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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8. 2018

생사를 결정짓는 짧은 그 순간

자유의지의 기회는 쉽게오지 않는다..


자살이나 나이가 연로해 맞게되는 자연사가 아닌 병사나 사고사의 경우 실제 죽음과 맞닿게 되는 순간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것인가 Yes, or No 자유의지로 죽음을 선택할 기회는 아주 짧게 지나간다. 자유의지로 선택 할수 있는 그 기회를 놏치게 되면 이후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살고 싶어도 죽어야 하는 경우가 되던지 죽고 싶어도 어쩔수없이 살게 되던지.. 자살이 아닌 이상은 자연사는 쉽지가 않다.


경험상, 아마 조만간 내게 다시한번 살것인지 말것인지 자연사의 선택권이 주어질것 같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살아도 또다른 고통과 불행을 잉태하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런지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진 예측 불가능이다. 죽어야 될때 억지로 살려고 들면 단순히 죽음의 시간만 조금 더 연장될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떠안고 지옥같은 처참한 시간들을 지내게 될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절대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 되지 못한다. 죽음보다 못한 비참한 삶은 가족도 나도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작년 10월 사고가 났을때 죽음을 잠시 유보하기로 한 결정은 지금 생각해보니 괜찮은 결정 이었던것 같다. 그 이후 거진 반년을 고통받긴 했어도 지나고 보니 충분히 견딜만 했고 그리 나쁘진 않았다. 영화도 많이보고 병원 다니면서 몸에다 별의별 경험을 다 해봤으니 말이다. 야 참 진짜 버라이어티 한 삶이군.. 휴



“ 아저씨 이제 곧 죽어요 빨리 결정하세요”


작년 자동차 사고내고 장이 파열돼서 119에 실려 한밤중에 여기저기 전라남도의 병원들을 돌아 다닐때 CT 를 찍어본 대학병원 의사가 자신들은 어찌할수 없으니 보호자 빨리 불러서 대도시 더 큰 병원으로 가 수술을 당장 받아야 한다며 보호자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누구한테 전화할지 빨리 결정하라고 다그친다. 그 전에 영광 시내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었는데 더 큰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이리저리 지방 도시를 밤새 구급차에 실려 옮겨 다니기만 하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됐다. 앰블런스 119는 처음 병원 응급실 까지는 무료고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비용은 무조건 거리당 요금이 올라간다.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파자마 바지와 슬리퍼 차림에 전화기와 지갑하나만 달랑 챙겨 나왔는데 그 위급한 순간에도 병원마다 비용은 꼬박꼬박 요구해 챙기고 앰블런스 비용도 매번 요구해 영수증을 발행하기에 아예 지갑을 구급차 요원에게 맏겨 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구급차 비용만 백만원 가량 나오고 병원마다 검사한다고 비용이 나와 이백만원 가량이 몇시간만에 후다닥 사라져 버린다. 정신이 혼미해 죽어가는 응급 환자에게 정신 차리고 요금 달라고 요구하는 이상한 시스템이 한국 병원 의료 시스템인걸 처음 알았다. 구급차 여자분께서 지갑에서 알아서 계산하고 영수증 챙겨주고 CT 자료들 챙겨주시고 도와줘서 그나마 쉽게 쉽게 처리됐다.


없는 보호자가 갑자기 새벽에 광주까지 내려오기엔 불가능. 그거 기다리다간 며칠 걸리고 그냥 죽을거 같아서 차라리 내가 일산 암센터로 올라가는게 그나마 빠른길이라 판단해 일산으로 가겠다고 결정하니 바로 일산 암센터와 비상망으로 연락해서 이동 준비를 서두른다. 아마 그때가 새벽5시쯤 되었던것 같다.


응급 환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이나 체면 이런 것들은 아예 없다. 일산으로 옮기기전 가다가 죽을수도 있다며 조금이라도 시간 절약을 위해 포트를 심고 젊은 여의사 인지 간호사인지 다짜고짜 내위에 올라타 바지를 — 확— 벗기더니 내 자이를 잡고 잔인하게 요도에 관을 마구마구 밀어 넣는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고 내가 죽는다며 비명 지르는 것 따윈 싹 무시다..


난생처음 요도에 그 기다란 관이 다 들어가는 엄청난 충격과 고통..병원에서 그 많은 여의사 간호사중에서 누가 가장 고참에 파워 실세인가 알아맞히려면 남자 요도에 아무런 주저함 없이 관을 마구 밀어넣을수 있는 그 여자다!!  아무리 곧 죽을사람 이고 병원사람들 이라지만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좀 너무하지 않소 항의하고 싶은데 정신이 혼미해 말은 안 나오고 으으 신음만 뱉고 있었다. 워낙 응급 상황에 다급하고 새벽인지라 사람도 없고 하니 제대로 메뉴얼 대로 할 여유가 없었던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차에 싣고 이것저것 챙기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가슴에다가 포트를 심고 산소 호흡기 꽂고 빛의 속도로 계산 받아서 영수증 발행하고 가다가 죽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새벽길을 전라남도에서 부터 내달리기 시작했다.



