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Nov 21. 2017

한계는 스스로가 정하는 만큼이야..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보면서..


요즘 인간들의 평범한 병노생사 희노애락에 대해 휩쓸리기 보다는 창밖 불구경 하둣 냉철히 지켜보다보니 인간종의 매트릭스 특성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은 개성이라고도 표현하고 성격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저마다 타고난 내지는 살아가면서 굳어지는 자신들의 경직된 틀속에 의식이 갇혀있는것을 본다.. 그것은 그사람을 규정짓는 ‘한계’ 가 된다. 물론 각자가 타고난 육체적인 한계도 있지만 의식도 타고난 한계가 있는듯 하다. 같은 일이 닥쳤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는 사람도 있고 감당할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힘든일이 닥칠때.. 보통 서민들은 술한잔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주절주절 남에게 넋두리 하기도 한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과 처지를 남에게 알리는 경우는 두가지로 분류될수 있다.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경우와 무작정 자기 힘든 상황을 알아달라는 실패에 대한 변명내지는 투정이다.


단순한 불평 투정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내 의식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야.. 그 한계를 드러냄으로 인해 자신의 열등함에 대한 동정을 구하는 행위 위로가 필요한 경우인데 대부분의 서민적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한계가 그렇다. 


 이란것을 대하는 자세도 각자 감당할수 있는 한계가 있다. 성격이 착하고 못되고 와는 상관없다. 사람들을 보면 가난한 사람은 의식자체가 가난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의식에 함몰돼면 아무리 힘들게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수가 없다. 설령 엄청난 운이 따라서 큰돈을 만지게 돼면 대부분 안하무인 꼴불견 저렴한 졸부행세로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어제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 하셨다. 지난번 퇴원했을때 다음 진료예약까지 돼있었다는데 자식들이 챙기지 않으니 다들 잊어버리고 전부들 치료가 끝난줄만 알고 있었다..나는 그때 시골에 있었고 이모와 형수가 퇴원 시켰다는데 아무도 치료 일정 병원 시트지를 챙기지 않았단것이 화가난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도우미 아주머니도 오지말라 하고 집안 곳곳 쌓인 먼지와 쓰래기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몸이 안좋아 기어다니면서 하는거라 일주일은 꼬박 걸릴듯 하다. 냉동비닐이 가득차 있는 대형 냉장고 두개를 전부 끄집어내 내용물을 확인해 절반이상은 내다 버렸다. 어머니가 기억력이 없어 집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몰라 똑같은걸 필요할때마다 사다보니 같은 종류가 서너개씩 구석구석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눈이 잘 안보이는 환자가 일년동안 혼자 생활하게 되니 먼지와 쓰래기로 온집안이 덮히는건 어쩔수 없는데 그런걸 보면서도 같이 있어도 손하나 까닥안하는 식구들에 대해 화가 난다. 전부 지금 처한 집안 상황에 자기들 힘든 사정이 있다고 한계를 드러내며 불평들 하는데 그 한계를 인정하면 그 불평들이 이해된다.. 식구들이 전부 자신들의 한계를 너무 쉽게 드러내니 결국 움직이고 모든 일 처리할 사람은 환자인 나밖에는 없다.



이런 망가진 몸으로 코앞에 산적한 집안문제들을 내가 감당할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나도 잘 모르지만 투정하거나 의지할 대상이 없으니 남에게 맡기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는건 빠를수록 좋다. 어차피 내가 해야할 일이다.


2차 항암부터는 포트를 심어놨기 때문에 입원해서 맞지 않아도 자택에서도 2박3일 맞는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캐모포트의 장점이 바로 이런경우이다. 2박3일 분량의 농축액을 압력을 걸어 몸에 두르고 다니다가 바늘 뺄때 다시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입원실 자리 나기가 힘들기 때문에 집에서 맞고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상황을 봐서 항암 주사바늘을 꽂은채 독극물 수액을 맞으면서 병든 어머니를 내가 돌봐야 할수도 있다..


이번주 스케쥴이 이미 꽉차간다. 운전면허 갱신해야 하고 집안청소 냉장고 정리 어머니 병원 뒷바라지와 코앞에 닥친 요양원에 필요한 각종 서류 알아보러 다니기 안쓰는 전화번호 해지하기 향후 내 주거문제 알아보기 져스티스 리그 영화보기.. 도우미 아주머니가 안계시니 빨래와 식사문제 해결하기도 장난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일상 생활일 뿐인데.. 배를 갈라놔 꾸부정한 자세로 항암제 부작용을 참아가며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내가 이런일들을 다 해 낼수 있을까?...


그건 전적으로 내 의지에 달렸다. 할려고만 하면 더한 노가다도 감당해야 하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하면 환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나역시 누워만 있어야 한다. 챙겨주는 사람 없으니 식사는 물론 제대로 안할테고 간신히 일어나 간간히 줄담배만 피워댈게 확실시 된다.. 나를 알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해야하는 일이고 해야만 한다면 한계를 생각지 말자.. 더한일도 충분히 해낼수 있으니까.. 하기로 했다면 불평할 이유가 없다. 소중한 생명 에너지만 낭비하는 쓸데없는 짓이란걸 알았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해진 시간위를 떠다니는 육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