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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29. 2017

‘행복하기’ 에는 이유가 필요없어

매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기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으로 내 브런치를 애독하는 분들과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인연이란게 참 신기하다..세분 모두 오랜기간 답글로 대했던 분들이라 뵙고싶었던 분들이기도 한데다 내 브런치를 매개체로 자체적으로 인연을 맺고 따로 만남도 가진다고 한다. 연결고리가 된 나를 보기위해 내 거주지 까지 전부 먼길을 와주셔서 그저 감사 감사.


스마트폰으로 시간날때마다 톡톡 아무 생각없이 나오는대로 휘갈기는 기록들인데 그래서 공명하는 분들에겐 더 생생하게 와 닿는글들이 되는것 같다. 전부 나를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식으로 글쓰는 작가로 오해 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냥 아무때나 한가할때 아이폰으로 독수리 콕콕타법 이다.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수정같은거 몰라 귀찮아 안해.대충 그런식이다.


내글의 목적은 내 생각과 내용을 전달하는것이 핵심이고 정식 출판되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기에 멋진 문장을 꾸미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고민하는건 내 스타일 이 아니다. 가볍게 흘러가는 대로 생활의 기록을 남기는 차원이지 신경을 써서 정식으로 글을 쓸만큼 그럴만한 여유도 에너지도 현재의 나에겐 없다..고작해야 일기형식을 끄적이는 나에게 작가라는 말은 부담스럽다.



전날 오셨던 분이 시골밥상을 다시한번 먹고싶다고 강하게 원하셔서 찾아갔더니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일 인지라 프로방스의 용궁칼국수를 먹으러 간다.


용궁 칼국수는 직접 제면소에서 면을 뽑는데 밀가루는 아니고 몸에 좋은 곡물가루로 만든 면이라 밀가루가 부담되는 암 당뇨환자분들도 편하게 먹을수 있다. 가서 확인해보니 보리와 현미가루로 만든 면이다. 네명이 가면 3인분만 시켜도 양은 충분하다. 모자란듯 하면 면이나 밥을 추가해 볶아먹어도 된다.


헤이리와 프로방스 마을의 경우 겉보기 근사한 카페는 많지만 정작 의자는 불편한 경우가 대부분 인지라 전날 갔던 퍼지기 좋은 카페를 다시 찾아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기로 전원합의 프로방스 길건너 헤이리 중앙으로 출발..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환자가 되고나서 너무 마르고 갑자기 폭삭늙게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경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환자가 된 이후에 처음 만나는 분들은 원래 내 모습을 50킬로 미만인 지금 형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부감 같은것은 못 느끼는것 같아 다행이다.. 통계상으로 나에게 곧 죽는다고 영상 사진보고 의사들은 전부 말하지만 와주신 분들도 나에게 죽을사람 기운 같은건 전혀 못 느끼겠다고 덕담들을 해주신다. 어제보다는 조금 바삭댐이 떨어지는 방금구운 와플과 맛있는 커피,차 디저트를 즐기며 직접 만나게 되서 신기한 설램의 수다들을 즐긴다..


보통 내 나이때 사회생활 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만나 술을 안먹고 카페서 커피랑 과자부스러기 먹으며 긴시간 수다 떠는걸 이해하기 난감해 한다. 나 역시 그러했고 지금도 주변 내 나이또래 남자들은 카페서 차나 마시며 수다떠는 사람들을 신기한 동물원 원숭이 보듯 세상에...그런사람들도 있더라 식이다. 남자도 술을 안먹고도 차와 케이크 만으로도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보낼수 있다는걸 이번에 아파보면서 나도 이해하게 됐다. 담배까지 없는건 아직은 ...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재밌는 영화보는것 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점심먹고 차 마시며 잠깐 수다만 떨어도 시간은 금방가고 어느새 저녁이 돼서 간단한 식사겸 토스트.. 남 시킨거 맛보기 해보니 먹을만 먹을만.. 가격만 착하면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 토스트다.


