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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21. 2017

암에 걸린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 드라마들

이렇게 많은 암환자들이...


국립암센터의 환자는 당연히 전부 암환자 밖에 없다. 환자복을 입고있으면 그냥 암환자다. 같은 암환자라도 병기에 따라 그 격차는 크다. 나같은 경우 응급실에도 있어봤고 중환자 실에서도 있어봤고 지금은 일반병동에 있는데 중환자 실과 일반 병동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만큼 이나 분위기나 환자상태나 차이가 난다. 죽음을 바로 코앞에 둔 환자들, 대수술을 마치고 시체나 다름없는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중환자 실은 단 1초도 환자에게서 눈을 때지 않고 3~4명의 간호사들이 달라붙어 쉴세없이 환자가 숨을 거두지 않게끔 사력을 다해 보살핀다.


남녀노소의 구분없이 환자는 오직 환자일 뿐이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간이 목욕을 포함해 반시체와 같은 환자들의 똥오줌을 받아내면서도 성심성의껏 싫은기색 전혀없이 24시간 목숨걸고 친절하다. 나같은 경우 중환자실에 일주일 넘게 있었던것 같은데 추석 연휴 기간임에도 계속 교대근무로 단 몇명의 환자를 위해 최소 십여명이 24시간 간호 서비스를 하는것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 초특급 간호 의료 서비스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나이팅게일 정신의 자발적 의지가 없으면 가능하지가 않다. 얼마나 간호사와 의사들이 치열한 경쟁속에 큰 병원일수록 많은 예비 인력이 쌓여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피뽑으러 다니는 제일 밑바닥 알바생 처럼 보이는 어린애들도 전부 박사들이다. 한마디로 허드렛일 하는것처럼 보이는 인력 전부 엘리트들인데 그 힘든 잔일과 중노동이 단순히 보수때문에 하는것은 아닐것 같다. 그만큼 병원이란 시스템에서 의사로서 위로 올라가기가 힘들고 엄청난 경쟁속에 있다고 보면 된다.

얼마전 서울대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봉급이 월 30만원 이라고 폭로돼서 일반인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 정도면 자기돈 내고 생활하면서 근무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악조건을 제시해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지 않으면 그런 초 갑질은 성립될수가 없다. 그만큼 큰 병원일수록 의사들의 권위와 권력또한 대단함을 짐작 할수 있다. 왕조시대 임금 부럽지 않은 권력이 자동으로 주어지게 되는데 병원에 있어보니 왜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의사라는 직업을 사회적으로 선망하는지를 바로 알수 있다.



일반 병실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수술 전후를 기점으로 며칠 입원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원실은 1인실까지 대부분 꽉차서 입원실 자리 나기가 쉽지 않다. 나같은 경우 4인 병실에서 내가 가장 오래됐고 내 병실에서도 계속 환자들이 입원하고 수술받고 퇴원하는걸 거의 매일같이 지켜봤다. 얘기들 들어보면 다들 입원실 자리날때까지 대기했던 사람들이다. 지금도 빈 자리가 없어서 누군가는 대기중일텐데..의사들은 밀려있는 수술 스케줄로 하루종일 잘라대느라 회진한번 도는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다. 복강경을 이용한 1기의 간단한 수술은 수술전날 입원해 수술마치고 이틀정도면 퇴원도 가능한것 같다.


간병인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나 혼자인지라 처음에 수술 막 마치고 일반병실 처음 와서 몸을 못가눌때 같은방에 있던 다른 보호자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걷는것을 못하니 식판 반납도 못해서 앞집 아주머니가 챙겨주곤 했는데..고맙게도 퇴원하면서 청소하는 미화원 아주머니 에게 나를 신경써서 봐달라고 신신당부 까지 하고 가셨다고 들었다. 돌아가면서 식판 반납을 해주시고 지금은 내가 혼자 식판들고 반납하러 돌아다니니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다행이라고 좋아하신다.



환자는 대부분이 70대 가까운 노인분들이 대다수인데 어제는 처음으로 30대로 보이는 청년이 입원실로 들어왔다. 마치 일년전 암진단 처음 받았을때의 내모습을 보는듯.. 사업하는 청년인듯 한데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사업 중간에 병세를 갑자기 알아챈 경우라 전화로 일처리 하면서 당장 심적으로 쉬지를 못한다..나처럼 병세가 이미 악화돼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이상을 감지하고 진단을 받고 알아챈 경우인데 사실 사업하면서 젊은 나이에 자기가 암에 걸렸을거라고 자각하기는 쉽지가 않다. 막 대장 내시경을 마치고 암 진단을 방금 받은 상태에서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할것이다.


젊은 나이에 얼마나 사업에 성공했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었다고 해도 건강을 잃게돼면 전부 부질없는 일이다. 비교적 젊은 어머니가 보호자로 온것을 보면 결혼도 안한것 같은데.. 내 처지도 그렇지만 앞으로 어떤 과정을 겪게될지 눈에 보이는듯 해서 안쓰러운 맘이 든다.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내가 가진 물품들중에서 일단 남 줄수있는건 전부 나눠주기로 했다. 자전거도 더이상 탈것 같지가 않아서 후배보고 가져가라고 했더니 바로 병원으로 온단다. 스피드 P8 한정판 모델로 백만원 가량 하는 자전거와 모스트로 자전거 핼멧 24만원 짜리 그리고 예전에 장사하다 남아서 몇년째 썩고만 있는 랄프로렌 셔츠 이백여장등을 전부 주기로 했다. 피액 주머니를 뺀지라 잠시 집에 전화해서 챙겨주면 된다.


시골 거처에 있는 TV등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은 폐차를 도와주는 대신 전화로 선배보고 가져가라고 해놨고 덩치가 큰 물건들 위주로 먼저 없애기로 했다..덩치가 있는 녀석들은 버릴려면 전부 돈이든다..타지도 않으면서 스키장비까지 구석에 썩고있을것이다..


일인실은 대부분 당장 자연사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노인분들만 계시던데 개인적으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그 나이에 수술 받는것보다는 그냥 건드리지 않는게 환자를 더 위하는 길인것 같은데...


대부분 60대 분들은 수술을 받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기쁘게 퇴원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챙겨주는 가족이 있기에 1기 2기 조기 발견해 간단하게 수술을 하고 하루 두번인 면회 시간에는 한바탕 시끌벅적 주변 사람들 찾아와서 나이들이 있는지라 각자 경험담인 암 수다를 한바탕씩 벌리고 내 나이또래 자식들이 찾아와 가족모임이 벌어지기도 하고 일반적인 암환자들과 일반적인 가족들의 모습들이다..다들 연세도 있고 1기나2기 수술은 간단하기도 해서 그렇게 지나가는 일상생활중 하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수술로도 완치가 힘들다고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 그런 모습들을 보면 부러운게 사실이다. 나처럼 보호자나 가족들이 없이 혼자 암환자가 입원해 있는 경우역시 아직 내 경우밖에는 보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가족들이 오손도손 보호해주고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후배가 좀있다 요즘 홍대서 잘 나가는 박용석 스시 초밥 사들고 온단다.. 그나마 막판 상황에서도 챙겨주는 유일한 후배인지라 가족들보다 낫다..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무조건 화장해서 납골당 이런거 절대 싫고 그냥 바닷가 나가서 몰래뿌리고 오라고 시켜놨다..바닷가 뿌리는게 불법이라니까 몰래 뿌려야겠지.. 납골당에 가루좀 있어봤자 찾아올 사람도 없고 사후 뒤처리도 가족들한테 부탁하는것보다는 진심이 느껴져서 그나마 훨씬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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