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암센터에 요 근래 항암 환자들이 몰려도 너무 많이 몰려든다. 입원실은 꿈도 못꾸고 침대자리도 한나절을 대기해야 자리가 날까말까 한데 의자 자리 마저도 만석이라 결국은 대기실에서 항암주사들을 맞는 지경까지 됐다. 대기 의자에 죽 앉아서 주사바늘을 꽂고있는 환자들이 즐비해 그야말로 돗데기 시장에 전시 상황 비슷하다.
채혈실은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뤄 대기표를 뽑아들고 줄을 서야 하는데 어김없이 시스템에 적응못하는 노인분들이 우왕좌왕 우겨대면서 여기저기서 간호사들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입원실이 턱없이 부족해 1인실까지 대부분 항상 만석인데 병원 주변에 보이는 ‘환자방’ 이라는 간판의 정체를 요근래 알았다. 입원실이 없는 지방 통원 환자들 상대로 고시원 같은 방하나를 빌려주는 쪽방이 환자방 이란 데다. 한달비용이 90만원 정도 한다는데 그런 무지막지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방에서 까지 궂이 올라와야 할 정도로 대형병원 치중현상이 심각하다. 바로 근처의 파주 시립병원만 해도 입원실이 널럴하던데..
주차를 하려면 병원안을 몇바퀴 뺑뺑이 돌아야 간신히 자리가 보일까 말까다. 내 브런치가 그런 난장판에 일조한듯도 싶어서 현재 실상을 알리는것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국내 최고의 암데이터를 보유한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암검사를 하려는 일반인들까지 무작정 몰려들만큼 꼭 암센터에서 진단받아야 할 필요성은 없을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몰리니 나처럼 다른 병원에서 전부 내팽개치고 갈곳없는 막바지 환자들까지 어쩔수 없이 난장판에 휩쓸려 다니게 된다. 안정을 최우선 해야하는 환자 입장에선 사람들이 몰려 전시상황을 방불케하는 암센터는 최악의 환경이 될수밖에 없다.
생명연장을 목표로 하는 항암 치료 대충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차피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한것이고 기대한만큼 최선의 결과는 나왔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다. 어떡게 해도 수술할 마진이 안나올것 이라는 말의 뜻을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보통 수술로 장기를 도려내려면 몸안에 있는 암세포와 장기를 도려내게 되는데 나의 경우는 장이 터지는 바람에 장기들이 암과 한덩어리로 곤죽이 된 상태에서 갈비뼈와 피부까지 전부 붙어있는 상태이다. 도려내려면 뼈까지 아예 숟가락으로 푹 떠먹는 푸딩처럼 외곽부터 몸통 절반을 도려내야 하는데 그런 수술은 절대 가능하지가 않다. 애플 로고 한입 베어먹은 사과처럼 사람몸을 그렇게 뚝 때어낼수야 없지 않은가..
결국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연장한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나중에 또 커지면 한번정도는 더 시도해 볼수 있는데 그 이후엔 내성이 생겨서 더이상은 방법이 아무것도 없단다. 벌써 내성이 어느정도 생겼는지 몸도 지난번 보다 힘들지 않다. 이미 내몸은 독극물에 적응이 돼서 항암 주사바늘을 꽂은채 운전도 꺼리낌없이 하고 다니며 집에와서는 항암제를 맞으면서 며칠씩 밤세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손끝이 칼로 베인것처럼 아프고 토할것처럼 울렁거리는것 빼면 부작용도 상당히 양호해졌다.
뭐든지 적응하기 나름이다. 내장 까 놓고도 혼자서도 충분히 항암주사 맞으면서 운전도 가능하고 보호자 없이도 정신없이 난장판을 돌아다니면서 검사받고 다 가능하다. 처음엔 보호자가 없어서 혼자서 해낼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대충 잘 해낸것 같다. 한계는 정하기 나름이니까.. 항암을 언제까지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다. 알고 싶지가 않다..진짜 추워도 너무 춥다 빨리 겨울이나 지나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