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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01. 2018

정상인의 외식..살아있기 잘한것 같아..

정상적인 외식을 시도하다..


아침부터 6월의 첫째날 날씨가 인간에게 행복하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따스한 햇살은 일년중에 3분의 1 정도 인거 같은데 누리지 않으면 얄짤없이 지나가버리고 제때 누리지 않으면 리필은 안된다..


친구가 여름용 비니 다 짜서 마무리 해주겠다고 해서 만나려다 보니 중간지점인 고양 스타필드로 간다.



스타필드는 처음 오픈했을때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하는데 지금은 한적해서 주차장이 무료오픈이기 때문에 둘이 각자 차로 와서 한차로 외부로 다시 움직이기에는 딱 좋다.  그리고 애완견을 데리고 쇼핑이 가능해 평일날 애완견을 데리고 쇼핑다니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오기 딱 좋다. 개들 카페도 있고 미용실도 있고 애완견 식품 코너에는 개들의 온갖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위한 갖가지 고급 사료들과 장난감들이 그득하다. 그럼에도 개념없는 녀석 하나는 고급 옷매장앞에서 깡좋게 쉬를 하던데... 그 뒷처리는 누가 어떻게 했는지 ..ㅋ


스시 초밥과 타코야끼가 맛있어 두접시 시켜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그리고 근방의 북한산 사찰로 소풍을 나선다. 퇴원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서는 산밑자락 나들이다..



간만에 맡아보는 나무들 피턴치드 냄새.. 역시나 인간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존재가 맞다. 나무 냄새를 맡으며 그늘에 앉아 있으면 행복감이 채워져온다.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인지라 가장 밑자락 벤치에 앉아 친구가 나를위해 만드는 비니 마무리를 지켜본다. 두개째인데 둘다 맘에 듬.. 직접 구웠다는 컵 케익도 정말 맛있다.


저녁은 근처 맛있는 고깃집이 있다는 말에 잠시 갈등... 수술한후 처음 시도하는 숯불갈비인데...정상인들도 배불러하는 고깃집에서 내가 얼마나 먹을수 있을까.. 아직 시도해본적이 없는지라 모험인데.. 맛있다는 말에 시도해 보기로 한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그때가봐야 아는 문제이니까..



정말 맛있었다..고기는 물론이고 게장 새우장 문어 된장등 딸려 나오는 반찬들도 흠잡을데 없는 외양과 맛인지라 이성을 잃고 다 먹고 말았다..그리고 한시간 정도 옆의 카페에서 커피 아이스크림 후식을 먹으면서 덤핑증상을 견뎌내야 했고 어두운 밤이 되서야 다시 내차를 주차해논 스타필드로 돌아가 조금전 집에 들어왔다.. 분명히 처음으로 시도한 고깃집에서 정상인과 같은 분량의 과식인지라 어찌될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약간의 덤핑증상만으로 큰탈은 없이 소화가 되 가는것 같다.. 다행이야.. 정말..


최악의 경우 지난번처럼 장패색이 오면 바로 응급실로 실려가 죽어도 하기싫은 코에다 호스꼽는 시술을 받아야 하니까.. 코에 호스꼽는 시술은 내몸에서 거부하는지라 나의 경우는 장패색이 되면 진통제와 금식으로 버티며 일주일은 입원해 뺑뺑이 돌면서 고생해야 한다.. 지난번엔 정말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수술후 전부 처음 시도하는것들이라 기록을 남겨두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기록을 적어 나가는데 하루종일 친구에게 계속 얻어먹기만 한것도 처음인거 같고 산밑자락 산책도 처음이고 점심 저녁 제대로 된 외식을 큰탈없이 한것도 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일년간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밥과 커피를 얻어먹기만 하는것 같다.. 내 사정을 잘 아니까 그런것 같은데 처음 자존심 때문에 허용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점점 남에게 도움받고 얻어 먹는것에도 익숙해져 가는건 아닌지..원치 않아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기분을 잘 느끼고 있다..


자신이 마음이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은 환자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게 쉽지않다. 자기몸하나 건사하기 힘든 환자가 타인을 배려하면서 정상인처럼 어울리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것도 쉽지는 않다. 해골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려도 편안하게 시간을 함께할수 있는 부담없는 오랜친구가 있다는것은 감사한 일이다.. 멋진 여름용 수제 비니를 두개나 선물로 받기도 하고.. 기브앤 테이크에 얽매이는 사회적 관계들과는 좀 다른 느낌.. 얻어먹기만 하고 선물을 받아도 과거 정상인 이었을 당시의 나의 모습을 알고있는 오랜 친구들만이 줄수있는 편안함 이랄까..  


오랜 친구라해도 삶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친구들은 전화안부로만 때우고 평일날 만날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않다. 그다지 삶에서 프래셔를 크게 받지않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며 남에게 베풀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를 함께 누려본 시간인듯 하다.. 금전과 시간, 건강 세가지가 전부 갖춰져야만 누릴수 있는 여유라 하겠다. 나는 언제나 한두가지 정도 밖에는 가져보질 못했다.. 돈이 많을땐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남을땐 돈이 없었고 지금은 건강도 안 따라서 지금의 나에게 남은건 오직 시간뿐이다.. 하지만 나머지를 나눠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은 날씨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어..



내몸안에는 일반인과 같은 내장구조가 없기 때문에 내가 정상인처럼 무슨일을 하면 어떻게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이다. 내몸안에 있던 위장 췌장 비장 대장 전부를 잘라서 병원측에 연구용으로 전부 기증했고 이후의 데이터를 남기는게 내가할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내 삶이 병원과 수술한 의사들에게 데이터를 남기기위한 것일지라도 누군가 나와같은 상황을 맞게되는 환자들에겐 오늘 나의 생활기록은 큰 의미를 줄수있을것 같다.. 일단은 수술한지 두달조금 지난 상태인데 산책도 어느정도 가능하고 정상적인 외식도 조심하면 큰탈없이 만족스러웠다고 하겠다.. 크게 봤을때 과연 살아있음의 선택이 맞았는지는 아직 조금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 오늘은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감사하고 있다.... 다른거 아무것도 없어도 인간은 좋은 날씨에 몸이 고통스럽지만 않아도 행복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육체를 지니고 살아있음 자체를 느끼면 돼..


회와 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안먹었던 기억이 없는지라 술한잔 생각나는게 참 아쉬웠다.. 술을 안먹고도 고기랑 회는 먹을수 있는거 였어..술먹는 친구들에게는 정말 믿기힘든 일들을 해낸거지.. 치킨과 말린 오징어를 맥주없이 먹을수도 있을거 같아. 닥치면 하게 된다니까.. 짜장면 먹고 콜라나 커피 흡연을 못하게 하면 차라리 자장면을 안먹는 쪽을 택했던 사람이 나였는데 지금은 그런거 따지며 살아갈 상황은 아닌것 같으니까.. 적응의 문제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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