이다. 그런데 홀로남은 어머니 마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이 된지라 내가 있어봤자 서로에게 짐만 될뿐이다. 차라리 내가 빨리 짐을빼고 나와서 누구라도 어머니 옆에서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게 지금으로선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다.
그야말로 투명인간이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간다. 부모님 돌아가시게 돼면 정말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게 실감날수 밖에 없게될것이다.형제도 결혼해서 가정꾸려 나가면 남이다.여자 형제는 좀 다른가본데 남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자기 식구들 건사하기도 대부분 힘들어 하는데 형제들 까지 챙기긴 힘들다. 남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환자를 받아줄 가족이 없으면 환자는 투명인간이 된다. 요즘 젊은층에서도 결혼을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을 안하게 돼고 몸이 아프게 돼면 나같은 투명인간이 되는 경우가 앞으로 이 사회에 점점 늘어날 것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점점 붕괴돼 나가는건데 아프고 중병에 걸려도 보살펴줄 가족이 없는 중년의 독신이 점점 늘어나는것.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