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폭염이 대단한데다 수술후 5개월 지났지만 아직 활동에는 무리가 따라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만화책 삼매경속에 빠져서 지나간다.. 안 움직이고 할수있는 취미중에서 만화책 쌓아놓고 보는 재미로 몇달이 후딱 지나갔다. 예전 같았음 집 주변에 비디오 만화책방이 있어서 매일 한가득 대여했을텐데 요즘은 도서대여점도 멸종업종이라 종이 만화책을 보려면 만화카페를 가던지 사보는 방법밖엔 없다.
1Tb 불루투스 지원되는 외장하드를 스캔만화 전용 하드로 사용해 왼만한 도서대여점 분량의 파일들이 있지만 실체가 없는 파일들로 태블릿 만화를 즐기는게 어느덧 재미가 없어진다.
단순히 스토리 파악하고 즐기는데는 지장 없고 편하지만 데생이나 구성편집등을 보는 재미는 직접 인쇄된 종이책을 넘기며 보는 아날로그 적인 맛이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절대 사지 않는다는 철칙이 원피스 때문에 깨져 나가면서 욕망은 한번 원칙을 깨면 것잡을수 없이 금새 불어난다.
외출할때 마다 알라딘 매장을 꾸준히 방문하고 읽고 싶은건 온라인 주문이나 중고를 뒤졌더니 원피스 전집을 포함해 두세달 사이 어느새 한가득 주체못할만큼 불어났다.
벽한쪽 구석에 작은 만화책 서재가 꾸며졌다.공간만 충분하고 예전 같았으면 아마 스튜디오나 집안에 도서대여점을 하나 차렸을지도...( 내 성격상 아마 충분히 그랬을거라고..)
지금은 나에게 만화책을 고르는 기준 제1 순위는 작가다. 확실히 뎃생과 그림보는 재미가 태블릿으로 보는것과는 다른데 내용과 히트와는 상관없이 뎃생만을 놓고 꼭 사고싶은 책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고쿠사이 작품의 경우 그림체가 맘에들어 인기가 없는데 4권 단편인 새책을 바로 주문한 경우이다. 일본 만화 시스템은 미드라마랑 똑같아서 인기가 없음 바로 연재 짤리고 끝이나는 반면 인기가 있음 평생 한작품만 그리는 작가들도 많다. 권수가 짧을수록 대중적으로 재미가 없을 확율이 많고 인기가 없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드로잉 쇼를 펼치며 세계를 돌아다니는 한국의 김정기 작가의 경우 세계적 명성에 비해 정작 만화작품은 내세울게 없다. 드로잉 북을 사려하니 가격이 권당 십만원 안팍수준..허걱! 중고도 안나오고 쉽사리 손이 가지않는 금액이다.
알라딘에서 한권 구한 니헤이츠토무란 작가의 바이오메가는 그림이 너무 맘에들어 (만화체 데생이 예술의 경지다.)전권을 사려하니 컬트만화의 최고작가 라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인기가 없는지 블래임과 더불어 절판돼서 새책을 구할수가 없다. 절판돼면 쓰래기가 되던지 매니아들만 찾는 희귀 도서가 되면서 중고가가 치솟기 시작한다.
한두달 무작정 남말만 듣고 만화책을 사서 보면서 대충 오타쿠 적인 전문가 감각이 생겨난다. 그 세계를 몰랐을때는 그냥 인기순으로 관심을 가졌지만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만화책이 한가득 돼버려 앞으로는 꼭 갖고싶은 책만 구입하는걸로 방침을 정한다. 그런 결론을 내기까지 1권씩만 구입한 샘플들은 치뤄야할 수업료라 보면된다.
앞으로 장편 전집을 갖고싶은 책은 이미 수집중인 원피스가 있고 하나 더 추가한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다크판타지의 최고봉 ‘베르세르크’를 소장하고 싶다. 베르세르크는 내가 고등학교때 이미’ 불멸의 용병’이라는 제목의 불법복제물로 상당히 많은 권수가 있었던걸로 아는데 이미 작가가 진작에 재벌급으로 돈을 벌어선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결이 안돼고 나오는 편수도 극히 적어서 팬들을 몇십년간 애타게 하는걸로 알고있다. 완결이 돼던지 내 상황이 갑자기 여유가 팡 터져서 진열공간이 변하던지 둘중 하나가 돼면 시도할 생각이다.
완결된 작품중에선 전집 소장용 만화로 ‘클레이모어’ 를 꼽는데 27권중 절반쯤 사모았는데 이미 디지털 파일로 다 보았고 애니까지 다 본 경우라 더이상 무리한 욕심이 안생기므로 환경이 팡 변하면 나머지 절반도 그때 생각해 보기로 한다.. 더이상의 만화책 구입은 진열할 공간이 없어서 무리...
장편 전집이 아닌 한두권 꼭 구입하고 싶은 책들 목록도 정해지기 시작한다. 대부분이 절판된지라 중고를 구해야 하므로 운이 따라야 한다. 도서대여점 일주를 하고난 책이나 개인들 (특히나 만화책 소장개념없는 여자들) 책들은 뽑기운이 좋아야 그나마 책상태가 봐줄만하고 좀 비싸더라도 (새책 단가의 50~60%)알라딘이 중고는 물건들이 새책같으면서 직접 눈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살수가 있어 최선의 선택같다.
중고매장에 입고된 책들은 직접 가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앱으로 수시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원피스 같은 인기작들은 물건이 나오자마자 팔리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이 들어오면 바로 달려갈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도 중고 거래가 가능하지만 택배비가 추가되므로 절판이 아니라면 새책 사는것이 낫다.
여름이 끝나갈수록 아마 만화책 삼매경 생활도 어느만큼 충족돼서 끝이날 확율이 많다. 그다음은? 아마도 조금씩 이나마 그림을 그려볼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폭염이 지나가면 그런 에너지가 생기기를 기원해본다.. 지금은 폭염에 마약패치 끊느라 만화책 보면서 시체놀이 정도밖에는 에너지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마약패치도 예전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으로 한고비만 넘기면 완전히 끊을수 있을것 같은데 매번 마지막 한고비를 못넘기고 다시 이어진다.. 잠을 통 못자서 다시 패치를 붙이게 되는데 요즘은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서 더 잠을 안자는것 같다..
삼일 꼬박 안자고 삼일에 한번 두세시간 자면서 계속 만화책만 보는 생활을 몇번 했더니 생활패턴이 그렇게 변해간다.. 눕지를 못하니까 잠자는게 재미가 없다. 침실방에 들어가본지도 오래고 제대로 누어본지가 몇달전이다.. 올해 여름은 그렇게 의자에서 잠안자고 시체모양으로 마약패치 끊기와 만화책보기로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