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Oct 19. 2017

죽음, 데이터는 있고 메뉴얼은 없다..

인간은 모두가 죽지만 아무도 과정은 모른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봤을때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는것이 기정사실이고 상식이다. 그러나 어떻게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죽어야 가장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죽는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죽음은 일종의 삶을 누리는 인간들에게 떠올리고 싶지조차 않은 금기의 단어인듯 하다.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면 대부분이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아예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죽음은 입에 담기조차 불경스러운 신앙인듯 미신 대하듯 인간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확실한것 같다.


어제 몸에서 뽑아내던 고기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던 징그러운 피액 주머니를 땠다. 50 주머니 정도를 뽑아낸거 같은데 양이 줄어들면서 앞으로는 몸안으로 흡수된다고 한다.



병원이란 시스템은 하나에서 열까지 데이터에 의거한 시스템과 메뉴얼로만 판단하고 움직인다. 암에 좋은 음식, 나쁜음식, 보조식품 이런것들은 데이터가 확실치 않기에 무조건 무시한다.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만 봐도 짜고 맵고자극적인 조미료만 없지 죽과 미음을 때고나면 일반인들 먹는것과 전혀 다를바 없는 식사가 제공된다.


매끼 고기나 시중에 파는 우유 주스등이 나오고 일반식에 질린 경우는 선택식이라고 해서 짜장밥, 설렁탕, 육계장, 볶음밥, 빵, 스파게티, 등을 먹을수 있다. 시중에 파는 버터, 딸기잼, 햄등에 일반 드레싱 샐러드, 항암식단이라고는 결코 말할수 없는 식사도 맘대로 선택할수 있다. 한 마디로 약물과 수술등 데이터가 확실한 것들은 철저하게 지키고 따르지만 썰로 전해지는 불확실한 민간 식이요법등은 철저하게 무시한다는 이야기 이다.


의사들의 믿음은 단호하면서 한결같다. 암은 절대로 음식이나 보조식품 등을 통해 나을수 없다 이다. 나같은 경우 음식은 먹고싶은대로 먹을수 있을만큼 마음껏 먹어라 방임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식사를 못하는 만큼 시간날때 마다 아이스크림 탄산수 컵라면등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한다. 먹는것에 대해서 아무런 간섭을 안하는 이유는 수술후 환자의 체력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일단 체력이 기본이 돼야 추후 항암치료건 수술이건 할수 있다. 매일 새벽같이 피를 뽑고 몸무게를 재면서 기본 체력만을 체크한다.


"선생님, 솔직히 위 췌장 비장 대장 다 자르고 내장이 하나도 없는데 사람이 살수 있나요?"


" 못살죠."


젊은 보조 의사 선생님의 멋적은 웃음과 함께 비공식 대답은 '살수 없다' 이다. 그러나 메인 담당의사 선생님의 메뉴얼식 공식 대답은 얼마던지 살수있고 많이들 살고있다 라고 한다. 물론 살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산다라는 의미가 단순히 숨은 쉰다 라는 의미라는것을 알아야만 한다.


일단, 췌장이 없으면 당뇨는 기본으로 인슐린 약물치료를 평생 맞아야 하는걸로 알고있다. 위가 없으면 음식물이 소장으로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덤핑' 이라는 증상에 음식 먹을때마다 고통 받아야 한다고 한다.


각 장기마다 고유의 기능이 있는지라 장기를 다 제거하고 수술로 살아난다 해도 장기가 없이 정상인처럼 살 확율은 없다고 보는게 상식이다. 숨은 쉬고 살아는 있을 확율이 있기에 수술을 시도해 보자는건데  어떻게든 숨이 멎는건 수단 방법 결과 상관없이 연장 시키고 본다..의사들의 역활은 딱 거기까지 이다.  설령 살아난다 해도 그 후의 고통스런 장애를 지닌 삶을 감당할 사람은 환자 본인인 나밖에는 없다.



담당의 말로는 그냥 방치할 경우 몇달내 내가 죽는다는것은 기정 사실 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죽게되는가 질문을 하니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제각각 죽는 방법이 달라서 뭐라 말할순 없지만 데이터에 의거해 죽기는 전부 죽는다고 한다.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고 약물 부작용으로 죽을수도 있고 종양이 장기를 완전 장악해 장기가 기능을 멈춰 죽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고통을 겪다 죽는지는 의사도 모르고 누구도 알수 없다. 데이터로 따지면 백프로 사망이지만 환자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죽음으로 이끄는 죽음에 대한 메뉴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알수있다.


장기를 전부 잘라내고 얼마라도 숨을 더 쉴수있는 확율을 택할것인가 그냥 죽을 것인가 양자간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이미 장파열 수술로 뱃속이 임시로 개복이 된 상태인지라 몇달전 처럼 무시하고 병원을 그냥 나올수도 없다. 진퇴양난의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건데 죽는것 보다 더 두려운 고통스런 삶이 기다릴것 같아 심하게 갈등중이다..개복만 안됐어도 주변정리하고 살만큼 돌아다니며 살다가 속편히 죽을 준비를 했을텐데.



메뉴얼이 없고 답이 없는 경우는 답을 궂이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어차피 인간들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는다고 시간 낭비할 이유는 없다.


내가 현재 할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억지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다..사실 지금 상황에선 선택할 선택권이 거의 없다..섣불리 결정하지 말자.


어제 찾아온 지인은 마치 살려면 빨리 결정하란 식으로 뭔가 조언 하겠다고 자기 생각을 마구 말하던데 내가 듣기엔 그럴싸한 방법이 하나도 없다.


당연하다. 내 상황을 이해못하고 병원 시스템을 이해못하고 의사들을 이해못하니 혼자 망상으로 해결방법을 마구 만들어 내는건데 의사랑 상의해야할 문제를 환자가 자기 입맛대로 의사에게 치료를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주문할수는 없다는걸 알아야 그런 현실성 제로의 황당한 조언들을 삼가게 된다. 미래에는 그런 무인기가에 선택버튼만 눌러도 원하는 치료가 가능하게 되겠지만 아직 인간의 의료기술은 원시적이라 그렇지가 못하다.


어차피 죽음에 대해선 그다지 두려운게 없으므로 여유를 갖고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일단은 의사랑 계속 상담하면서 지켜보는게 맞다. 피액 주머니를 때어냈으므로 일단 거동은 가능해 졌는데 퇴원해서 통원치료를 하고자 해도 돌아갈 집도 없고 간병해줄 사람도 없다는게 당장의 내앞에 닥친 문제이다.


집에 가봤자 내가 도리어 어머니 식사 챙겨 드리고 병간호를 해드려야할 상황이다. 호스를 잡아빼면서 혹시라도 샐까봐 호치키스로 구멍난 부분의 생살을 박아대는데 미숙한 젊은 의사인지라 자꾸 잘못 박아서 평균보다 더 아프게 몇번이나 박아댄다.


매일같이 피뽑는 주사를 맞아보니 사람에 따라 유난히 아프게 뽑는 사람도 있고 안 아프게 뽑는 사람도 있다. 그런게 진짜 환자를 고려하는 마음과 기술의 차이인듯 하다...일단, 개복상태로 일상생활이 정상적으로 가능할것 같지는 않다..


햇살과 모닝커피를 즐길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당장 햇살과 커피를 즐기는게 내가 할일이다..


https://brunch.co.kr/@yemaya/729








매거진의 이전글 보는걸 믿지말고 기억은 의심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