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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20. 2018

[원피스] 만화의 늪에 빠져 봄날을 보내며..

정상인 같은 생활을 향하여..


요즘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듯 하여 수술후 한달정도 지난후의 간단한 기록을 남긴다.


일단, 운전하고 벛꽃구경 외출정도는 가능하게 됐다. 지난주도 친구분들이 찾아와 밥사먹고 카페가서 수다떨고 고기냉면도 사먹고 했는데 어제는 먼곳에서 친구가 일산까지 지하철 타고 왔길래 같이 밥먹고 차마시고 갈때는 안산까지 내가 차로 바래다주느라 밤늦게 귀가했다. 제법 컨디션 괜찮음 장거리 운전도 가능하게 된것 같다. 그렇다고 아직 정상인 처럼 활보가 가능한건 아니다. 기어다닐줄 알았다고 하는데 간신히 숨쉬고 운전정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만 다닌다.



뼈가 앞으로 굽어서 빳빳히 차렷자세가 힘들어 키는 3센티가 줄었고 몸무게는 40킬로 조금더 나가는 수준이다.정상체중의 65~70프로 라고 나온다. 어제 친구는 내손이 시체처럼 차다고 한다.


보통 위를 잘라낸 경우 두달정도 간신히 물만 마시게 된다던데 적응의 문제라서 나같은 경우는 무조건 빠르게 적응하자란 생각으로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어댄다.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매일같이 먹어대고 남들이 먹는 밥과 반찬 그대로 먹는데 국물과 물만 자제하는 중이다. 덤핑증상을 매일같이 격는데 왼만큼 적응이 돼서 그냥 덤덤히 그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뿐이다.  


국립병원에서 단체전의 경우 수술할 의사를 한명한명 고를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각 의사의 자질은 순전히 운에 맡길수 밖에 없다.나의 경우 대부분 좋은 의사를 만난듯 한데 정말 운이 없게도 위를 잘라낸 의사의 경우만 완전 초짜 어린 여자의사가 걸린 바람에 이모양이 된것같다.


치아교정기를 낀 젊은 여자 의사랑 수술한 이후에 처음 면담을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것 듣고 울화통이 치밀었다. 분명 수술하기전에 절반 조금더 잘라낼거라고 말을 들었는데 왜 다 잘라냈는가 물었더니 그림을 그리면서 요만큼 남겨봤자 별 의미도 없고 해서 다 잘라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소장끝을 위처럼 사용할수있게 만드는 수술기법이 있다던데 인터넷에서도 봤고 남들도 그렇게 했다고 하니 자기는 금시초문 이란다. “그런게 있어요?” 도리어 나에게 되묻는다..거기다 무슨말을 더 하겠나..


한마디로 환자의 차후 상태 이런걸 고려할만큼 연륜이 쌓이지 않은 초짜티가 철철난다. 그런데다 내가 수술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위를 살리기위해 몇달간 항암 맞은걸 모르는 의사가 틀림없다. 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한명 막내로 참가한것 같은데 내 위장은 그 의사의 순간판단에 의해 성공적인 항암치료 결과와 상관없이 깔끔하게 제거된것이다.. 3분의1 이라도 남기는것과 아예 없는것과 차이가 얼마나 큰지 의사는 신경도 안쓰는듯 하다.


가장 아쉬운건 보통 장을 위처럼 사용하는 수술을 해줬을테니 다들 걱정말라 하는데 내 담당 의사가 그런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것.. 의사운에서 꽝이 나온것 같아서 며칠 찜찜했는데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되돌릴수도 없으니 운이 나빴던것도 운명이라고 인정할수 밖에... 난리쳐서 되돌릴수만 있다면 어떤 난리라도 치겠는데 되돌릴 방법이 없어서 그냥 인정..잊어버리는 수밖에 없겠다.



