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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24. 2017

밀린일들 처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해야할일들을 한번에 몰아서..


어릴적 주위에서 나를 부르는 내 별명은 ‘괴물’ 이었다. 일반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남들이 생각하는 반대로만 고집스럽게 행동하며 밀어부치는 내 행위들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아이라 그랬을것이다.


경직된 군사문화 시절인 70년대에 왼손만 쓰는 어린 나를 매학년 올라갈때마다 부모님과 면담한 담임들은 기필코 바른길(?)로 인도하고야 말리라는 궂은 각오를 다지고 나를 오른손을 쓰게 다그쳤다. 왼손을 못쓰게 붕대로 감아보기도 하고 맨앞자리에서 오른손으로 이름쓰기만 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왼손 잡이 성향을 가진 아이들도 그런 강압적 문화속에선 오른손잡이로 전향하거나 양손잡이로 타협할텐데 누구도 내 고집을 꺽을수 없었고 결국 나는 아직도 철저한 왼손잡이 이다.


글씨는 위에서 아래로 쓰며 그림도 왼손으로 그렸고 기타를 배울 당시는 국내 왼손기타가 없어서 낙원상가를 시간날때마다 뒤지다 결국 못찾고 오른손잡이를 왼손으로 스스로 개조해 내 기타를 마련했고 군대에선 왼손잡이 총이 없어 사격을 잘못해 사격실력은 꽝이었다. (왼손으로 총을 쏠경우 총탄 껍데기가 얼굴쪽으로 튀어나온다.) 지금은 국내에도 왼손기타들이 무진장 널려있어 왼손 기타리스트들은 악기의 선택권이 많은데 80년대 줄기차게 낙원상가를 돌아다니며 왼손기타 없냐고 부르짖던 내 공로가 크다.


내가 뭔가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면 그야말로 식음전패와 더불어 며칠씩 잠자는것까지 잊게되는데 20대 기타를 연습할때도 그랬고 주식에 빠졌을때도 그랬다. 30대때 실연의 아픔을 잊기위해 사업에 몰두할 당시 술을 밤새 마셔도 나만 멀쩡히 잠안자고 하루 일과를 또 시작하는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해못할 체력이라고 감탄을 하곤했다.


잠을 안자고 의식을 항상 긴장 상태의 고속모드로 생활하는 장점은 짧은 시간안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처리할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상식선에서 하는 업무의 세네배 일을 감당할수 있다.


사업할 당시 보통 점심식사는 운전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동시에 업무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루종일 3군데 업체 이상의 컨설팅과 계약서 도장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저녁은 술자리로 때우고 밤에는 지방 스튜디오로 달려가 밤새 작업현장을 지휘하거나 새벽까지 비지니스 술자리를 가졌다. 그렇게 잠도 안자고 아침에 사우나 한번 하고는 다음날 아침부터 같은 일과를 반복한다. 나에겐 일이 사람만나 술먹고 노는(?)시간이 대부분이라 사업을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고 그런 강행군을 유지했던것 같다.


일이없는 주말에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면서 혼자서 스튜디오에 나와 200인치 대형화면으로 영화를 보거나 ‘플레이스테이션2’ ‘건 그래이브’ 를 대형화면으로 하루종일 즐겼다. 나만의 개인극장을 갖고싶다는 꿈은 그때 이뤘다..


몸도 괴롭고 심정도 처참한 지금이 그때와 비슷하다. 계속 잠은 안오고 잠도 안잔채 하루종일 쉴새없이 일처리를 하기위해 돌아다닌다. 과거와 다른점은 내가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그런 상태가 된게 아니라 상황이 어쩔수 없어서 그렇게 할수밖에 없단 점이다.


아침부터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엄마 상태를 확인한후 향후 어떻게 해야할지를 의논한다. 현재 상황에서 병원에 가족이 입원하게 되면 언제나 고민의 핵심은 ‘돈’ 이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검사가 몇개만 끼어도 병원비는 수십만원 단위로 오르기 때문에 얼마가 나올지 예측할수가 없다.


간호 간병 통합병동은 입원비가 조금 비싼대신에 따로 간병인이 없어도 별다른 불편함은 없으시다. 이왕 이렇게된거 어설프게 퇴원해서 자꾸 병원에 다니는것 보다는 입원한김에 최대한 건강을 회복하는데만 신경쓰고 편히 요양하다 퇴원하시는게 낫다. 다행히 수액등을 통해 영양이 공급되니 상태는 급속도로 호전되 가신다. 결국 식욕이 없고 몸이 받쳐주지 않아 먹지를 못해 생긴 영양실조가 가장 큰 주범이란 말...



우체국 가서 안쓰는 알뜬폰 번호 일년만에 해지하고 경찰서 들러 운전면허증 갱신신청을 하면서 15년전 찍은 사진을 6개월이내 사진이라 우기고 신청해 버리고 점심은 간만에 어설픈 퓨전레스토랑 들러 엉터리 파인애플 필라프를 시켜먹고 동사무소 들렀다 은행 들렀다 요양원이 수백개 업체가 난립해 있는 경기 파주 지역에서 가장 시설좋고 유명하다는 요양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시설이 좋아 드라마 촬영도 많이 이루어진 곳이라 여기저기 분점도 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분위기를 느껴봐야 결정을 내리기가 쉽다.


