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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an 08. 2018

새해맞이 동면상태서 세상을 바라보다..

애부뤼봐리햅휘뉴이얼

 

2018년 새해가 밝은지 8일째..


강추위속에 집콕동면 모드로 돌입 엄청난 양의 영화와 드라마 파일속에서 며칠에 한번 가끔씩 잠도 자면서 그렇게 최소한의 에너지 만으로 생활하는 중이다. 적어도 수면이 기준이 되는 하루라는 시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중이다.


일단, 세상 바깥에서 바라보기 모드로 생활하게 돼면 모든 사람들이 가진 각자 고민들을 대하면서 인간의 특성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라는 큰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돌연변이는 아직 본적이 없기에 “그 사람은 그렇더라 ..” 라는 개성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인간은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더라..” 라는 보편적인 이해가 정립된다.


대부분의 인간이 현대 사회라는 괴물이 부여하는 단체적 특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여름에 돈을 빌려가 결국 마지막 약속도 어기고 제대로 갚지않는 지인을 보면서 신뢰 믿음따윈 돈앞에 무력하다는걸 이번에 확실하게 또한번 느낀다. 어머니와 나 병원비 라는걸 알면서도 급하다고 며칠이면 금방 갚는다는 허풍에 호의를 베풀었지만 소소한 돈 같은건 무시한다는 자칭 통큰 (?) 인간의 특성을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조금만 신경쓰면 당장이라도 갚을수 있고 절대 못갚을 정도의 금액이 아니란걸 알기에 더 감정이 상한다. 약속을 번번히 어기고 결국 마지막 약속된 리미트을 넘기고도 안갚는 이유는 딱 한가지 내가 죽는 소리를 안하고 매달리고 사정하지 않아서 이다. 신경쓰이니 갚아달라고 매달리면 얼마되지도 않는 돈 가지고 그런다고 치사하다고 도리어 짜증낼 타입이다. 언젠간 다 받긴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을 구차하고 치사하게 만들어 관계에서 상처를 남긴다. 결과적으론 돈잃고 사람잃고..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친한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멀리하라는 말이 인간들에겐 맞는말이다. 못살게 굴어야만 우선순위로 돈을 갚는 돈을 대하는 대부분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라 보면 된다.



반면에 조건없는 도움을 주려는 분들도 많다. 오늘 CT 찍으러 병원에 가서 우연히 서로 검사받는 날짜가 맞아서 잠깐 만나분한테 요즘 내 형편에서는 집어들기 힘든 제대로 된 냄비를 하나 선물받았다. 내 브런치에서 다이소 3천원 짜리 양은 냄비가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샀다고 하는데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아마도 음식 만들어 먹으려고 사용할때 마다 고맙다는 생각을 갖게될것 같다.


이번달은 특히나 구정전에 세상을 뜨겠다고 말한 현* 스님이 자꾸 걸려서 가장 신경쓰게 되는데 내 생각에 그게 할수있는 모든걸 다 해보고 모든 인생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깔끔하게 선택하는 마지막은 아닌듯 해서다. 문제를 안풀고 지겹다고 그냥 끝내면 결국 다시 또 돌아와 남겨진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적어도 구도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쳇바퀴 도는 시간낭비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체가 지닌 수명이라는 정해진 시간안에 가급적 모든 인간적 찌꺼기들은 떨어내고 인생이라는 짜여진 프로그램 문제는 다 풀고 하는게 구도인이 해야할 일이다. 혼자서 풀기 힘들땐 도움을 받아도 좋은데 내가 몸이 망가져 거동이 힘든지라 마음만 갈뿐 실질적 도움을 못주는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단은 다스칼로스 같은 사람도 실제 있다는것을 체감으로 느끼면 육체에 대한 이해도를 자신과 어느정도 비교해볼수 있다.


* 검사동의 휴게실. 병원동과는 달리 한적하고 고급지다.


오늘 그동안의 항암치료 결과를 보여줄 시험지 제출하는 날이다. CT촬영을 위해 하루종일 굶어야 하기에 어제 저녁 억지로 먹고는 마약패치 부작용으로 바로 다 토하고.. 토하고 나서 또 먹고.. 오늘을 위해 먹는것과의 전쟁을 한바탕 치뤘다. 검사를 마치고 바로 병원앞 분식집에서 떡라면을 먹는데 제대로 된 분식집 떡라면이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다. 라면은 가장 대중적인 신라면에 적절한 양의 떡과 풀은계란 타이밍,파와 고추가루 신선한 단무지와 김치.. 나무랄데 없는 정석이다. 간만에 완벽한 분식집 라면을 먹었다. 앞으로 라면이 먹고싶을땐 이집에서..


나의 경우 상황의 위중성 때문인지 병원에서 이런저런 작은 특혜들을 받고있다. 검사도 내가 원하는날에 어떡하든 자리를 만들어 주는것도 특혜라면 특혜다.  CT 예약 자리가 꽉차고 안나서 오늘은 고가의 장비 시설로 양성자 치료등을 하는 검사동에서 찍었는데 시장판 같은 병원동과는 확실히 시설이나 모든면에서 차이가 난다. 건물 전체가 제법 분위기 내면서 고급스럽다.



어제는 올해들어 처음으로 아버지 집을 방문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소파 부근에 아예 전자렌지를 갖다놓고 모든 생필품을 탁자에 놓고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생활을 하고 계신다. 주변 꼬임에 넘어가 사들이고 쓰지도 않는 런닝머신에 실내 자전거에 핼스기구만 잔뜩 거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그래도 청소는 깔끔히 해주시는듯 부엌 정리가 잘돼있고 식사 하는것에도 아주머니가 잘해주시고 별 문제는 없으신듯 하다. 피자 두판을 사가지고 가서 부자간의 피자파티를 벌이고 왔다.


내가 시골 살림을 접고 집에 들어온 이후, 아버지도 어머니도 예전처럼 별다른 사고없이 안정을 찾아가는듯 하다. 인간은 나이를 먹고 늙으면 아이와 같아져서 돌봐달라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외로운 노인들의 우울증과 늙으면 나약해지는 인간의 마음.. 결국 혼자 계시는 부모님들이 작년에 벌린 모든 집안의 사태들은 옆에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인 셈이다.



식구들과 친구들, 주변을 바라보면 예전엔 각자 사람들의 개성이 보였지만 지금은 인간이 보인다.. 인간은 내가 50년간 보아오고 체험하고 느꼈던 그런 존재들이 맞다. 상황앞에 나약하고 주변에 휩쓸리며 각자가 만들어낸 제한된 틀을 개성이라 착각한다. 그것이 그사람이라고 서로간 인식하게 만든다. 다른 종들이 그러하듯 인간도 대부분이 보편적인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어떠한가.. 올해는 나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을듯 하다..나라고 생각했던 개성과 틀들은 사회생활을 쉬고 있으므로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버리기로 했다.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윈도우가 나 인것 같다. 그게 내 새로운 개성이라고 보면 된다.. 겨울 동면모드 계속 작동중.. 내 근황... 별다른 글이 없더라도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창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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