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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l 19. 2018

서커스를 보려고 했지만...

사라져가는 한국 서커스 문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공연한다는 동춘 서커스를 보기위해 오이도 행 드라이브에 나선다. 지난주 친구가 보여준다고 해서 수요일로 임시 약속을 잡아놨는데 아침에 몸 컨디션이 자꾸 기절하고 움직일만한 상황이 아닌듯 해서 취소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언제 출발하냐는 카톡을 받고 순간적 충동으로 ‘가자’ 쪽으로 맘먹고 그대로 집에서 입는옷차림 그대로 세수만 하고 바로 집을 나선다. 외출 한답시고 이것저것 챙기고 따지다보면 출발을 못할것 같아서다.

 

요즘 진통제 패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그 절반 분량만큼 힘듬을 감수하고 있는데 힘들다고 시체모드로 있으면 하루종일 잠을 못자는 바람에 비몽사몽 있게된다.


한달간 만화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원피스 87권 전집을 포함해 또 다시 만화책을 한보따리 사모으고 벌려논지라 8tb 2tb 총합 10tb 외장하드에 담아논것들도 그렇고 영화 만화 다 보려면 몇달이 걸리지 모른다. 몇달간 시체모드로 있어도 절대 심심할 일은 없지만, 점점 오타쿠 모양새가 되어가는 나를 보는지라 힘들어도 뭔가 움직여야 되겠다는 반작용 심리도 생기기 시작한다..



며칠전에 고마운 지인분이 집근처 왔다며 나도 모르는 집근처 카페를 데리고 가줘서 가까운 곳에 따스한 햇살과 커피를 즐길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걸 알게됐다. 편하다고 마냥 방안에서 시체처럼 있느니 외출도 하고 시간 남을때 한번씩 혼자라도 들어가 커피한잔 마시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오늘 역시도 하루종일 시체모드로 있느냐 움직이느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움직여 서커스를 보는쪽으로 결정... 일단, 움직이기로 결정 했으면 시체모드에서 의식으로 몸을 정상화 시켜야만 가능하다. 내 주특기인 아프다는 몸 쌩까기.. 출발하니 언제 그랬냐는듯 몸이 쌩쌩 제대로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운전해 가는중간 김포 고속도로는 요금 받는것이 무색할만큼 역시나 평일낮임에도 엄청나게 막힌다. 예전 같으면 엄청나게 짜증내면서 줄담배 뻑뻑에 계속 짜증을 냈겠지만 인생 자체가 이런 막힌 고속도로를 드라이브 하는것과 비슷하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상황에서 내가 짜증을 낸다고 막힌길이 더 빨리 뚫리진 않는다..


어차피 도착시간은 도로사정에 의해 정해진것..그 시간을 도로사정과 상관없이 최대한 즐겁고 유익한 생각으로 채운다.. 일정 구간만 막히고 나머지 도로는 평탄해서 예정시간 보다 십여분 더 걸렸을 뿐이라 궂이 안달복달 할 필요가 없다.. 예전엔 운전대만 잡으면 좀만 막혀도 짜증내고 한숨쉬고 왜 그랬을까.. 달라질건 없는데..



 바닷가 큼직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칼국수로 일단 점심을 먹고 4시 정도 시간 맞춰 서커스 공연천막을 찾는다. 주말은 사람이 몰려 4회 공연을 하고 평일은 2시, 4시30분 하루 2회 공연이라는데 손님이 적을 경우는 공연이 취소 된다고 시작 전까지 일단 기다려 보란다.. 단체 손님이 오지 않는이상 평일날 공연이 이뤄지기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뙤약볕에 평일날인지라 손님이 아무도 안와서 공연은 취소 됐다.. 우리둘을 위해서 그 많은 인원이 공연을 해달라고 할수는 없는지라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국내 유일하게 남아 유지되는 서커스단 이라고 생각해서 나름 대단한 사명 의식을 지닌 젊은이들 이겠구나 했는데 단원들과 스탭 말하는걸 들어보니 전부 중국인들 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서커스단이 아닌 중국 서커스단이라고 봐도 된다. 역시나 서커스 기술을 대접해주지 않는 나라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겠다고 그 힘든 과정을 짊어갈 젊은이들을 찾기 힘든게 당연하다. 차라리 스포츠를 익히면 올림픽에 대한 꿈이라도 바라볼테지만 어릴때부터 위험을 무릎쓰고 익히는 고난이도 기술 치고는 보답이 형편없기 때문일것이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인들에게 서커스라는 쑈는 더이상 관심꺼리가 못되는지도 모르겠고 황금알을 낳는 연예계 와는 동떨어진 시대에 뒤쳐지는 돈 안되는 낡은 전통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명분이야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서커스단 이지만 내막을 보면 중국 서커스단 이므로 토종 한국인들의 서커스는 이미 멸종됐다고 생각한다..



