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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23. 2017

키덜트를 위한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혼자봐야 더 이득인 키덜트 덕후를 위한 영화


혼자서 극장을 찾을땐 주로 부지런하다면 조조를 게으를땐 심야영화를 찾게된다. 사람들 몰리는 시간대엔 양쪽 커플 사이에 껴서 영화를 봐야하는 민망함도 그렇지만 (사실 그게 가장 큰 이유이다.) 주차를 비롯, 커플들이 때거지로 모여있는 장소에서 혼자서 룰루랄라 원숭이처럼 튀는게 싫어서 이다. 마치 혼자서는 놀이공원 이나 극장을 와선 안된다는 암묵적 룰이 이 사회엔 존재하는듯 하다. 일본의 유니버셜을 혼자갔을때도 모든 놀이기구에서 일반줄이 아닌 스패어 자리가 날때까지 마냥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서러움을 맛보기도 했다. 알바들이 솔로들을 열심히 추려서 한곳에 몰아넣고 대기시킨다.


그런데, 수십년간의 경험상, 남자라면 혼자봐야 더 이득인 영화들이 있다. 바로 SF 장르중에서도 로봇이 나오는 키덜트 영화들이다. 여자랑 데이트 영화를 고르면서 이런 영화를 고르는 남성분들은 그 뒷감당을 톡톡히 치룰 각오를 해야만 한다. 헤어지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면 정말 멍청한 짓이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파워레인저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심형래 감독의 '우뢰매' 같은 일본의 수많은 특촬전대물중에서도 대표급이라 할만한 인기를 지닌 캐릭터이다. 헐리우드 에서 CG 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하니 나같은 키덜트 매니아들은 극장가서 안볼수가 없다.



심야로 볼수있는곳을 물색하다보니 메가박스 킨텍스가 있다. 어린애들 영화같지만 영화표가 만원을 넘어서 그냥 일반 2D 인데도 11,000 원이다. 역시 심야는 한적하니 영화관을 전세내는 기분이 들어 솔로로 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심야 갈때마다 항상 전용자리로 E열 스크린 중간 7번이나 8번을 선택한다. 항상 맨앞이라 시야가 훤하면서 스크린이 딱 중앙에 들어와 다리를 앞자리에 널부러지게 앉아서 봐도 된다.


옆을 보니 현명한 남자들 셋이 앉았고 뒤를 보니 불쌍한 남자가 여친을 데려와 떡하니 앉아있다. 데이트 영화로 파워레인저를 고른 남자분은 여자가 매달리는 형태가 아닌이상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리란걸 경험상 짐작할수 있다. 본인은 즐거운 데이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놏치기 싫은 남자가 아닌이상 무개념 센스에 영화 상영 내내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하게 될것이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 남자얼굴 보아하니 여자들 심리같은건 전혀 모르게 생긴 무심한 표정이다.



내 경험상,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닌 여자를 처음 사귀기 시작할무렵에  내취향의 SF 영화를 보러가면 그 뒤끝은 항상 안좋았다. 예전의 나에겐 영화 '매트릭스' 는 거의 신앙수준으로 숭배받는 영화였는데 2편인 리로드가 국내 개봉하게 되니 흥분을 안할수가 없었다. 처음 소개팅 받는 여자를 만나면서 매트릭스 리로드를 같이 내 주도로 보게됐는데 불행히도 여자는 1편을 보지못한 상태였는지라 긴 상영시간 내내 지루해서 앉아있는것이 고역이었나 보다. 영화를 보고나서 맥주를 마시게 됏는데 영화가 재밌어 흥분해 있던 나와는 달리 스토리도 하나도 모르겠고 지루해 죽는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격분했고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이해못하는 무식한 여자와는 만나지 않겠다 하고 그렇게 술한잔 하고 쫑을 냈다..그때 처음 알았다. 매트릭스 라는 위대한 영화도 여자들에겐 지루할수도 있음을...


그 이후로는 SF 장르는 남자끼리 보거나 무조건 혼자보는 쪽을 택했는데 어쩌다  '트랜스포머 3편' 을 여자와 함께 봤다가 영화 상영 내내 미안해 죽는줄 알았다. 런닝타임도 세시간 가량 긴데다 영화 스토리도 엉망이고 실감나게 본다고 입체안경 까지 써야 했으니 같이간 여자에겐 긴시간 그런 고문이 따로 없었을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안경을 썼다 벗었다 딴짓하고 싶어 미치려고 해서 나까지 영화에 몰입할수가 없었다. 차라리 혼자갔더라면 정말 신나게 봤을텐데..영화 보여주고 죄진듯 밥까지 사도 미안한 날이 돼버렸다..


오늘 본 파워레인저는 혼자서 신나게 보다가 파워레인저가 드디어 완성되어 주제가가 흘러나오자 무의식중에 따라 부르려고 까지 한다. 혼자서 보니 맘도 편하고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다. 여자와 같이갔다면 내내 눈치살피느라 몰입할수가 없었을 것이다..



집에오니 열두시가 좀 지났는데 오다가 출출해서 집앞에서 뭔가 밤참을 사갖고 들어가려는데 온통 술집들에 닭은 좀 그렇고 족발을 살까하고 들어갔다가 족발이 다 떨어졌다는 말에 쟁반 막국수 그리고 심야에도 문을 여는 빠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를 사들고 집에 들어온다. 자정이 넘었지만 역시 도심지는 온통 술집들로 불야성이다. 원하면 아침까지 먹고 마실수 있다.


솔로 남성들이 결혼한 남성들에 비해 암이나 건강에 무조건 취약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저녁때 집에 가봤자 아무도 없고 별다른 낙이 없어서 밥대신 매일같이 술을 먹게 되는데 있다. 나 역시 몸이 이지경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수십년 그러했듯 아직까지 매일밤 술집으로 출근했을것이다. 집에가도 반겨줄 사람없고 저녁 먹거리도 해결해야 하고..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런 솔로 남성들이 술로 남는 모든 시간을 때우기보다 키덜트 문화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데 홍대 큰길가에도 대형 키덜트 샾이 들어서 있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가게가 그렇게 활성화 돼고 대형화 한다는것이 몇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차라리 술로 나처럼 건강을 끝장내는것 보다는 유치해 보이지만 그런 취미가 낫다라고 본다. 단점은 진열해 놓을 공간과 장난감 이라해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건이 맞지않으면 가능하지가 않다. 특히나 아이들까지 키우는 입장에서는 집안이 아주 넓지 않으면 전시공간 내기가 만만치 않아서 사모으고 싶어도 꿈만 꾸는 키덜트들이 많을것이다.


내일은 마징가 DVD 전집 사논것 첨부터 볼까 생각중이다. 유치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유치함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생각이다.술을 안먹게되니 더 그런듯 하다. 원래가 남자들 본능은 누구나 아이같고 유치하다..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본능은 변하지 않는다.삶이 본능을 속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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