요즘 삼일에 한번 잠을 자는 예전 젊었을때 스타일로 생활하게 된 이유는 실수로 보게된 만화와 애니메이션 원피스 때문이다..830편에 달하는 애니메이션을 천천히 나눠보려 했는데 이게 상당한 중독증상을 일으킨다. 도저히 다음편을 안보면 안절부절 머릿속에 빙빙돌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아침까지 눈을 부릎뜬채 흥분상태로 보게된다.. 너무나 흥미진진한 전개에 감탄 감탄.. 역시 최고의 흥행작이란 어떤것인가 탄복하게 된다..


어젯밤 300회 순전히 맨몸뚱아리 하나로 세계정부와 맞서는 루피의 황당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만화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성립될수 없는 세계관과 스토리라 실사 불가능 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두가 실사불가능 만화라고 말하는 원피스.. 오직 만화에서만이 가능한 만화만의 특별한 세계를 보여준다..



굉장한 만화를 보고있어..라는 생각이 그치질 않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주인공 루피의 매력에 그냥 마구 빠져들고 있다. 평상시는 개그같은데 가끔씩 사람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각 멤버들이 합류할때마다 눈물 찡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단순히 순수하게 강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동료들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더 강해져야만 해..” 강함을 향한 루피의 의리에 독자들은 공감을 하게되고 응원하게 된다. 불가능할것 같은 무모함 그러나 결국 해낸다..


아직 출간된 원피스 절반도 못봤고 내 생전에 완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만화지만 루피를 알게된게 낙이될지 폐인의 길로 접어든 실수가 될지.. 어쨋든 시간 무지하게 잡아먹는 괴물이 확실하기 때문에 왼만한 결심없이는 첫장을 펼치지 말아야할 만화가 [원피스] 이다.



걸작이라고 하는 일본만화는 거의 대부분 본셈인데 원피스 만은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압도당해 엄두를 못내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지금 수술 회복기에 집어든 바람에 봄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원피스 보면서 지내는 중이다..


공포 괴기의 절정을 그린 판타지 만화가 [피안도] 인데 히트한만큼 역시나 작가가 완결할 생각을 안해서 요즘엔 스토리가 너무나 산으로 가는중이라 욕을 많이 먹는듯 하다.  피안도는 재미있지만 공포만화인지라 오랜시간 끔찍한 세계관을 경험해야 한다.. 그에반해 원피스는 신나고 흥분되게 만들기 때문에 주인공 루피를 만나고 싶어 TV를 켜게되는 경우이다.. 볼수록 신나고 즐겁게 만드는 루피라는 가상인물에 많은 시간을 내주는게 득이될지 실이 될지...


한번 보기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 직성이 풀리는게 내 스타일 인지라 완결은 못보더라도 일단 나온 만큼은 보게될것 같다. 눈뜨면 계속 보게되는 이런 속도라면 한달 걸릴듯한데... 다른 생활을 같이 영위하려면 조금 자제가 필요하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세계정부와 싸우는 에피소드 315 편까지 보고 일단은 당분간 접는다..




어쨋든.. 가끔씩 사람들 만나 공원 거닐고 집에선 애니메이션 보면서...삼일에 한번 자고 닥치는대로 집어먹으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할수 있는게 몇개 안되는 바람에 요즘 흡연량이 많이 늘었는데 어제는 만난 친구가 만원짜리 라는 담배를 줘서 펴봤다. 내돈 주고는 절대 안사필테니까.. 방안에서는 원피스가 흥미진진한 순간마다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산다.. 마약패치와 울트라젯..진통제는 아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생활이 유지될게 확실하다.. 여행이나 다른걸 시도할만큼 몸 상태가 아직은 불확실 하다.. 장기를 다 잘라내 버리고 숨쉬면서 살자라는 결정이 옳은일이었는지 실수였는지.. 한달은 더 지나봐야 대충 결론 내릴수 있을듯 하다.. 아직은 나도 내몸이 어찌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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