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Dec 06. 2017

펑펑 함박눈속에 한해를 마무리...

뜻깊은 연말을 맞이하며..


함박눈이 온다. 한해를 마무리 짓는 겨울의 하일라이트로 접어드는것 같다.


어제는 맹추위속에 아침부터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밀린일들 싹 처리했다. 운전면허도 갱신해 새로 받았고 병원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도 받았고 우체국에서 서류들을 발송했다. 마지막 코스로는 하나있던 버킷 리스트 ‘저스티스 리그’ 를 보기위해 극장을 들러 저녁때 귀가했다. 돌아오는 길에 피자를 사가려고 차안에서 계속 전화를 했는데 날씨가 추워서 다들 집에서 피자만 시켜먹는지 계속 통화중...결국 집에 도착할때 까지 피자집이 통화중이어서 피자주문은 포기했다.



시간을 맞추다보니 낮선 주엽역 롯데시네마 밖에 없다. 썰렁한 그랜드 백화점에 각층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행사들을 진행하는데 극장도 텅텅 비었다. 매표소가 따로 없이 매점에서 티켓팅을 같이한다.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극장앞 유일한 식당인 일식우동집에서 해물탄탄면 이란 라멘을 시켜본다. 시설은 깔끔한데 손님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나온 음식을 먹어보니 야... 진짜 사람이 없을만 하군... 고개가 끄덕끄덕.. 맛있게 드세요 하면서 내오는데 맛있게 만들어야 맛있게 먹을것 아닌가.. 면은 불어 툭툭 끊어지고 국물은 맵기만 하고 맛이없어 절반먹기도 벅차다.



사람들 너무해 너무해.. 지구가 외계 악마의 침입에 의해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기라성 같은 수퍼히어로 들이 때거지로 뭉쳐서 인류를 구해 보겠다고 쌩고생들을 하는데 관심갖는 사람들이 없다.. 나 포함 세명만이 텅빈 극장에서 제발 인류를 구해줘 외로운 슈퍼히어로 들을 응원하고 있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지구가 망하건 말건 수퍼 히어로들이 인류를 구하건 말건 관심없고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부자리 패딩에 열광하는중인듯 하다..


국가에서 제작비도 지원하고 전국민이 방방떴던 마블 어벤져스 개봉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그런 기라성 같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푸대접 이라니..마블 승 디씨의 완패다..워싱턴도 디씨코믹스 꺼라는 말도 있던데..워싱턴 디씨라고 하지 않나..



이제 당분간은 밖에 나갈일이 없다. 드디어 맘편히 맛난 주점부리 하면서 방콕으로 영화랑 미드랑 몰입할수 있겠다.. 잠을 못자서 멍한 상태서 미드를 보자니 중간중간 정신을 잃고 스토리를 때어먹게 된다. 그래도 대충 큰 틀은 이해하니까 보다 졸다 보다 졸다.. 오늘밤은 제대로 잘수 있을런지... 커피좀 그만 마셔...


맘에드는 아이스크림을 드디어 발견, 임실치즈 아이스크림 ‘바치오’ 라는 녀석이다. 냉동실에 가득 쟁겨놓고 식후 하나씩 까먹는 재미.. 한겨울에도 튼실한 딸기를 먹을수 있다는점도 맘에든다.


올해 겨울은 나에게 아주 중요하고 또 특별하다. 난생처음 내손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문했다. 집안을 포근한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계속 소독하고 물티슈로 때 벗기고 낡은 테이블등을 바꾸고 이것저것 기본 살림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남자가 집안에 있는 그릇 파악하고 냉장고 반찬 정리하면서 생활하는 경우는 아마도 혼자 자취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살림하는 남자에 도전하기가 이번 겨울 목표다.


어머니가 눈이 어두워 곳곳에 먼지가 쌓여도 인지를 못하고 설겆이를 해도 검수가 안되고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잊어버려 먹을것을 사넣어도 냉장고에 일단 들어가면 상할때까지 나올 기회가 없다.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려면 집안살림 파악을 내가 직접하는수 밖에는 없다.



인간은 늙으면 어린아이 처럼 변한다.. 노인이 돼면 살림의 주도권을 내려놓고 편히 쉬는게 같이 생활하는 가족을 도와주는거다. 노인들의 경우 새것은 고이 모셔 묵히고 손때묻은 그지같은 물건들은 애지중지 하는 경우가 많다. 살림도 쓰던 좋은 가구 식기들은 다 내다버리고 때가 꼬질꼬질한 가벼운 플라스틱 ‘다이소’ 식기들만 애지중지 남겨두셨다. 힘이없어 무거워 못쓰겠다고 고급 알루미늄 스텐레스 냄비들을 모조리 내다버리고 나름 홀가분하게 주변정리 하신다고 달랑 찌그러진 커다란 양은 냄비 하나만 남겼다. 어머나.. ㅜ


부억살림을 기존에 쓰던것보다 싸구려를 사자니 기분이 찝찝하고 좋은걸 사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게 된다.내가 시골에서 쓰다가 버릴까 하다 가지고 온 다이소 에서 산 3천원 짜리 양은으로 된 라면냄비가 현재 만능조리 기구로 둔갑돼 쓰이고 있다.


헌옷들 갖다버리려고 베란다에 쌓아두면 어느새 내가버린 옷들을 좋다고 뒤져서 입고 계신다. 편한 새옷을 사드려도 내가 버린옷이 더 좋으신듯..제발 버리라는 나와 매번 실랑이를 벌인다. 새이불 방석등은 고이고이 모셔만 두고 왜 안쓰냐고 하면 빨래하기 귀찮아서...


혼자 계실땐 여름에도 에어콘을 안 틀고 겨울엔 난방도 아주 낮게해 거실에서도 패딩을 입고 지내시는데 이번 겨울은 그렇게 엄마패턴으로 살림이 꾸려지면 뭔가 좀 억울해질것 같다. 난방도 넉넉히 때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우고 기본 살림살이도 새로 장만하고 버릴건 버리고 깔끔하게 생활하려면 내가 살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어쨋든 엄마가 도우미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시 티비 삼매경을 즐기시는데 집안 분위기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가는듯 해서 맘이 한결 가볍다.. 역시 자식이 옆에 있으니 부모님들이 예전모습을 회복하고 건강을 찾아가서 다행이다.. 마음이 만들어낸 병들이어서 그렇다.. 휴.. 정말 힘든 한해였어.. 돈문제만 깔끔해지면 찌꺼기 거의 없이 한해 마무리 질수 있을듯..막 해피뉴이어 할 준비를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