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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15. 2017

보는걸 믿지말고 기억은 의심하라..

'토탈리콜' 환상에 빠진 환자의 위험성


정신도 똑바로 차리고 있고 이성도 멀쩡하게 작동함에도 눈으로는 환상을 계속 보고있고 의식은 다른 세계를 헤매고 있을때...마취에서 깨어난 환자가 자기 손발이 묶인채 지옥같은 고통속에 빠져있는 육체가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기억을 믿어서도 안되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면서도 믿어선 안된다.


어떤 거대한 음모에 의해 내가 감금당한채 실험대상이 되어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음모에 속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두뇌는 순식간에 그럴싸한 가짜 기억과 스토리를 주입하게 되고 의식은 그런 속임수를 철저하게 믿어버린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육체를 해방시킬수만 있다면 어떤짓도 불사하리라 생각한다.



분명 수백만원대의 응급환자용 침대에 묶여 있으면서 내가 끌려와 묶여있는곳이 어떤 우주선 같은 악당의 본거지라 생각한다. 이성을 차리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몇시간을 나름 머리를 굴려본다. 영화에서 보면 손에 매스라도 하나 쥐어 주게되고 감금해논 악당들을 매스로 해치우고 탈출하는 장면이 많은데 영화' 토탈리콜' 의 상황이 그대로 전개된다.


의사가 어떤일이 있어도 절대 환자의 묶인손을 풀어주어선 안된다.. 라고 엄명을 내려논것은 지나고보니 정말 현명한 일이었다. 나는 간호사들을 상대로 풀려나기 위한 설득작업을 하고 있었고 실제 내 애원과 연기에 속아 마음 약해진 간호사가 내 손을 풀어줬을 경우, 나는 분명히 영화처럼 아무거나 손에 쥐고 악당의 하수인들을 제압하고 탈출 시도를 할 생각이었으니까..


눈을 뜨고도 환상속을 헤매게 되는건 마취약의 영향도 있지만 육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고통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결국, 악당의 두목 (실제로는 의사)이 나타나고 제거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지자 코에서 나를 괴롭히던 뭔지 모르는 거대한 느낌의 이물질이 위에서 부터 끌어올려지고 속이 편안해지면서 나는 또다시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뭔가를 코를 통해 위까지 밀어넣고 검사를 하는것 같은데 마취에서 깬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잡아빼는걸 방지하기 위해 온몸을 묶어 놓게된다. 이물질이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자리잡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뇌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거짓 환상과 기억들은 정신병자 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많은 사고들이 그러하듯 환자들에게도 방치될경우 상당히 위험한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까지 나에게 반달 가량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과 내가 기억하는 다차원에서 벌어진 판타지들을 구별해내고 있는중인데 기둥이 잡히면 정리가 한결 쉬워지게 된다. 현실의 윤곽히 확실히 잡혀갈수록 가장 비참한 형태로 전락한 나의 현실과 가슴아픈 가족들간의 일들이 무차별 나약해진 나를 공격해댄다....믿고싶지 않은 일들은 현실이고 믿고싶었던 것들은 모두 이 현실과는 상관없는 다른 차원에서 벌어진, 한마디로 나의 환상속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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