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나라’ 라고 불리워도 될만큼 전세계의 만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 이다. 가장 근접국가인 한국이 따라가지 못할만큼 독보적인 세계시장 장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납세순위 상위권에 재벌 경제인과 나란히 만화가들이 포진하고 있고 만화 한편이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초상류층으로 신분 수직상승이 가능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보통 만화가들의 인세는 일반 소설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들과는 경쟁이 되지가 않는데 소설이 대부분 한권 두권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피터지는 경쟁을 한다면 만화 밀리언셀러 장편은 100편이 넘어가는 작품들도 많다. 즉, 100권 짜리 장편은 한편이 인기를 얻게되면 100편의 밀리언셀러가 보장된다는 이야기 이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책한두권 베스트셀러인 소설이나 교양 서적등과 비교해 수십배의 어마어마한 인세 수입이 들어오게 된다.
백만권 단위가 아닌 누적 억단위가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여럿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인세로 가장 많은 돈을벌었다는 ‘해리포터 시리즈’ 의 J.K 롤링 부럽지 않은 재벌 작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한번 베스트셀러가 돼면 출판사와 관계가 역전돼서 작가는 ‘슈퍼을’ 로서 여러가지 혜택을 얻게되는데 ‘드래곤볼’ 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에 관해선 여러가지 전설들이 있다. 작가가 피곤을 호소해 드래곤볼을 종결지으려 하자 ‘다른 출판사에서 신작을 내지 않는다’ 라는 조건으로 소년점프 출판사와 십억엔 (한국돈 백억가량) 계약을 맺은일도 포함된다. 즉, 바꿔 말하면 쉬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백억이란 돈을 주겠다 라는 말이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다른곳에 신작을 연재할시 독자를 빼앗겨 잃게되는 출판사의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 이라는 반증이다.
단순히 책인세만 따져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지만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스의 근본은 만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화에 이어 애니메이션, 영화와 드라마, 게임, 그리고 피규어 사업까지.. 하나의 히트 작품으로 최대한 사골까지 우려먹을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하고 있다. 드래곤볼의 판매기록을 넘어섰다는 최대 인기작 ‘원피스’ 의 경우는 캐릭터들을 상품에 이용한 박물관과 독자적인 ‘원피스 샾’ 체인까지 운영중이다.
보고있는 만화가 인기작인지 아닌지는 같은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가 있는지 살펴보면 쉽게 구별이 된다. 캐릭터 상품으로만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도라에몽은 극장판만 47편이 개봉됐고 지금도 매년 신작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이런 거대한 만화산업 시장을 갖게된 배경은 일본 국민들의 만화사랑이 기반이 되는데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권수에도 불구하고 완결될때까지 계속 책을 사서 읽어주는 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을 죽을때까지 완결짓지 않고 평생 그리는 작가들이 나올수 있게된다. 그러다 작가가 아예 다른쪽으로 빠져 결말을 짓지않고 미완으로 남은 ‘유리가면’ 같은 아쉬운 걸작등도 생긴다.(들리는 말로는 신들린채 만화를 그리다 개인종교에 심취해서 만화계를 등졌다는 미확인 소문이 돈다.)
해리포터 시리즈 처럼 단행본 한권 발매할때마다 백만부 이상의 보장된 베스트셀러를 출판사 입장에서 결코 완결 하도록 놔줄수가 없게 되면서 고갈된 스토리를 억지로 늘리려다 보면 작품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보장된 돈줄기를 포기할수는 없으므로 파이를 최대한 키우는 쪽으로 작품이 흘러가게 된다.
공포물로 깔끔한 걸작으로 끝날수 있었던 고립된 작은 섬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린 ‘피안도’ 가 원래 초기의 설정을 무시하고 지금은 어디까지 갈지 무대와 설정을 마구 확장해 폭주해서 달리는 상황도 그만큼의 수익이 창출되는 히트작이기 때문이다. 고립된 섬마을 ‘피안도’ 가 대도시로 변신하더니 지금은 멸망한 일본열도를 대상으로 베르세르크 화 하면서 슈퍼히어로 판타지물로 변했고 단행본 62권을 달리는중이다.
