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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28. 2017

상식을 벗어난 인간의 신체한계점..

삼일 안자고 마약패치와 항암4차 시작..


어제밤엔 오늘 항암 릴레이를 해야 하므로 기필코 자겠노라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삼일동안을 꼬박 깨어 있었다..


요 며칠 현* 스님 화두가 떠올라서 쉴세없이 커피를 마셔대고 줄담배질을 하면서 잠도안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아침 8시쯤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해놓은 외례와 검사 항암등을 다른날로 미룰수 있는지 타진해본다. 억지로 자려하다 실패해서인지 도저히 몸 컨디션이 방마루를 오가는데도 힘이 없어 에효 한숨만 나오고 오늘 컨디션으로 3일 동안 이어지는 항암치료 받을 자신이 정말 없어서다.


바늘 빼는 날짜까지 계산해야 하므로 하루 늦추면 일요일이 되기때문에 다음주로 미뤄야 하는데 다음주 월날이 신정 1월1일이라 병원이 쉰단다. 다른날은 담당 의사가 외례가 없는날들 이라 오늘이 아니면 스케쥴이 나오지를 않는다.당장 두꺼비 인간을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약처방도 받아야 하는데 오늘..오늘이 아니면 아구가 딱딱 맞지를 않아 결국 스케쥴 잡는 간호사에게 약속대로 오늘 진행 하겠노라 말하고 세수도 생략한채 황급히 아침으로 빵하나 먹고 집을 나선다. 채혈을 해서 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외례진단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최소 두시간 전에는 미리 채혈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외례을 잡으면 당일 항암 맞는게 언제 끝날지 몰라서 당일로 마무리 하려면 점심시간 이전에는 외례를 마쳐야만 한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밥먹을 시간도 제대로 낼수가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외례 환자들에게 국립병원은 그야말로 돗데기 시장판이다. 채혈을 하려면 아침일찍부터 줄을 서야하고 번호표 받고 대기해야 하는게 새벽 인력 시장을 방불케 한다. 암환자는 왜 그렇게 많은지.. 진짜 아무데도 받아주질않아 오갈데 없는 나같은 환자들에게 어울리는 시스템인데 단순히 암진단 검사 받으려는 정상인들 까지 암환자들에겐 마지막 병원인 암센터에 몰려와 가세하는지라 뭐라도 하나 검사하려면 중환자가 아닌이상은 마냥 대기 아니면 한두달은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친구 어머니도 대장 내시경 검사 받아보려고 11월 말에 예약했는데 잡히는 스케쥴이 내년 1월 중순이란다.. 환자가 없어 아무때나 입원실이 넉넉한 파주 시립 병원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아침에 병원 가려고 운전을 하는데 신호대기 걸릴때마다 자동으로 순간순간 꿈나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이야 이거 진짜 조금만 방심하면 대형사고 나겠군..브래이크만 밟았다가 신호대기 그 짧은시간에 번개 잠이들어 슬금슬금 앞차를 들이받으려는 나를 발견하고 급 브래이크..정신 똑바로 차리고 무조건 설때마다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다..


마약패치도 그렇지만 항암제도 졸음을 동반한다. 삼일 안잔 상태에서 마약과 항암주사를 동시에 맞으면서 과연 저녁때 무사히 귀가할수 있을까.. 자신이 Zero 포인트로 없어진다.


어쨋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시장 같은 어수선함 속에서 채혈하고 엑스레이 찍고 외례 마친후 예정대로 주사실로 향한다. 주사실 역시도 사람들이 바글대서 돗데기 시장판같다. 암센터에서는 항암제 맞는다고 다른 병원처럼 입원하는 사치같은건 바라지 않는게 좋다. 오늘은 침대가 아닌 의자까지도 자리가 없어 대기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암환자분들은 다른 병원이 아마 더 투병하는데 있어 편안할것같다. 국립암센터의 그 안보이는 진가는 나같은 다른 병원에서 다 내팽개친 가망없는 환자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다고 보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한 엄청난 임상실험 데이터와 인력의 힘은 암이라는 질병에 있어선 국내최고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지만 그냥 평범한 암환자분들에겐 사람이 많을수록 복잡하고 정신없을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부작용 방지 보조제 포함해 네다섯개 약물 봉지 한두시간 맞고 깔끔하게들 돌아가는데 나같은 경우는 투여오더 시트지를 보니 무려 16개나 되는 약물 봉지를 계속해 맞아야 한다. 라면봉지 하나만한 액체 한봉지가 수백만원을 호가하다니..표적치료제 먼저 맞는데 이것저것 수액만 계속 들어가다보니 소변이 금새금새 마렵다.. 몇백만원 짜리 오줌이군.. 에고 아까워 ㅋㅋ


육체를 한계점에 놓아두고 주사를 맞으며 무조건 그 시간 만큼은 잠이 들수 있으리란 내 생각은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한다..몸이 몸살난듯 그냥 이유없이 괴롭기 시작하는데 한 자세를 5초이상 유지를 못한다. 누워도 괴롭고 쭈그려도 괴롭고 그래서 잠을 못잔건지.. 잠을 못자서 그렇게 된건지는 정말 모르겠고 아무도 원인은 알지 못한다. 담당 간호사가 계속 신음하면서 몸부림 치는 나를 보고 놀라서 의사에게 응급 전화를 걸어 의사가 직접 만나봐야 알겠다고 해서 하루에 외례를 두번이나 봤다.