나같은 경우 항암은 아직 한번밖에 안해봣고 내일 2차 맞으러 가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은 그렇게 힘든건 잘 모르겠다. 처음 이삼일 골골대더니 점점 회복돼서 또 맞아도 버틸만큼 현재까지는 몸에 별 무리는 없다. 독약을 넣어서 암이 먼저 회복되나 내 면역력이 먼저 회복되나 치킨게임 인지라 한번 정도는 충분히 이길수 있다. 갈수록 누적돼면 점점 더 힘들어질수도 있겠지만 가봐야 안다. 이런저런 부작용 날때마다 먹으라고 병원에서 약을 한보따리 처방해 줬는데 소화제 빼고는 손도 안대고 한보따리 그대로 남았다.


삼일 내내 몸이 불편해 아직까지 한잠도 못잔지라 정신이 조금 멍한것은 항암과는 상관없이 몸상태가 원래 그런것이다. 비쩍 마른데다 온몸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창자는 밖에 나와있고 온갖것들이 부착돼 있으니 살도 땡기고 테이프 부친 자리들 피부는 간지럽고 진통제인 마약패치 용량을 조금 줄여봤더니 내장들이 금새 쿡쿡대고 아프다기 보다는 신경이 쓰여 잠을 못잘만큼 불편하다.



포트 심은 자리에 현재까지는 이틀에 한번씩 소독하고 테이프 부쳐서 가리고 있는데 피부가 가려워서 안되겠다. 내일가서 호치키스와 실밥을 풀면 테이프를 때도 된다. 겉으로 남들은 봐도 모를거라고 별로 티가 안날거라는 의사 간호사말은 살이 없고 얇은 가죽과 뼈만 남은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피부속에 바둑알을 박아논것 처럼 엄청 티난다.. 따지고 싶네.. 이게 남들은 봐도 모를 정도로 티가 별로 안난다고라?



죽음을 껴안고 살아가는 내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브런치 글들을 읽고 공명과 공감을 하시는분들은 대부분 직접 몸이 아파보거나 치료를 받고있는 분들이다. 건강할때는 절대 느낄수 없는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몸으로 부딫치며 알게되는지라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도 쉽다. 어두운 지하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실때와 같은 상쾌함 해방감 충족감..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 라는 주장을 이질감 없이 잘 이해할수 있다.


행복을 이루는 주문이 필요해

나같은 경우, 주어지는 상황과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던지 무조건 행복이 필요하고 하루를 살더라도 희망과 기쁨속에 삶이란 것을 축복받은 시간으로 바꾸는 기술과 마법이 필요하다. 내 글을 읽고 공명하시는 분들 역시도 삶에서 그런 행복을 창조해내는 마법이 필요하신 분들이고 이번에 나를 찾아오신 분들은 이미 그런 마법을 터득하신 분들이다. 마음이 모든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고 병들은 육체에 무방비로 끌려다니기 보다는 스스로 지배할수 있다는 법칙을 실천하고 깨달은분들 이란걸 알았다.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삶의 마법은 별게 아니다.. 병자의 냄새를 없애기위해 향수를 하나 사야겠네 생각하고 있던차에 이번에 찾아오신 분에게 직접 손으로 만든 향수를 선물받았다.. 와 신기해 마법같아.. 시골에서 9개월을 된장찌개 식당을 찾아 헤매다 브런치에 된장 타령하니 다음날 된장찌개 하는 식당이 눈앞에 나타나듯 원하면 우주 에너지 법칙은 그것을 이루어지게끔 인도하는 성질을 가졌다. 삶은 온통 그런 마법 투성이어서 잘못 다루면 지금 나처럼 병자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가 화를 불러 들이기도 하니까 마음이란건 보이진 않아도 그만큼 파워풀한 실체이다.


먼곳까지 직접 찾아와 정성들인 선물들과 진심어린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보고 나니 세상 사람 인간전부를 왕따 시키겠다는 내 계획은 조금 수정을 가하게 된다. 공명을 통해 인연이 닿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는 ‘행복클럽’ 이 자연스례 만들어진다.  혼자라 생각하던 나는 몰랐지만 이미 내 주변엔 나에게 공명하는 행복클럽이 만들어져 있다는걸 알았다.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어떤 상황이던지 조건같은것도 필요없다.. 나와 생각이 맞고 공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감이 든다. 행복은 물질이 아니어서 공명을 통해 얼마던지 나누어줄수 있고 받을수도 있다.


나도 당신도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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