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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27. 2017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수다 한마당..

삶의 마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환자의 마음..


십여년전 집안과 사업 말아먹고 이리저리 술 얻어먹고 싸돌아 다닐때 무척이나 친했던 스님이 구정전에 자신은 육신을 벗을거라고 통보 메세지가 왔다. 지금 내 몸상황이 남 걱정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 스님의 경우 수십년 육체가 고통받고 있다는걸 알기에 차마 고통받는 삶이 죽음보다 낫다고 설득은 못하겠다. 간만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여전히 목소리는 경상도 특유의 강하면서 빠르고 아이처럼 해맑다.


“ 내가 가장 원하는 죽음은 호랑이에게 밥으로 이 몸뚱아리 던져 주는거야.”


“ 끔찍 하잖아요”


육체적 고통을 평생 짊어지신 분인지라 다른 에고적 욕심이 없고 오로지 빛의몸이 되는 신성에 대한 열망으로 한평생 걸어 다니는 도서관 이라 할정도로 영성 종교 철학책만 파헤치며 일직선으로 정진하신 분이시다. 만권 정도의 책을 샀다가 버렸다고 하니 거의 평생을 전재산을 오로지 책 사는데 쓴 셈이다. 


어쨋든, 아픈사람 심정은 본인만 이해할수 있으므로 어떤 결정을 내리건 본인이 최상의 결과를 선택할것이라 함부로 참견은 안하지만 일단은 나같은 경우는 가치 있으면서 폼나고 날씨 좋을때 남에게 민폐없이 아름다운 죽음이 아니면 나는 내 죽음을 허용하지 않겠노라 말해놨다. 일생에 한번있는 이벤트인 죽음을 단순히 감정에 휘말려 섣불리 선택할수는 없는일이다.



날씨가 엄청나게 춥다. 게다가 이번 항암 부작용 메인은 두드러기 증상이다. 그냥 단순한 두드러기 정도겠거니 의사말을 들었을땐 별 걱정 안했는데 막상 시작되고 보니 장난이 아니다. 온몸이 두꺼비처럼 돌기가 나고 얼굴 피부는 두드러기에 더해서 메말라 땡기고 쭈글거린다. 두꺼비 인간은 됐는데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파워는 없다.. 이번주 내내 밖에 나갈 엄두가 절대 나질 않아서 집에서 홍게 아이스박스로 두박스 시켜서 질릴때까지 다리만 파먹고 폭립 시켜먹고 만두 쪄먹고 오로지 먹는것에만 올인한다.



냉동만두는 CJ 비비고 만두가 그나마 먹을만 한데 우족탕 국물을 한솥 만들어 논지라 제대로 된 만두국을 계속 먹으려 하다보니 비비고 만두 6개들이 한봉지가 마트에서 4천원 정도로 냉동 만두 가격도 싸지는 않다. 계속 사먹기만 하니까 아예 엄마가 만두를 만들어 주신다. 집만두가 최고지..


저녁때 십여년 알고지낸 지인들이 찾아온다 하길래 춥고 두드러기로 도저히 외출 자신이 안나고 친했던 스님 문제도 좀 이야기 나눠봐야 겠다 싶어서 집으로 초대한다.. 엄마가 친구들 온다길래 남자겠거니 했다가 여자분들이라 뜻밖인듯 반갑게 맞아주고 만두를 먹이겠다고 새로 빗어서 또다시 만두 파티를 벌인다. 밖에를 못나가도 왼만한건 인터넷으로 주문하는데 빵집은 그럴수가 없어서 어젯밤에는 빵을 만들겠다고 베이킹 파우다랑 밀가루랑 1:1 비율인줄 알고 쑈를 하다 반죽 다 버렸다.


