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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14. 2018

세상을 향한 첫 호흡...

I’m Back


어제 처음 후배가 놀러와서 병원정문을 탈출..세상을 향한  첫 호흡을 땠다.. 인증 기구는 풀잎에 불을붙여 연기를 내는 방식인데 흡연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간호사..간병인 아주머니 모두 혼자서 바깥에 나가는것을 철저하게 만류하다 범행의도를 눈치챈 노련한 간호사에게 소지하던 담배 라이터 모두 압수당한 상태인데 그들은 목숨걸고 흡연을 말리는게 나를 돕는일이라고 철저하게 믿고있기 때문에 이길수가 없다. 나를 이해하는 후배를 통해 살아있음 흡연 인증을 시도 해야만 했다... 날씨가 따뜻하지는 않아도 슬슬 봄날이 오고있음을 말하고 있다.. 열흘 넘는 기간을 금식하다 피는 삶의 연기맛 !! 말로 형언할수 없을만큼 달콤하다..ㅋ



간병인 아주머니의 아는 사람 딸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무균 일인실로 옮겨갔다는 말을 들었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어린 아들 두명 놔두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날짜세고 있단 말에 울컥 했는데 거기서도 한발 더 가라앉을 데가 있었구나...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면 더 이상은 안옮겨 다니고 편하게 세상을 떠나는 줄만 알았어...


호흡 할때마다 감염균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인 다른 환자들과 완전 격리조치가 필요한 경우 호스피스 병실에서 일인 무균실로 어쩔수 없이 옮기게 되는데 격리가 돼면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간의 면회조차 마음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간단한 접촉에도 온몸 소독과 우주복같은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장비 착용 없이는 근처 접근을 막는다. 정말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고독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요즘 하루에 일곱번 정도의 물변을 통해 지구가 처음 태어나 자리를 잡는 기분이 든다. 이제 점점 음식을 섭취해 가면 몸에서 어떻게 변이 만들어 지는가 그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볼수가 있을텐데 맑은물에 쓸개즙 덩어리만 풀어져 나오는 초록색 볍쌀 같이 생긴 건더기가 너무나 신기하기만 하다... 개천가에 초록색 이끼 같은거.. 그런게 몸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장이 없어서 소장이랑 다른 부위들이 무엇을 해야할지 우왕좌왕 중인데 처음인지라 물만 먹어도 장 전체가 통증이 오는건 감수해야 한다. 장기들이 어디에 자리 잡을지 아직 모르고 장 협착증을 막기 위해선 부지런히 통증을 감수 하면서 기어 다녀야 한다..



갓난 아이처럼 미음 한숫갈 씹고 또 씹고  호흡도 처음부터 조금씩 마시고 내뱉고 장이 협착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걷기 연습해야 하고 될수 있는한 걸어야 하는데 아직 직립 보행이 가능하지 않다. 꺼부정한 상태지만 스탠드에 의지해 간병인 아주머니가 뒤에서 잡아주고 병실복도로 시간날때마다 돈다..아기 걸음마 생각하면 된다..


“어제보단 많아 나아졌네..” 꾸부정한채 아프지만 그말 한마디면 다 괜찮다.. 나아지고 있다잖아.. 간호사 에게 진통제 구걸만 더 이상 안했으면 한다.. 그것도 어제보단 나아지고 있으니까... 미음 한모금 삼키고 기저귀 차고 걷고 숨쉬자... 아기처럼 아기처럼..


꿈과 현실을 아기들은 구분하지 못하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간호사들끼리 모여 나준다고 떡볶이를 끓이고 있었는데 아직 다 안됐나? 궁금해 물어 보려다 그런게 현실일리가... 역시나 꿈이다.. 진통제 놔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만 현실이고 진짜이다..


수술하기 며칠전에 방송국 다큐 작가님이 연락 주셨던데 인연이 안 닿아서인지 어제 발견했다. 다행이다. 알았어도 조금 이라도 신경 쓰일짓은 안했을테니 말이다. 내 수술 전후가 방송 타봤자 사람들에게 “ 이야 사람이 내장 다 잘라내고 소장 하나로도 사나보네” 호기심의 대상은 됐을지 모르지만 그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수나 있을라나... 그러다 죽으면 쯔쯔 ... 꺼림만 됐겠지.. 어제 후배가 하는말..


“사람이 죽고 사는건 마음 문제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 많은데 실제로 그렇게 살아 남는거는 형밖에는 못봤어..그게 머리로는 알아도 보통 사람들은 몸이 그렇게 안움직여 주는데 형은 진짜 그게 되는 사람이야 ..진짜 말한대로 몸이 움직여주고 살아남는 사람 처음봐. 대단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일반인들 보다는 많이 약한게 사실이다. 두려움이 없을때 진짜 맘편히 내맡김 할수가 있게된다.. 오늘... 지금 일단은 살아 있는게 분명하고 아기처럼 숨도쉬고 아장아장 거리기도 해.. 그러다 보면 살아 남을지 도 모르는거지 뭐 대충 내가 바라보는 내 삶이란 현재 그 정도다..


미세먼지로 음침한 아침인데 어제보단 나은 오늘이 되기를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닝 흡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에게 옳다 그르다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행위란걸 간병인 아주머니나 간호사들이 이해하기는 힘들것이다.. 내가 하는 행위는 살아남으려는 행위일까 죽음으로 가는 행위일까... 에고들의 사고 방식에서는 자살이나 마찬가지로 보이니 그렇게 목숨걸고 말리는거고 나는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또 그렇게 간병인 아주머니를 아침 드시고 놀다 오시라고 속이고 몰래 병원을 탈출해 나와 흡연을 하는 것일테지... I’m Back... 호출이 온다 환자 미싱.. 시치미 뚝때고 병실로 올라가자..


Bob James - Rameau : Fanfarinette

https://youtu.be/pFxpOCYoz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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