곧 죽는다고 산소 호흡기 꼽고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엔 내 옆에 앉은 119 보조요원이 어린지라 이쁘다란 생각과 좀전에 내 자이에 사람들 보는데 관을 잔인하게 밀어넣은 여의사 ? 간호사? 에 대한 충격에 대단한 뇬이네 거참..  누구한테 전화 하나  엄마는 나올수 있을라나 이런 잡다한 생각만 떠올랐다. 후배가 무슨일 생기면 자기한테 꼭 연락하라고 했던말이 생각나 전화해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히 말한다.


 “ 야 나 조금있으면 죽는덴다. 지금 일산 구급차에 실려 ㅈ 나게 가고있어 니가 무슨일 생기면 전화 하라고 해서 한거다 그렇게 알고있어”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지금 일산 가고있으니 도착시간 맞춰 나와달라고 전화한통 더한 기억이 난다. 도심지 들어 올때마다 싸이렌 요란하게 울려대며 덜컹거리는데 정말 쏜살같이 달렸다는걸 알수있다. 4백킬로 거리를 세시간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한듯 싶다. 옆에 젊은 이쁜 처자가 계속 앉아있어서 나혼자 상큼한 상상들 하느라 그리 심심하지는 않았던것 같고 도착하니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암센터 사람들이 난리난듯 정신없이 나 싣고 내리고 하는데 마치 남의일 보듯 야 재밌다..란 생각도 들었던것 같다.


병원에서 형이랑 엄마한테 연락하고 엄마가 막내외삼촌에게 연락해 외삼촌이 엄마를 모시고 같이 나왔고 형이 지방에서 일하다 병원 연락받고 올라왔고 친구와 후배가 와 있었고 정신이 곡예타듯 기억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데 대기하고 있던 의사가 응급 수술 동의를 받기위해 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의사는 이대로 죽는것 보다는 응급수술하고 일년이라도 더 사는게 낫다고 하고 엄마는 더 고통받게 하느니 수술하는거 원치 않는다 했다고 하고 나 역시도 도저히 창자를 끄집어낸채 사느니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시면 안되냐고 했다.


내 머릿속에 그냥 이대로 죽을까 하다가 거처도 청소못하고 그냥 실려 나온것과 찝찝하게 마무리 짓지못한 것들이 이것저것 걸리기 시작, 어찌해야 하는지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정신만 오락가락 파도타기를 한다. 일산에 도착하기전 앰블런스 차 안에서 부터 이미 정신이 반쯤은 뜬 상태라서 그 이후로는 마치 눈뜨고 꿈을 꾸고 있는듯 모든 일들이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의사가 시간이 없다고 하두 보채서 일단 시간을 좀 벌어보고 생각해보자란 생각에 Better Tomorrow 를 약속해 달라고 의사에게 말하고는 그럼 일단 수술할께요 싸인을 했다.



그 이후는 기억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단편단편 들인데 별다른 생각은 없었던것 같다. 이미 내 정신은 육체에서 떠나 유유자적 판타지속을 여행하기 시작했고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기억들이 왜곡돼서 보이기 시작했다. 수술 받을때는 드럼통 있고 무슨 지하실 같은 컴컴한 공간에 실려가서 낮선 젊은 사람들과 아줌마 의사가 대장이 돼서 한 기억이 나는데 현실에서 절대 그럴일은 없었음이다.


지금 나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이 나를 수술한 의사라고 말하는데 믿기지 않아서 간호사에게 기록을 계속 확인해 보곤 했다. 수술을 마치고는 의식이 육체로 들어올때마다 엄청난 통증과 고통이 따랐던것 같다. 몸안에 장이 터지면서 오물들이 흘러 어마어마한 양의 항생제를 입원내내 계속 맞았고 내내 배에 호스를 박아서 고기덩이 핏물을 엄청나게 빼냈다..


열흘 가량은 현실이 전부 왜곡되는 바람에 나중에 내가 있었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가보고는 완전히 내 생각과는 다른 분위기 인지라 속으로 놀라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형과 후배 말들 들어보면 그 이후의 내 기억은 전혀 믿을바가 못됨이다.


그때 내가 지금처럼 살수는 없다고 깔끔하게 죽겠다 라고 수술을 거부했다면 아마 그렇게 자연스럽게 세상을 떳을것이고 많은일들이 지금과 같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분다 지금처럼 안정을 못찾고 세상을 떴을것 같고 나에게 방 내어준 펜션 아주머니는 죽은 사람 짐들 떠안고 기분 나빠 했을것이다. 나 역시 이런 본격 환자체험은 처음인지라 그냥 죽었으면 못해봤겠지.. 병원 입원도 어릴때 말고는 사십년만에 처음 이니까..


응급수술을 하고난 지난 5개월 가량의 환자 체험은 정말 나에겐 모든게 새롭고 처음인것들 뿐이다. 지독한 삶의 시간들을 지나는 중이다.. 이제 그때 못다마친 수술을 마무리 하면 결판이 딱 날것만 같다. 죽어야 되는게 맞는구나 아니면 그렇게도 살아갈수가 있구나 둘중 하나 알게될것이다. 삶과 죽음 딱 그 중간에서 이제 어느선을 잘라야 하는가 최종 선택의 시간이 온다. 어느 선택이 맞는지 나는 무슨 선택을 할것인지.. 지구위 인간의 삶은 정말 요지경 세상이다.


The Child in Us - Enigma:

https://youtu.be/IVwO8aoOI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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