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의 최전방에 놓인 궁극적 이론의 최종 후보는 우주만물의 최종 입자가 끈으로 되어 있으며 이 끈이 진동하는 파장에의해 만물이 형성된다고 하는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우주가 정교한 법칙에 의해 하모니를 이루는 교향곡임을 말하고 있다.물론 그 작곡가가 누구인지 밝히는것은 물리학자 들의 몫이 아니다.
음악으로 예를 들자면 우주는 각기 자유의지가 부여된 양자들이 정해진 틀안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로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되는 클래식 보다는 재즈에 더 가깝다.
클래식 교향곡은 작곡가가 정해논대로 연주자들이 기계처럼 같은곡을 반복하지만 재즈는 그렇지 않다. 틀만 있을뿐 그것이 어떻게 연주될지는 연주가들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한번도 똑같은 합주가 재현되지 않는다. 이것이 재즈의 가장 큰 특성인 즉흥연주(Improvisation) 이다.
내가 재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이다. 중학교때부터 음악감상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팝과 헤비메틀 프로그래시브 등에 빠지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국내서 구하기 힘든 음악들을 소개하는 새벽 1시 전영혁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위해 잠도 안자곤 했다. ( 학교 등교는 새벽 7시까지 )그러다 전영혁에서 점차 재즈를 틀어주기 시작하면서 처음 재즈를 접하게 된것이 척맨지오니의 '필소굿' 이었는데 당시 국내는 재즈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고 고등학교때부터 LP 음반 모으기를 좋아했던 나는 라이센스가 거의 발매되지않는 재즈 음반을 사기위해 LP가게를 뒤지고 다녔다.
80년대 가격으로 (수입음반 새것 5만원 중고 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재즈음반들을 모았고 재즈에 빠져들었지만 국내서 재즈에 대한 정보를 얻을길은 거의 없었다.
이태원에 있는 '올댓재즈' 란 성인바가 유일한 라이브 재즈를 한다는 곳이었는데 고등학교 신분인채 구경갔다 바로 쫒겨나기도 했다.
그땐 국내에 지금처럼 '실용음악과' 라는것이 생기기 전이어서 음대는 클래식 아니면 국악 둘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고 둘다 배워본적 없던 나는 미대 진학을 희망해서 화실을 다녔다. 공부는 반에서 꼴찌에 가까웟고 (이상한것만 외우라고 강요하는 교과서 공부는 아예 안했다.)그림만 잘 그리면 어떡하던 대학은 갈수있을거 같았다.
학력고사는 형편없었지만 그럭저럭 알만한 대학에 입학은 했고 (내가 대학진학 한 이후 담임은 쇼크를 먹고 반에서 공부 못하는애들 그림 그리라고 후배 아이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미대를 다니며 클래식 기타 단체를 만들어 연주도 하고 했는데 재즈로 전공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군대를 군악대로 가게 되면서 부터이다.
당시 재즈는 국내서 배울길이 전무한 상황에서 미국의 '버클리'란 곳이 부유한 아이들이 택하는 코스로 떠오르기 시작할때 였는데 (그당시 한해 등록금만 우릿돈 2천만원정도 )군악대 고참을 통해 유럽에서도 재즈를 배울수있다는 정보를 얻게되었다.게다가 유럽은 모든 교육이 장학제도로 입학만 하면 학비는 거의 공짜라는 사실에 나는 미술 대학에 복학하느니 전공을 갈아타기로 맘먹은 것이다.
재즈 배운다고 남들 미국갈때 말도 안통하는 유럽을 택한것은 순전히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였고 지금은 유럽도 재즈를 배우러 많은 후배들이 가고있는것로 알며 아마 내가 유럽파 1.5 세대쯤 될것이다.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바로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유럽으로 향했다. 옆에서 항상 내가 제멋대로 뭘하던 말리지 않던 여자친구는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내린 이런 내결정에 그때도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는데 차라리 그때 가지말라고 했다면 아마 유학을 안갔을수도 있고 내 살아온 궤적은 달라졌을것이다. (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
한국에서 재즈 음대 다닌 경력이 인정돼야 입학이 하가되고 정식비자를 받을수 있는데 나는 그럴수가 없었다.유럽에서 재즈교육이 가장 발달했다는 네덜란드에 비자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현지 아이들과 똑같이 입학 시험을 치뤘고 10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다행히 명문 콘서바토리움에 예비과정을 건너뛰고 본과정으로 바로 입학허가를 받게되면서 20대 전부를 재즈공부에 바치게 된다..
물론 한국에 와서 재즈가 내 밥벌이는 되지 못했고 30대 들어서 사업하는게 끌려서 프로 재즈연주가의 꿈을 버렸지만( 한가지에 인생을 다 바칠만큼 외골수 예술가가 될 자질은 나에게 없다.) 재즈는 아직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본질과도 같다. 재즈를 배우게 됨으로써 나는 나를 비우고 흐름에 나를 던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한것이나 다름없다.