그런 방식으로 아직도 끝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드래곤 볼’ 이다..드래곤볼의 원래 기획의도는 개그가 가미된 코믹 판타지 였지만 드래곤볼 정도 되면 작가가 내는 세금 규모로만 따져도 시 운영에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연재를 이어 달라는 압력에 정계 인사들이 직접 나서게 된다.
작가가 혹시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까봐 작가의 교통편의를 위해 작가의 집앞에 시에서 고속도로를 깔아준 일도 전설로 남아있다. 종결하지 말아달라는 거대한 압력에 의해 드래곤볼은 무대를 우주로 확장하고 본격 스패이스 배틀물로 방향을 전환해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작가의 요청대로 끝내는가 했지만 작가가 쉬는사이 스탭진들이 드래곤볼 GT 라는 외전을 만들어 내고 지금은 다시 작가가 참여하는 드래곤볼 슈퍼가 새롭게 연재중이다. 20년전 끝난줄 알고 전설이 된 드래곤볼도 아직 연재중이라는 말이다.
기존에 발매된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은 완전판,칼라전집판 박스판, 애장판등 새롭게 포장과 사이즈를 바꿔서 매니아들이 여러형태로 수집하도록 다시 재발간 판매중이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이 아직도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이런 재편집 마케팅 때문이다.
만화와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엄청나지만 드래곤볼, 베르세르크, 원피스 등의 한정 피규어는 백만원을 넘기도 한다.. 그야말로 하나의 컨텐츠로 우려먹을수 있는 최대한도를 뽑아낸다..팬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반면, 한국에서 만화는 90년대 까지도 아이들이나 보는 잡지에 실리는 하층문화로 천대 받았다. 8~90년대 대본소용 만화공장 시스템이 한국 만화의 질적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이었고 2천년대 들어서 신세대 작가들이 대거 나서면서 한국의 만화 작가들 뎃생도 점차 일본의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은 다르다.
한국은 아직 원소스로 영화 애니메이션과 게임까지 하나로 윈윈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질 않고 작가들도 그런 초히트작을 만들만한 역량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한국은 아직까지 만화책을 작품으로 서점에서 사본다는 개념이 아닌 ‘빠르게 그려서 읽고 버린다’ 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현재는 인터넷을 통한 ‘웹툰’이라는 개념이 발전하고 있는중이다.
* 뎃생만 보고 구입을 결정한 일본 만화 [프리조나] 의 뎃생 작가는 KOJINO 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한국작가 ‘고진호’ 이다. 일본 작가에 뒤지지않는 뎃생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근래 만화시장은 일본의 출판문화와 한국 웹툰시장의 대결처럼 양갈래로 나뉘어져 가고 있는듯 보이는데 일본 본토에서도 먹힐만한 뎃생 실력을 지닌 한국의 만화가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해외 출판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도 하고 데뷔가 낙타바늘처럼 어려운 일본 출판문화에서 이탈한 일본 중국 대만의 작가들이 한국웹툰시장으로 진입하기도 하는중이다.
한국 작가중에서도 일본의 장편들과 출판물로 경쟁하고 있는 ‘용비불패’ ‘열혈강호’ ‘붉은매’ 같은 장편 베스트셀러도 있기는 하지만 출판물로 일본만화와 겨루는 작품이 많지는 않다. 살펴보니 일본식 출판물로 승부하는 한국의 장편 베스트셀러 작품들은 거의가 다 무협물이다.. 음지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무협지 시장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은 웹툰을 통해 성공한 컨텐츠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 출판물 까지 덩달아 성공시키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중이다. 영화로 제작돼 초메가 히트작이 된 ‘신과 함께’ 의 일본 수출 사례가 웹툰과 일본 출판 문화와의 접목 사례라 하겠는데 아쉽게도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그림체는 일본의 컨셉과 맞지않아 ‘리메이크’ 라는 만화계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형식으로 출간 되었다. 뎃생은 다른 작가가 맡고 웹툰의 원작 스토리만 차용하는 형식인데 현재 일본의 출판 문화와 한국의 웹툰간의 간격을 보여주는 사례 같다..아무래도 소장용 책 출간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갖고싶게 만드는 뎃생을 무시할수가 없다.