요양원 이란곳에 왜 그렇게 부모님들이 필사적으로 가시는걸 거부하시는지 요양원 이란데를 직접 가서 보니 이해가 간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직원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보살펴 준다해도 역시 죽음의 냄새가 나는건 어쩔수가 없다.. 노인들이 즐겁게 모여서 레크레이션을 느긋히 즐기는 모습을 연상했던 내 생각이 짧았다는걸 느꼈다..



정말로 연세가 많아 대부분 치매끼가 있어 멍하니 TV앞에 모여서 대화 한마디 없이 멍하니 있는 노인분들을 보니 아직 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모실때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시설이 아무리 훌륭해도 현대판 고려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버지 같은 경우는 시설요양 등급을 받으신지라 언제든 원하면 입소는 가능한데 요양원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일단은 고쳐 잡았다.


요양원 상당을 마치고 아버지에게 들러 일단은 집에서 도우미 아주머니와 원하시는대로 편하게 생활 하시라고 하니 좋아하신다..언제든 요양원에 가실맘이 생길때 그때 모시면 될것같다..


집에와서는 집안 곳곳에 쌓인 쓰래기 먼지청소를 시작한다.. 3일동안 잠을 한잠도 못자고 어제밤에 4시간 정도를 꿀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밤새 눈이 왔다..오호라 .. 첫눈 ?



엄마가 퇴원하시기 전까지 집안청소를 마쳐서 집안을 환자가 편히 쉴수있는 요양분위기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더니 살것도 많고 할일도 정말 많다. 내가 시골에 내려가 있었던 일년동안 살림에서 손땐 엄마가 혼자서 생활하시다 보니 거실벽과 문틀 창틀에 담배 니코틴이 노랗게 딱지가 앉았는데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지 말라고 경비실에서 알려드립니다 방송이 잦다보니 엄마가 항의 두렵다고 문을 닫아놓고 거실에서 담배를 피워댄 결과이다.. 구석마다 먼지가 가득하고 가구들 마다 때가 잔득 끼었는데 집안이 세균의천국이 되있다..


이런 종류의 집안 청소는 집주인 외에는 남이 해줄 사람이 없다.. 하루종일 싱크대 문짝하나 청소할 사람을 구하느니 새로 싱크대를 장만하는게 싸게 먹힌다.. 해도 티도 안나고 시간과 힘만 드는게 집안 찌든때 청소인지라 집주인 아니면 대부분 손도 안대는게 일반적이다.


집안 살균과 청소를 마치면 겨울나기 뽁뽁이 시공도 하고 엄마가 입원해 혼자 있는동안 집안을 환자 두명이 편하게 요양할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 시키는게 목표다..


엄마 취미가 일회용 젖가락 모으기 인듯.. 싱크대 서랍에 여기저기 있는 일회용젖가락만 한뭉태기 나오고 버릴 살림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실제 지금 사용하는 물건들 외에는 전부 쓰래기 라고 보면 되는데 노인들이 사는집을 가보면 대부분이 그런 쓰래기 더미속에 사람이 끼어사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 집도 마찬가지로 식탁에 듣지도 않는 카세트 테이프에 약봉지들이 한가득이라 밥을 식탁에서 먹을수가 없을 지경인데도 도우미 아주머니가 청소 해드리고 싶어도 손도 못대게 하신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자리에 제대로 있는 물건들로 대부분 노인들의 살림은  ‘엔트로피 법칙’ 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남이 보기엔 정신없이 쓰래기들로 어지러운 상태인데 본인들에겐 그것이 제자리에 놓여있는 필요한 살림이라 인식하고 변화주는걸 싫어해 그대로 살아간다.. 그것을 바꿀려면 당사자가 없을때 바꿔 놓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면 된다..


일단 집안청소까지 마치고 극장가서 저스티스 리그만 보고오면 그다음부터는 진짜로 맘편히 환자모드로 영화나 보면서 아프다고 끙끙댈 예정이다..


오늘도 어머니 병원에 갔다가 하루종일 닦고 버리고 집안을 살균하고 청소해댈 생각이다.. 아무런 제지없이 살던 수많은 세균들에겐 우주가 뒤집히는 현상일것이다..


잠을 자고났더니 아침에 기분이 이렇게 상쾌할수가 없다. 이몸을 해가지고 3일동안 4시간 자고 계속 움직이면서 청소만 했구나.. 내가 생각해도 난 괴물이 맞나보다.. 패딩으로 가리고 다녀서 누구도 내가 창자를 임시로 꺼내놓은 상태라는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적어도 몸이 고장나고 아프다고 몸에 끄달려 아무것도 못하고 고통받는 에고의식이 아닌것만은 확실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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