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Nov 02. 2017

거처를 정리하기 시작하며..

시작처럼 마무리도 중요하다..


시골 요양 거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요즘은 머릿속에 움직일수 있을때 하나라도 더 주변 정리를 해놔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몸이 불편하면 그 속에 얹혀있는것이 여간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통증으로 아픈건 둘째치고 숨을 제대로 못쉬고 몸살끼가 있는것처럼 몸이 부실대면 깨어있는 매시간이 괴롭다. 진통제를 갑자기 끊은 후유증인가 싶어 다시 패치를 부치고 해봐도 역시나 마찬가지 이다. 진통제는 통증은 어느정도 억제할지 몰라도 이런 종류의 갑갑한 괴로움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의식이 그나마 근래들어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면 수술을 마친후 소변줄끼고 혈관으로 죽같은 영양제를 맞으면서 먹고 싸고 하는데 신경을 전혀 안쓰고 식물인간 처럼 시간개념없이 병원에 누워만 있을때였다. 몸에 신경 안써도 돼니 의식은 자유로워 다차원을 마음껏 여행할수 있었다.


원하는곳 어디든 가능한 다차원 우주를 여행한다는것도 어떤것이 실제인지 구분이 안가는 상황에서 시체처럼 누워있는 육체가 현실이고 삶에 별 의미가 없다는점을 문득문득 자각하니 크게 즐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괴롭지는 않았다. 육체에 구속되지 않아 편안하다 라는 느낌..


안 먹고 안싸고도 혈관으로 영양을 보충해 사람이 살수 있다는게 정말로 신기하다..지금은 몸을 사용하려니 먹는것도 괴롭고 망가진 몸에 의식이 실려있는 자체가 괴롭다. 몸에 칼이 들어오고 암세포가 장기들을 장악하면서 신경계통이 망가져 느끼는 증상 같은데 근래들어 깨어있는 자체가 괴로움의 시간들이다. 삶이라는 시간이 매시간 고통속이라면 과연 그 삶의 의미는????..


Better Tomorrow 가 보장되지 않는 육체적 고통속의 삶에게 안식은 육체가 제 기능을 되찾던지 아니면 아예 벗어나는길 밖에 없다.


최고급 요리로 꼽히는 거위간 푸와그라를 거대하게 만들기 위해 거위를 작은 상자에 가두고 강제로 관을 위에 삽입해 곡물을 먹여 키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위는 그 괴로움과 스트래스를 감당치못해 간이 보통보다 몇배는 더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가 바로 미식가들이 꼽는 음식 거위간 ‘푸와그라’인 것이다. 거대한 푸와그라를 만들기 위해 24시간 질식할것 같은 괴로움속에서 사는 거위와 몸이 불편해 숨쉬기도 버거운 내 신세가 자꾸 오버랩 된다..


요즘들어 나에게도 진심으로 부러운 인간삶들이 생겼다.. 얼마전에 라면등 불량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다 탈이나서 하루종일 굶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는데 돌봐줄 가족이 있는 환자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가진게 아무리 없어도 왼간해서는 남 부러운거 못느끼며 탱자탱자 살아가던 난데 내가 부럽다는 것은 남들이 가진것을 내가 갖지 못해 궁핍을 자각한다라는 말이다..순위를 매겨보자면..


1. 건강한 사람

2. 돌봐줄 가족이 있는 환자

3. 돈이 많은 사람


순으로 이렇게 나온다. 죽음 앞에서 건강하다는것 보다 우선인것은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실체조차 불분명한현재의 시체나 다름없는 재벌 이건희를 부러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두번째, 돌봐줄 가족이 있는 사람들.. 이것은 몸이 아파보지 않으면 절대 실감 못한다. 자신이 건강하면서 가족이 짐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몸이 아플때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하는 병원을 가게돼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른 사람들 투병기를 보자면 한결같이 옆에서 걱정해주고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환자와 쌩고생을 함께 하는것을 볼수있다. 가족이니까.. 환자는 그런 사랑과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족들을 보면서 살아야겠다 라는 의지가 생기게 된다.


혼자인 경우는 투병하다보면 삶에대한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가 않다. 나처럼 가족과 부모가 이미 죽은사람 취급하는 경우는 쓸데없는 서러움까지 얹혀져 스스로 비극적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대부분 우울증은 기본이고 비관에 빠지다보면 죽음에 대한 열망이 더 강렬해지게 된다.



외국에 보면 가끔씩 정상인도 하기힘든 일들을 해내는 성공적인 삶을 일궈낸 장애인 인간승리 이야기들이 참 많다. 장님에 귀머거리에 벙어리임에도 전설적 위인으로 남은 헬렌켈러 같은 인물도 있다. 그런 장애인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필수불가결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족의 헌신적인 돌봄이 있기에 가능한 삶들이란 점이다.


근래들어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장애인 아이를 부모가 돌보는게 아니라 먼저 죽이는 끔찍한 소식들을 뉴스에서 흔하게 듣게된다. 인정많고 정많은 한국사람이라는 개념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옴직한 썰이 돼버렸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유인해 노예로 부리기도 하고 어린애를 성적도구로 삼는 일은 다반사다. 그런 뉴스들을 볼때마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약자들은 삶의 의욕 대신 지옥같은 현실을 떠날 생각만 할수밖에 없을것이다.