'재즈에는 명곡이 아닌 명연주가 있을뿐이다'
재즈는 언제나 살아있는 음악의 형태로 클래식처럼 같은곡을 똑같이 연주한다는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을 비유해 보자.앞에, 발표문을 놓고 국어책 읽듯 읽어나가는게 정치인들 전매특허 방식인데 주제는 같아도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호소하는 연설과 청중들 반응이 같을수가 없다.
클래식은 정해진 악보에서 하나만 실수해도 틀린것이 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무대위에서 틀리지 않기위해 같은곡을 수백번 반복 연습해야만 한다. 반면, 재즈는 코드 흐름을 익히기 위해 리허설을 하지만 매번 다른 플레이가 나오게 된다.
연주자의 기량에따라 무대위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선율은 주변에 영향을 받고 주게되는데 관객의 반응에 따라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 상태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일류 연주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멋진 연주를 끌어내기 위해 관객과 다른 악기들의 호응을 유도할줄 안다.연주자의 기분에 따라 같은곡을 연주하더라도 시간은 2분에서 30분까지 천차만별이다.
일류 재즈 연주가들은 청중들 반응을 실시간 봐가며 들었다 놨다 청중들을 마음대로 요리할줄 안다. 물론 청중들도 같이 합세해 더욱 격렬한 연주를 해달라고 환호와 박수를 치고 연주자는 그순간에 빠져들어 자신도 생각못했던 멋진 플레이들을 하면서 하나의 명곡을 탄생시키게 된다.재즈는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행위예술' 인 것이다.
만약, 연주가가 연주를 하기전 미리 이런저런 프레이즈를 클래식처럼 정해서 마음먹고 연주하길 노린다면 그것은 죽은 연주가 된다. 다른 반주 악기들과의 교류를 방해하고 일방적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이 연주했다 하더라도 정해진 연설을 하는 수준이 된다. 다른 악기들과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가도 관건이기 때문에 일류 연주자일수록 무대에 오르기전 자신을 비우기위해 이완상태를 유지한다. 재즈가 딱딱한 콘서트홀 보다 술이 곁들여진 바에 더 어울리는것은 그때문이다.자유로움 이야말로 재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움직이는 '에너지 무버'
말이나 연주 글등으로 사람들 에너지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에너지 무버라고 하는데 에너지 무버의 필수조건은 재즈 연주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비어있음' 이다. 훌륭한 에너지 무버들은 자신을 비워둔 상태에서 정해놓은 틀보다는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함으로써 사람들 감정을 요리하게 된다.
얼마전 '나는 꼼수다' 방송으로 유명해진 김어준의 경우가 엄청난 말의 대가로 훌륭한 '에너지 무버' 인데 그는 정해진 멘트로 대본대로 말하고 끝내는 아나운서 타입이 아닌 적절한 포인트에 자신의 감정을 살짝씩 첨가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주제안에서 훌륭한 토크쑈를 완성해낸다. 작가가 써준대로 대본을 읽는 토크쑈 진행자들이 수백번 대본을 읽고 연습해도 넘볼수 없는 재능이다. 청취자들은 그의 규칙없이 막나가는 듯한 토크진행에 에너지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는것이다.
재즈 연주가도 마찬가지 이다. 무슨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주제를 정하는 것이고 내용은 순전히 연주자 기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이것은 클래식 처럼 연습으로 해결될수 있는 문제가 아닌 그 순간에 얼마나 자신을 비울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자신을 비워 둔다는 것은 자신의 의식을 항상 제로 포인트.(ZERO POINT)에 머물게 함으로써 모든 에너지들을 다룰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우주는 모든 만물이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으며 양자역학으로 깊숙히 들어가다 보면 이 세상 모든 물질이 결국 우주처럼 텅빈 공간 이란 결과가 나오는데 입자들의 파장과 흐름에 따라 물질이 형성되고 형태가 만들어 지게된다. 모든 물질의 형성에 파장이 사용되는것을 알게되면 이 우주만물이 하나의 음악과도 같다는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초끈이론에 들어와서는 더욱 우주가 현의 울림에 의한 파장으로 만들어진 무의형태 라는것이 보다 확실해져 가는데 우주를 비롯해 지구와 태양계 이 모든 자연현상이 하나의 거대한 재즈 앙상블이란 이야기 이다.
이것은 인간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우리는 항상 다양한 에너지들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연주되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에너지들을 연주하는 에너지무버들이 있으며 에너지를 움직이는데 걸림돌이 되는건 미리 정해진 규칙과 쓸데없는 지식들이다. 이것은 정해진 각본대로 읽어나가는 정치인들의 발표문과 같이 일방통보가 되어 조화를 방해하며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기에 강제성을 가지게 된다. 클래식과 재즈는 같은 음악이지만 일방적이냐 소통이냐 가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인것이다. 지식에 의존하는 인간은 스스로를 껍질에 가두고 정해진 클래식 연주를 하려는 것으로 일방적은 될수 있어도 결코 에너지 무버는 되지못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우주는 나에게 하나의 거대한 재즈 앙상블과도 같다. 나는 삶이라는 주제로 나를 악기로 마음껏 연주하는 일류 재즈 연주자를 꿈꾼다. 인간은 쓸데없는 지식과 관습을 버리고 자신을 비움으로써 그것이 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