무명 작가 입장에서는 웹툰 시장이 일본의 출판 시장보다는 진입이 수월하다고 할수 있겠다. 일본의 출판 시장에서 무명작가의 위치는 그야말로 가장 힘없는 밑바닥 이라 할수있어서 편집자 맘에 들지 않으면 데뷔 기회가 오지 않는다.수십년간 어시스트만 하다 작가라는 칭호를 얻지못하고 만화계를 떠나는 지망생들이 부지기 수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돈을모아 소량을 출간해 매니아들에게만 판매하는 (대부분 작가 자신들이 서로 팔고 사주는 )만화 ‘동인지’ 시장이 존재한다.
현재 동인지 시장에서 나도는 아마추어 작품의 대부분이 유명 작품들의 성적 패러디가 대세여서 가끔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마이너 문화’ 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므로 그냥 출판사 에서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의 대표적인 동인지 마켓의 규모가 완전히 무시할수 없는 규모로 성장해감에 따라 패러디된 작품들의 인기 원작자들과 법적으로 어떻게 조율될지가 관건이다.
몇달간 만화책을 일본 사람들처럼 사서 보려고 하다보니 알게된점..만화책을 사모으려면 넓은 서재와 공간은 필수란점, 그게 아니면 책을 창고처럼 방안에 쌓아놓게 되는 사태가 조만간 벌어진다. 소설책이나 교양서적을 한권씩 사모으는것과는 분량면에서 차원이 달라서 나의 경우 인기작인 ‘ 원피스’ 를 직접 사모으면서 시작됐는데 원피스만 해도 90권 분량으로 칼라링 북에 해설집까지 칼라별로 발매돼서 한작품만 소장하려해도 분량이 엄청나다. 거기에 한작품씩 좋아하는 작품을 추가하다 보면 수십권 단위로 금세 불어난다. 장편 몇편만 소장해도 몇백권 단위가 되어 버린다.
슬슬 방안이 오타쿠의 상징처럼 쓰래기장으로 변하는게 겁이나서 장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할지 처분해야 할지를 고민중이다.. 아마도 만화에 계속 관심을 쏟게된다면 장을 하나더 마련해서 계속 관심가는 책을 수집하는쪽으로 밀고 나갈것이고 관심갖기를 그만두겠다면 싸그리 내다버리는 방향으로 가게 될것인데... 어떤쪽으로 가는게 나에게 도움이 되고 맞을지는... 던져진 주사위가 아직 땅에 떨어지질 않았다..
- 향후 전망..
한국에서 만화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빌려 볼수 있었던 도서 대여점이 웹툰과 인터넷의 스캔본으로 멸종사업군이 되었는데 지금은 웹툰으로 한국의 만화를 볼것인지 직접 책을 구입해가며 일본만화를 볼것인지.. 독자들이 어느쪽을 갈건지 선택해야 하는듯 하다.. 현재는 한국에선 웹툰이 대세이고 일본만화는 불법스캔물로 보는 형식이 가장 많아 보이지만 나처럼 정식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있는듯 하다.알라딘 중고매장에 나온 개인들 소장 용 중고를 보면 알수있다.
한국의 풍토가 출판 만화를 정식으로 구입하는 일본을 따라갈지 일본 출판계가 한국에 맞춰 온라인으로 자신들의 컨텐츠를 정식 서비스 하게 될지도 두고볼 일이다.. 현재 정식 유통되기 시작한 전자 만화책 판매가 두방식을 잇는 대안으로 대세가 될지도 지켜보면 알겠다. 편리하긴 하지만 전자책은 만화책 리더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돼어 있어야함이 전제되기 때문에 넘어야할 난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