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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15. 2017

나를 살리고 싶어하는 고마운 사람들..

3차 항암 표적치료제 추가..


3차 항암을 할수 있을까.. 지난주 탈진으로 응급실도 실려가고 해서 갸웃 했는데 날밤을 홀딱세고 아침일찍 병원가서 피검사를 해보니 백혈구 수치 적혈구 수치 등등..별 무리 없는걸로 나와 3차 항암을 맞고있는중이다. 지난번 보다 표적치료제가 하나 더 추가돼서 맞는 약물은 더 많아지고 맞는 시간도 강도도 쌔졌다.


항암 맞는날은 아침일찍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시작으로 그 결과를 토대로 외례진료 보고 곧바로 항암에 들어가야 되는데 맞는 약물에 따라 하루종일도 걸리게 된다.


채혈하고 결과나올때까지 중간에 남는 짜투리 시간에 엑스레이를 찍고 재활치료실에서 뼈가 굽는 현상을 잡기위해 물리치료를 받게 되는데 수납하고 하려면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병원에서만 다섯시간 이상 약물을 맞으려면 점심먹을 시간도 잘 나지가 않는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나에게 쓸수있는 표적치료제는 두개라는데 하나는 부작용이 출혈이 심해서 겁나서 쓸수가 없고 다른 하나는 얼굴과 온몸에 두드러기가 많이 날거란다.. 두드러기 나면 연고 처방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한다..그정도는 부작용 축에도 못끼나보다. 지난번 맞고 손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을 말하니 앞으로 저리는거 더 심해질거라고 초장이니 엄살부리지 말라는 식으로 그말도 무시.. 하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그 정도는 그냥 무시해도 괜찮은 부작용들이 맞다.


나같은 경우는 사람을 만날때 겉으로 드러나는 말보다는 그 사람의 속마음과 사람의 본질을 비교적 잘 캐치하는 편이다. 비지니스를 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 컨설팅을 하면서 생겨난 스킬이다.


내가 만나본 대형병원의 여의사들은 한마디로 대단한 엘리트 이면서 엄청난 근성의 소유자분들이다..엄청난 차별과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올라온 분들이라 겉으로는 쌀쌀맞고 냉정하지만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지만큼은 남자 의사들 보다 더 집요하고 저돌적이며 가식이 없다.


솔직한 진단은 일부 말기 환자들에겐 오해도 받고 절망을 주기도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사람을 가식적 비지니스적으로 친절한것 보다 겉으로는 쌀쌀맞고 고약하게 환자를 대해도 진정성이 담긴 치료를 하려는 의사가 더 맘에든다.


여지껏 만나본 남자 의사들은 전부 립서비스 수준에서 희망고문을 하면서 다른곳에 떠넘기기만 했다. 핑퐁으로 다른 의사에게 떠넘겨지기만 하던 나에게 마지막 주자로 솔직하게 모질게 말하고 자신이라도 치료하겠다고 나선 의사들이 전부 젊은 여의사들이다.


봄에 다른 기라성 같은 대가들도 수술 못한다고 거부했던 나를 이판사판 수술을 해보자는 의사도 새파란 젊은 여의사 였고 지금 항암 의사도 젊은 여의사이다. 비록 겉으론 짜증내고 냉정하게 나를 대하지만 어떡하든 조금이라도 더 나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져 믿음이 간다.


표적치료제는 워낙 고가의 항암 약물인지라 비싼건 한달에 6백만원도 해서 의사가 환자에게 스스로 표적치료제를 쓰겠다고 맘먹는건 의사에게도 보통일이 아니게 된다. 환자가 결정해서 쓰는경우는 그냥 주사 한방에 수백만원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오늘 방문해 주신 항암 고수에게 들은말로는 의사가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를 쓰려고 맘먹고 보험적용을 하려면 엄청난 분량의 서류작업과 보험공단과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의사가 벌려야 한다고 한다.


보통 의사들은 그 과정이 너무 노가다고 힘들어 이 환자는 꼭 살려야 겠다고 맘먹지 않는이상은 절대 안할려고 한다던데 나를 담당한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의사는 표현은 안해도 최장 일년 생명연장을 목표로 자신이 할수있는 최선을 다해본다는 생각인듯 하다.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선물이나 금품은 절대 금지된 사항이라 내색은 안하지만 나 역시 의사에게 고맙습니다 마음만 보낸다.


 

아침부터 병원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치료받고 하다보면 밤까지 하루가 다 갈수도 있는데도 새벽부터 지방에서 출발해 보호자로 같이 운전해주고 하루종일 챙겨주시겠다는 고마운 분도 계시다. 환자 본인이 아니면 생각만해도 엄두가 안날 엄청난 쌩고생에다 너무 큰 신세를 지는거라 부담이 너무가서 거절할수밖에 없다.