- 몸이 괴로웠던 이유는 마약패치 약효가 떨어질때가 돼서 약물 의존증 으로 인한 것이었다. -



담당 의사가 수면제 주사를 조금 처방해 주겠다고 해서 운전해서 집에 가야 하므로 NO.. 주사맞으며 운전해야 한다는 내말을 들은 여의사 표정이 급 심각 급어둠으로 굳는다.보호자가 없는 내 사정을 아는지라 운전만큼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말밖엔 의사도 달리 할말이 없다...


결국 비상시에만 쓰게끔 수면제 알약을 조금 처방받는다. 기존의 항암 부작용 방지 알약들에 두꺼비 인간을 치료하는 약 다섯종류와 수면제가 더 첨가된다.. 이래서 부모님들 알약이 끝없이 늘어나기만 하는거였군.. 이해가 된다.


한계라고 생각했던것은 그냥 에고의 한계일 뿐이다. 내몸은 에고들의 상식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그 리미트를 잘 모르게 된다. 어떡하든 안전하게 운전해서 집에 가야한다 라는 목표에 집중하자 거짓말처럼 육체의 괴로움이 사라지고 졸음이 싹 달아나 버린다.


삼일 못자서 지친 상태에서 항암을 맞으면 답이 없을것 처럼 걱정했지만 집에 오는길은 아침보다 더 쌩쌩하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평탄하게 귀가했다.. 그리고 저녁먹고 방치우고 영화 한편 보고 지금은 밤 11시.. 쓰러질줄 알았는데 왼걸.. 오늘밤 또 날밤세도 끄덕없을것 처럼 쌩쌩하고 눈도 말똥말똥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에 취해 있다.



삼일을 못잤으므로 자야 하는데... 안졸려..왜 그런거야 도데체.. 항암제 부작용 중에 불면증도 있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맞고있는것인지..잠은 못자도 피곤해야 정상인데 왜 아침보다 더 쌩쌩해진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한가지는 분명해진것 같다..


요즘의 나는 잠드는거 보다 깨어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마치 어린시절에 뛰어놀다 보면 잠자는게 싫고 시간이 아깝던 때랑 똑같다. 고상한 음악듣고 영화보고 계속 놀고싶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청소하고 하는게 잠자는것 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중이다..뜻박인걸.. 한두시간 자고 말짱하게 일어나 생활하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잠을 안자려고 하는군..


생각해보니 오늘 항암을 맞기위해 억지로 잠을 자려하고 걱정했던게 몸을 그렇게 피곤하게 만들고 괴롭게 만들었던것 같다. 막상 죽을둥 살둥 운전해서 일과를 마치고 나니 걱정이 없어지면서 일단 고민 하나는 해결되어서 인지 마음이 가벼우니 몸도 가벼워진듯 하다..


가끔 이렇게 내몸은 내의식을 따르는 신퉁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은 메인 항암 도시락을 옆구리에 차고 토요일 까지는 계속 맞아야 하므로 가급적 액션은 자제해야한다. 오늘은 정말 자겠지.. 피곤해도 잠이 안오면 수면제란것도 먹어볼수도 있겠다. 정말로 내가 음악듣고 영화보는것 보다 잠드는걸 더 원한다면 말이다..



푹자서 개운한 아침을 맞는날이 한달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한 요즘이다.. 오늘은 새벽에는 진짜 잠이 들거같고 몇시간 자고 일어날지는 그때 그때 내 맘이다. 담배 피고 싶고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두세시간 자고 일어나다 보니 그게 그냥 생활이 된듯하다.오늘은 항암 도시락을 옆구리에 차고 맞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 몸부림 치며 잠버릇 고약한 사람들은 어떡게 할지..아마 자다가 몸에 부착된 주사줄 다끊어먹는 사고도 생길수 있겠다.


편안히 잘수있는 환경설정은 애초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그 안에서 최선을 찾아야 된다. 얌전히.. 의자에 기대 잠드는날도 많아서 그렇게 자야 할지 그냥 침대에서 시체처럼 차렷자세로 자야할지..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서.. 일단은 잠드는것보다 음악들으며 깨어있는 시간이 더 즐거우니 피곤의 끝이 다시 밀려오면 그냥 그때 자는걸로..  정말 강추위에 수고했어 물루...굿나잇 행복한 밤속으로 Music of the night... 오페라의 유령이 다시 보고싶군..


https://brunch.co.kr/@yemaya/729



https://youtu.be/77umP7IRx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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