세번째 돈많은 사람..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사이의 일은 돈으로 안되는건 거의 없다. 가족이 없더라도 돈이 많으면 아프더라도 얼마던지 보살펴줄 사람들이 득실거리게 된다. 나처럼 죽을병에 걸리면 싸가지고 갈것도 아닌돈 , 아낌없이 특급 간호 서비스를 받을것이다..말로 모든 마무리 일처리가 가능할테니 갈때까지는 무탈(?)하게 서러움은 안생길듯 하다.


현재, 내 육체 상태를 냉철하게 짚어보자면 작년 내가 가장 우려하던 누군가의 돌봄이 없으면 삶을 유지하기 힘든 그 상태가 되어가는듯 하다. 여기에 대장 위 췌장 비장 장기들마저 전부 잘라내고 나면 숨은 쉴수있을지 몰라도 지금보다도 더 힘든 상태가 될것이 확실하다. 돌봐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한끼 밥 차려먹는게 몇시간에 걸친 중노동에다 숨쉬기 만도 버거운 그런몸으로 혼자 세상을 살아간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 난다.


건강한 사람들도 하루종일 노동속에 육체를 혹사하면 살기힘들다고 푸념을 하게 되는데 숨쉬고 가만히 있는것조차 사력을 다해야 가능한 삶이라면 과연 어디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할까..



대부분 내 상태에서는 반시체처럼 누워서 가족들의 병간호를 받는게 일반적인데 먹이를 스스로 구해야 하는 나는 그럴수가 없다. 어제도 하루종일 움직이려고 노력해서 일어나 커피한잔 먹고 영광시내에 나가 밥을 사먹고 편의점 도시락과 제과점 들러 빵등 먹거리 몇개 사가지고 오는데 하루를 다 써버렸다. 밥을 반정도만 먹었는데도 두시간 이상을 길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 한숨만 폭폭 쉬다보니 저녁때가 된다. 하루가 갔다.


거처에 돌아와서는 밤새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고 어떤 자세를 취해도 몸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해 밤새 담배만 피러 들락날락 아침이 돼서야 간신히 기절한듯 몇시간 자고 일어났다.


열심히 이것저것 음악을 들으며 짐싸기에 열중하는데 차에 실을 옷가지와 방청소 하는데 하루를 전부 쓸 생각이다.건강할때라면 두시간이면 끝날일인데... 최소 6시간 이상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컨디션이 될때 언제든지 떠날수 있도록 해야한다. 언제 출발해 집에 갈건지 시간을 잡을수도 없다. 몸 컨디션이 되야 움직이는게 가능하니 일단은 준비부터..


다행히 마음 착한 주인 아주머니께서 일년치 선불한 방세를 완전히 방을 빼는날 일정부분 돌려주시기로 하셨다.. 어머니가 치료비까지 다 써버려 빈털터리 된 상황에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주인 아줌마 입장에서도 괜히 원칙따져 붙잡다가 송장 치우는것보단 그게 훨씬 낫다.


어느새 한살림 돼버려 짐이 많아 한번에는 무리고 이번달 안에 한달에 걸쳐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빨래를 못해서 갈아입을 편한옷을 계속 사입기만 하다보니 옷만 몇박스가 나온다. 병원에 갔다가 마무리 하러 다시 내려와야 한다. 왼만한건 다 버리고 남주고 해야한다.


힘들지만 혼자서 움직일수 있을때 할수있는 만큼 정리하면서 버텨봐야겠다..창자 하나만 꺼내놔도 이렇게 힘든데 장기를 다 도려내고 이 사회속에서 혼자 앞가림 하며 살아간다는건 무리..무리..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낸다..수술을 안해도 죽고 해도 고통속에서 혼자 살아갈 방법이 없다면 장기를 다 잘라내고 장애인으로 발버둥 쳐봤자 고통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수술하고 투병하다 고통속에 떠나신 외삼촌과 이모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똑똑히 본지라 그 길을 내가 똑같이 따라할수는 없을것 같다..


이미 장파열이 돼서 배를 갈라논 상황이니 만큼 되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건 확실한듯 하다. 잘해야 그나마 남은시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깔끔한 마무리라도 할수있다..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Better Tomorrow..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편안한 삶을 향하여...모든것의 초점은 그것 하나다.


요 며칠간 햇볕이 들면 낮엔 햇볕쬐는것에 전력을 기울인다..얼마전 까지만 해도 자외선 차단 신경쓰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것 없다. 세수도 잘 안하는데 뭔 피부관리 한다고 자외선 차단ㅋ.. 올해의 햇살쬐기는 이제 대충 끝난듯 하다..가을이 완연한지라 세상의 종말이 온듯한 태풍이 몰아치기도하고 구름에 가려 햇볕 나는날이 자주 없다.. 커피, 나른한 음악과 흡연, 따스한 햇살속에서 ‘편안하다.’ 라는 느낌이 그립다.. 겨울을 잘 넘기고 내년의 따스한 햇살을 다시 맞을수 있을런지...나도 모르고 누구도 장담할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 데이터는 있고 메뉴얼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