긴 시간 항암 맞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환자가 약맞는동안 마냥 대기하는 사람 생각하면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지방으로 귀가 하면 아주 늦은밤이 될텐데 남에게 그런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마음이 편할만큼 얼굴이 두꺼운편이 아니다.


2박3일 꼬박 맞아야 하는 항암도 몇번해보니 포트를 심어 놓아서 충분히 주사를 맞으면서 운전도 조심하면 가능할것 같아서 오늘은 직접 운전을 해서 갔다 왔는데 하려고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보호자가 있으면 안하는게 좋지만 여건이 안맞다면 할수있는건 해야한다.


어제 같은 경우는 손끝이 저리면서 마비가 오긴 하는데 운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주사맞는 자리만 안전띠로 압박하지 않으면 된다.


보통 사람들은 항암 맞으면서 침대자리를 선호해 침대자리는 항상 대기해야 하는데 나같은 경우는 그냥 릴렉스 의자에서 맞으면서 병원안에서 볼일 있으면 볼일보러 다니는게 훨씬 낫다.


상담하러 갈거 있으면 그냥 스탠드를 밀고 다니면서 상담하고 사람 만날일 있으면 빵집에서 커피를 마셔도 된다. 할거 없으면 어차피 날밤새고 아침일찍 병원이 가는거라 그냥 자도 된다. 어제 같은 경우는 병원 일정이 나와 같은날인 브런치 독자 한분이 병원에 오신김에 잠시 찾아 오셔서 덕담 나눠주시고 항암에 관해선 정보도 알려주시고 가시기도 했다.



요즘들어 기억력과 주의력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항암 부작용 중에 하나지만 역시 부작용축에도 안쳐주는 소소한 작용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배우 이름들도 생각이 하나도 안나고 중요한 물건들을 그냥 들고있다 흘리는 일이 많아졌다. 장갑 흘리는건 예사고 지갑 핸드폰도 자주 흘리고..


오늘은 항암제를 하루종일 잔뜩맞고 도시락 까지 챙겨 맞으면서 집에 귀가중  병원 1층 로비에서 송년음악회 라고 교회에서 나와 행사를 하려고 준비중인것을 봤다.. 음악회 라고 하지만 교회 합창단이 예배보는 수준의 합창으로 캐롤등을 부르는건데 내눈에 내가 좋아하는 버터와플 쿠키가 눈에 띄어 잿밥에 눈이멀어 그쪽으로 갔다. 항암 릴레이를 하고난후라 영양보충이 절실히 땡겨서 이기도 하다..


눈치보며 버터와플 쿠키랑 이것저것 과자들 집어온건 좋은데.. 그 와중에 자동차 키를 잃어버렸다. 결국 차앞에서 다시 돌아와 내 행로를 역추적 하다 보니 과자 진열대에 놓고 간것으로 판명.. 과자 할머니가 줏어서 보관중..휴 다행이다.. 못 찾았으면 대형사고 칠뻔했다.


병원안에서 잃어버린건 어떡게든 찾았던것 같다. 지갑은 보통 수납하다 흘리는거고 스마트폰은 상담하다 놔두고 오는것이라 방송을 내보내던지 경로를 역추적 해보면 잘들 보관해 주신다.



생각해보니 가족들은 무심하고 이런 상황에서 돈빌려가서 안갚는 지인도 있는데 그래도 내가 항암하는것에 대해서 염려해주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살길 진심으로 바라는 분들도 꽤 많다는걸 알았다. 아픈사람 심정을 잘 이해하는 브런치 환자였던 독자분들이나 의사 선생님이나.. 장사하는 와중에도 가게를 닫고 기필코 나를 보겠다고 온다고 보채는 후배녀석도 그렇고.. 참으로 고마운 일들이다..


어제부터 릴레이로 맞기 시작한 3차 항암은 약도 늘어나고 강도는 쎄졌지만 현재까지는 무난히 넘어가고 있다. 집에 오자마자 의자에 쓰러져 잠이들어 깨보니 새벽 두시.. 한 세시간 잔거같은데 그때부터 음악듣고 커피 마시고 담배피고 아침먹고 평범한 하루일과가 시작되고 있다.


어차피 바늘을 빼는 내일까지는 꼼짝없이 집안에서 행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지내야 하므로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지내기 딱이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안에서 아프지만 않으면 팔자가 늘어졌다.. 걱정해 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Jeg ser deg sote lam (소중한 사람 곁에), Susanne Lundeng

https://youtu.be/cCA-EIUuA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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