서커스 공연이 취소됐음이 공식화 되고 예정에 없던 바닷가 드라이브에 나선다.. 남여 사이에 뭔가 썸씽을 이루게 만드는 신기한 바닷물이 있는 제부도를 거의 20년만에 다시 가본다.. 젊을때 여자친구와 헤어진후 새로 여자를 사귀기 위해 몇번 제부도 근처 바닷가 와서 술먹고 자고간 기억은 있는데 같이 왔던 여자들 얼굴도 기억안나고 이름도 모르니 그다지 중요한 추억은 아닌게 분명하다..


남자들이 말하는 ‘제부도에 가서 조개구이나 먹자..’ 란 말은 ‘ ‘너 오늘 나랑 같이 자자’ 란 말과 동의어 이다. 제부도는 일단, 저녁 시간이 돼면 밀물이 들어와 꼼짝없이 갇혀 버리니 저녁놀을 보면서 술이라도 한잔 곁들이면 귀가는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제부도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바닷가에 가서 그냥 저녁이나...먹고 온다는 말도 안되는 바램은 저녁놀에 술한잔 곁들이면 쌍방 다 지킬수 없는 무언의 약속인셈이다..


여자들도 대부분 그럴줄 몰랐다 시침때지만 샴푸에 화장품까지 챙겨서 따라오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어쨋든, 그런 남여가 가서 뻔한 고짓말을 주고받는 장소에 술 못먹는 남자둘이 들어갔으니 시간을 놏치면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워 냉커피 한잔 마시고 후다닥 돌아 나오기 시작한다..



저녁은 친구가 데리고간 중국식 가정음식점에 갔는데 일반 위장만 멀쩡했음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잔뜩...한국사람들이 아는 중국음식은 하나도 없고  처음보는 메뉴만 한가득 인지라 무엇을 시켜야 할지 추천 1번과2번을 시켜본다. 1번은 소고기 요리 이고 2번은 돼지고기 인데 둘다 소식을 해야 하는지라 남자둘이 이 정도 분량을 다 못먹고 남겨야 했다.. 별것도 없이 바닷가 쏘다니고 식사만 했는데도 이미 밤이 되고..술을 안먹으니 언제든 귀가가 가능하다는걸 알게된다.. 바닷가 와서 술안먹고 당일날 귀가해보긴 난생 처음인것 같다. 집에오니 11시가 넘어간다..



친구가 오늘 나를 보면서 한말중에 내가 살려고 기를 쓰고 있다고 하길래 그건 아닌것 같다 말했다.. 오히려 반대로 의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 죽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고 오해할만 하다.. 매일같이 줄담배와 무제한 커피, 병원에서 받은 영양제 엔커버 같은것도 안먹어 버릴지경이고 라면 과자 불량식품을 주식으로 먹으면서 잠도 제대로 안자고 생활하니 환자가 살려고 애쓰는 모양새는 절대 아닌게 맞다..


아직 살아야 할지 그냥 조용히 죽음을 준비해야 할지 결정을 못내리고 어정쩡하게 있는 상황인데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양쪽다 몇개씩 있어서다. 목적도 희망도 없이 아픈몸으로 그냥 살아야 한다는 그런 허약한 바램은 나에겐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삶이란 것에는 부수적으로 생활을 비롯, 인간적으로 해결해야할 사회적인 문제들이 줄줄 있는지라 몸이 견뎌줄지도 의문이고 삶이 거의 끝장난 상황에서 지금 몸상태로 결정이 쉽지는 않다..죽음도 마찬가지..골치 아프니 일단은 쉬자...그러고 있다고 보면 된다..이왕이면 정말 살려고 애를쓸만큼 의미있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 바래본다..


삶과 죽음 중간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그런거야...... 어제가 초복이고 다들 여행다니고 피서가고 하는데 나는 오늘 서커스는 못봤지만 친구덕분에 종일 바닷가 드라이브 하고 점심저녁 맛있는 요리 먹고 그렇게 조금은 살아있는 하루를 보낸것 같아 고맙네... 바닷가 여행가서 술을 안먹으면 정말 많은일들이 사라진다는것도  알았고 몸이 무알콜 상태면 언제든 만남을 끝낸후 귀가할수 있는 장점도 알게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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