빵 떨어진지가 오래돼서 지인들에게 빵이랑 쥬스만 사오라고 주문했더니 아예 빵집을 털어온듯.. 보이는대로 다 쓸어 담아 온듯한 엄청난 분량의 빵과 쥬스를 들고 찾아왔다.. 누가 다먹어 저 많은걸....ㅋ 아줌마들 손 큰건 알아줘야 겠다. 달아서 많이 못먹는 치즈케익처럼 냉동실에 두고두고 쟁겨놓고 먹어야겠다..



스님이랑 전부 내가 힘들때 알고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 인지라 스님 소식 전하고 세상을 뜨겠다 선언한 스님이랑 스피커 폰 전화로 오랜만에 단체 대화 수다판을 벌인다. 그런 문제는 나보다 몸 건강하고 삶이 여유로운 여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될것 같아서다. 뭐든지 대화 나누고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 하다보면 뭔가 조금이라도 나은 결론이 나겠지..란 생각이다.


내일은 드디어 다시 병원 가는날이다..2주가 몸회복 시키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순식간에 지나간다. 좀 살만해지면 또 항암제 맞고 또 죽어나고.. 언제 끝날지 알수없는 반복되는 시간들... 맞는 시간만큼 생이 연장되길 바라는게 항암 치료라는데.. 2주 고통받는 그 시간 동안 2주 더 숨쉰다는 이야기.. 방법이 없으니 일단 가보는데까진 가보지만 그렇게 고통스럽게 연장해서 뭔 의미가 있을까란 회의도 잠깐씩 생긴다.



며칠전 온라인으로 미친척 난생처음 꽃을 사봤다. 비누로 만들어서 향기난다길래 방향제 기능을 할까 했는데 그건 아닌듯..  만나는 사람마다 비누로 된 모조 꽃을 한송이씩 나눠준다. 그래봤자 일하러 오시는 아주머니랑 오늘 찾아온 친구들..이지만.. 브런치 독자분들 에게도 사진으로 나마 한송이씩 ....


금전문제나 정신적 우울증 등의 문제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는 트라우마와 카르마란 찌꺼기를 남기는 삶에대한 회피 이기에 납득이 잘 안가지만 에고가 겪는 육체적 고통은 지옥이 따로 없다는걸 충분히 이해하기에 무한정 고통 받으면서 무조건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모순이다..


구정 전에 세상을 뜨겠다는 스님의 말에 한바탕 모여서 죽음에 대해 농담처럼 이야기 나누며 오랜만에스피커폰 전화로 즐거운 안부수다 타임을 가졌지만 죽음이 그렇게 쉽게 선택할수 있는 이벤트는 결코 아니다. 타인의 고통에 아무런 도움을 줄수없는 내 처지가 화도나고 안타깝기도 하고... 계속 삶과 죽음..곰곰히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나의 경우 뭔가 그럴싸한 명분과 의미 가치있는 것에  죽음이라는 일생 단한번의 이벤트를 써야 할텐데...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전쟁이 나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것도 아니고.. 뭔가 기록에 남을만한 의미있는 사건, 뭔가 위대한 일에 바치는게 가장 뿌듯할듯 한데.. 어쨌든 죽음은 행복하고 살아온 생에대해 조금의 미련과 후회도 남지않을 맑고 깨끗한 의식으로 맞고 싶다.. 카르마 같은 찌꺼기 남는건 딱 질색이니까..


남에게 민폐 되거나 서러워서 눈물 나는 죽음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된다..쪽팔리니까.. 최소 낙하로 몸이 박살나거나 목매달아 남보기 흉하거나 고독사로 동정이 가거나 하는게 아닌 남보기도 아름다운 죽음이 돼야 한다.. 내 기준에서 그런 까다로운 조건들을 다 만족 시킬수만 있다면 그땐 행복감속에 죽음을 맞아도 별 무리는 없을듯 하다.


맞기 싫다고 발악해도 새해는 온다.. Happy New Year..  새해가 오니까 일단 무조건 맞고보자.. 새해에는 다들 행복들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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