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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16. 2017

보다 나은 내일,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

고통을 받아들이는 조건..


장파열로 환자가 반 혼수상태임에도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응급 수술을 급하게 해야하는 의사는 몽롱한 정신상태의 환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온갖 설득을 한다. 그나마 일년중 가장 긴 추석 연휴임에도 급하게 수술팀을 꾸릴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통 스럽더라도 당장 죽느니 창자를 꺼내서라도 일년이라도 더 살수 있다면 그게 어디냐며 수술을 하자고 설득한다.


"선생님, Better Tomorrow 가 없으면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요.."


 안락사 선택권이 없음을 깨달은 내가 될데로 되라 식으로 의사의 설득에 동의 사인을 하면서 나를 살리는 대신 유일하게 내건 조건은 Better Tomorrow 였다.


온갖 감언이설로 수술을 마치고 일단 숨이 돌아온후, 그제서야 선택권이 별로 없다며 냉철하게 현실을 알려주는 의사의 말에 내가 울듯이 항의하는 말도 한마디 이다.


"건 Better Tomorrow 가 아닌데요.." 이미 저질러진 일을 돌릴수도 없고 새로운 상황에 몸이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후회만 하고 있을수도 없다.



80년대 아시아와 한국을 뒤흔든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의 영문 제목이 "A Better Tomorrow" 이다. 내일을 알수없는 갱스터의 삶에서  "보다 나은 내일"  이란 제목은 어울리는것 같으면서도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란 생각을 내내 했었다. 보다 나은 내일이란 말에는 불행한 오늘이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내 생활 자체가 Better Tomorrow 라는 시각이 없으면 의미를 찾기 힘든 날들인것 같다. 사실, 병들고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고통스런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건 상당히 쓸데없는 사고의 낭비일 뿐이다.


인간의 손짓하나에 부질없이 태어나 목숨을 잃는 벌레들의 삶에도 의미가 있을거야 라고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선 자신의 삶에도 허무함이 아닌 뭔가가 있을것이라고 믿고싶은 처절한 삶의 가련함이 느껴진다.. 그런거 따위 없다.


의미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미놀이에 우주가 일일히 장단 맞춰가며 돌아갈 이유가 없다. 핵폭탄 떨어지면 그안에 어떤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건 말건 일대가 다 그냥 죽는것뿐이다. 핵폭탄이 일일히 개개인 드라마들을 가려가며 착한놈은 살리고 악한놈은 죽이고는 아니란 이야기 이다.



죽음을 마주한 입장에서 삶의 의미란 별게 없다. 오늘이 어제보다 행복한가..  오늘이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하고 있는가.. 아주 작은것들에서 절망하느냐 희망을 갖느냐 방향이 정해진다. 설령, 영웅본색 처럼 한탕 벌려서 보다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실패해 주인공이 모조리 총맞아 죽는다해도 그런 희망이라도 갖고 있었기에 그간의 삶이 가능해진다. 입시에 짓눌려 지낸 지옥같은 고등학교 학창시절도 대학만 가면.. 이란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기에 견뎌낼수 있었던것 같다.


오늘의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보다 나은 내일 A Better Tomorrow 을 꿈꿀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만 하다. 어제는 못마신 커피를 오늘은 마실수 있다면 어제보다는 행복한 오늘이 될수있다...


배를 가른 수술자리 통증이 적응되면서 어제 보다는 오늘 허리가 좀더 펴져서 스탠드에 의지하며 기어다니는 유인원이 아닌 두발달린 인간답게 직립보행이 조금 더 원활해졌다. 어제보단 나은 오늘인셈이다.. 그동안 내발 노릇을 해준 차도 없어지고 돌아갈 집도 가족도 없어진 주변 환경은 모조리 악몽이지만 몸은 최소한 어제보다는 움직이기 원활해졌다.


식후에 다시 커피를 마시고 흡연을 즐기고 통증이 일단 줄어들어가니 조금씩 잡생각도 할수있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 일은 '보다 나은 내일' A Better Tomorrow' 를 향해 삶의 방향키를 조금씩 돌리는것 뿐이다. 식후 커피를 마시고 클래식을 다시 듣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아주 작은것 에서 부터 시작할수 밖에 없다..


죽음이나 삶이나 그게 그거인지라 죽음이 더이상 나에게 별다른 갈등이 되지 않는 상황인만큼 하루하루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어제보다는 행복한 오늘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당분간 일단은 살아있다...



피액 복수주머니를 찬채 외부 식당에서 음식먹기가 다른 손님들에게 미안해 포장을 부탁한다. 병원 바깥에서 포장해온 떡복이가 참 맛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떡복이 인가..ㅋ


월량대표아적심 The moon represents my hea…:

https://youtu.be/-3uYCWdkt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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