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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27. 2017

삶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감사한 분들..

삶이 그대를 벼랑으로 몰아세워도 절망할 이유는 없다..


작년 여름 급작스례 공인 시한부 인생 환자라는 딱지가 붙은 이후 생활도 그렇지만 주변 관계들이 모조리 뒤집어졌다. 친척들 포함 대부분이 자신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까 립서비스 안부로 관계들을 끊게 된다.. 반면에 내가 이 지경이 되니 정말 나를 생각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싶어하는 사람들도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삶이란게 무엇인지... 매일 짐정리와 청소 주변정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더 이상 일을 벌리거나 새로운 관계는 그만..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지만 이런 막장 상황에서도 새롭게 만나는 인연들이 생기게 된다. 아직 나에게 생활과 삶이란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픈사람 심정은 직접 아파본 사람만이 이해가 가능하다.브런치를 통해 심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이 계시고 어떻게 연이 닿아 직접 찾아와 도움을 주시려는 분도 계시다.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집까지 찾아와 맛있는거 사주시고 정성들인 선물에 다소 부담가는 금액의 용돈까지.. 양손에 선물을 한가득 안고있던지라 가방에 넣어주시는것을 거절을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사회적 약자가 되어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것도 진심이 담긴거라면 고마움으로 받아들이면 되는것 같다.. 잘 모르는 남에게 얻어먹고 도움 받는것이 익숙치 않아 낯설기는 한데 쓸데없는 열등감이 바탕인 자존심 버리고 순수하게 모든것을 받아들이면 고마운 마음만 남는다..


엄마와 나 병원비가 당장 필요 하다는걸 알면서도 급하다고 돈을 빌려가 안갚고 나를 매번 돈 갚아주심 안되냐고 애원하게 만들어 빚쟁이처럼 만드는 믿었던 지인보다 낫다.. 내 사정을 알면서도 얼마되지 않는 금액을 그렇게 사정해도 갚지못하는 나름 사정이 있겠지만 돈이란게 그럴땐 참 사람을 씁쓸하게 만든다. 역시 건강한 사람은 아픈사람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이란 생각도 든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내 브런치를 보고 심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는 분중에는 나처럼 암환자분들이 꽤 되신다.  건강한 사람이 내 브런치 글을 보고 찾아왔던 경우는 나를 상대로 보험사기를 노린 사기꾼 이었던지라 그 이후 모르는 사람과의 직접적 만남은 거부하게 만들었다.


오늘 오신분과는 지난번 1차 항암때 병원에서 처음 뵌분이라 두번째 만남인데 암이란 공통의 짐이 있기에 최고의 항암 밥상인 유기농 시골밥상집을 찾아가본다. 호박죽에 숭늉 된장찌개와 강된장, 양배추쌈에 담백한 나물반찬이 스무가지가 된다. 전부 주인이 직접 키워 재배한 유기농 나물들이다. 영업한지 20년 넘은 구석탱이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이라 아는사람만 찾아가는 집이다.



멋진하루가 되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헤이리 고가구 박물관 분위기 나는 카페에서 디저트로 방금 구운 와플에 아이스크림과 아메리카노를 즐기며 푹신한 소파에 늘어져본다.. 커피맛도 딱 내 스타일이고 와플도 직접 방금 구운거라 고소하고 주인이 신경좀 쓰는군 .. 커피랑 느긋한 재즈음악 즐기며 늘어지기 좋아하는 딱 내 스타일이다. 옛날처럼 카페에서 흡연도 가능했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세상이 변한지라 그것까지는 무리..



현재로서는 해야할일 리스트에서 ‘저스티스 리그’ 종영전에 극장가는 일만 남았는데 버킷 리스트에 헤이리 15.000 원 짜리 수제햄버거 먹기를 하나 추가해 본다.. 봄에 왔을때 지나갈때 냄새가 하도 좋아서 언제한번 먹어보리라 맘먹고는 잊고 있었는데 온김에 생각나 가보니 겨울엔 주말만 문을 연단다.. 겨울 평일은 워낙 외진지라 사람들이 없고 썰렁해 헤이리 대부분의 카페 박물관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오늘같은 경우 일방적으로 내가 받기만 하는 만남이어서 부담은 좀 되기는 한데 요즘들어 만나는 모든 지인들도 내가 밥값등을 내지못하게 막는다.. 나같은 경우는 요즘에 만나는 모든 만남들이 그사람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내가 밥이라도 사야된다고 맘먹고 있는데 그사람의 나에대한 마지막 기억이 내가 밥을 사는 모습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방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에게 밥이라도 사주고 싶어하고 자신이 얻어먹을 생각은 안하는것 같다.


며칠전 어릴적부터 허약체질이라 몸고생이 많았다던 친구녀석이 전화해서 내가 요즘 브런치에 쓴 글들을 봤다며 삶에대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란 가슴속 울림이 컷다고 그동안 맘만 있었고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야겠단다..무리해도 휴가를 내고 내년1월달 그랜드캐넌을 간다고 약을 올린다 ㅋ 당연히 하고싶고 할수있다면 하면서 살아야 한다.


친구도 고맙다고 계속 글을 올려달라고 하더니 오늘 찾아오신 분도 같은 말을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를보고 심적으로 용기를 얻고 왼만한 병들은 마음쓰기에 따라 낫기도 한다는 말들을 하시니 나또한 기쁘다. 몸은 철저하게 망가지고 시간은 고립돼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맘뿐이었는데 내 일상 기록들이 타인에게 조그맣게라도 영향을 준다면 나에게 사회적인 삶의 수레바퀴가 아직 완전히 멈춘것은 아니군... 그런 생각이 든다..


어디가 종착역인진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삶이란 수레바퀴가 굴러간다면 쓸데없이 절망하고 자학하며 억지로 멈출 필요는 없다. 어디가 삶이 끝나는 종착지일지는 가봐야 안다.. 가보자. 억지로 하려하지 않으니 힘이 들것도 없고 그냥 숨쉬고 살기만 하면 되는일이라 궂이 죽음에 대해 신경 안쓰기만 해도 된다. 따져보니 어? 쉽네?.. 오늘이 멋진 하루가 됐듯 매일 나에게 닥치는 모든일들이 멋진 삶의 경험과 좋은 시간들이 되는걸로 하자.. 삶에대해 감사하기 딱 좋은밤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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