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교착지점 장례식..
아침에 미국에서 동생이 전화를 했다.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 형제들인 고모들이 미국에 가있어서 미국에 있는 동생이 나보다 먼저 연락을 받게된 것이다. 나이들이 있어서 한분한분 아버지 항렬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정말 자주 접한다.. 이제는 정말 남일이 아니다..
곧바로 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정과 어떻게 할것인지 진행 상황을 묻는다.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으므로 일단은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긴후 연락 주겠다고 한다.. 장례식장이 며칠전 꿈속에서 찾아간 호텔이 있던 동네인 쌍문동.. 평생 가본적 없고 앞으로도 갈일 없는 인연없는 동네 인줄 알았는데 꿈속에서 호텔이라고 그 동네를 찾아가더니 이틀후 현실에서는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가게됐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일단 전화를 걸어 가보실 것인지 물어보니 가시겠다고 해서 아버지 집에 들러 모시고 다녀왔다.. 이 살인적인 무더위에 정장에 검은 넥타이.. 다시는 입을일 없을것 이라고 확신해서 흰 셔츠를 모조리 내다버리면서 비상시 입을 딱 한벌만 남겨뒀었는데 관리를 잘못해 목 주변이 누렇게 변색이 되버렸다.. 정장도 마찬가지.. 이미 변해버린 체형에 맞지않아 헐렁헐렁.. 벨트가 안맞는다..어쩔수 없이 멜빵으로..
정장을 자주입는 생활에서는 좋은 셔츠, 자켓, 구두, 허리띠와 악세사리 등에 한없이 욕심을 내는게 일반 남자들인데 입을일이 없는 환자 생활에서는 비싼옷일수록 모조리 관리하기만 버거운 짐이 되고 만다.. 몇년간 옷걸이에 쳐박아 두면 셔츠는 모조리 눅눅해지고 자켓은 유행이 지나버리고..명품 같은 옷은 버리기만 애매한 고가 쓰래기가 된다. 체형이 바뀌니 모조리 헐렁헐렁 슬립온 스타일의 구찌 정장 구두도 헐렁대서 편하지가 않다. 체형이 부족하면 명품 정장을 입어도 뽀대가 절대 나지 않는다..싫다..진짜..
내가 장례식장에 가겠다 하니 가있던 친척 식구들 전부 오지말라고 전화를 해서 실강이 하느라 진땀을 뺀다. 내가 장기를 몽땅 들어낸 수술을 몇달전 받은걸 당연히 전부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미 집안에서는 반 시체취급 당한지 오래다.. 그러나 안갈수가 없다.. 어릴적에 같이 놀아주고 했던 친척중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수있는 삼촌 이니까... 몸이 조금 편하려고 마음이 불편한게 더 싫다..
떠난자와 남은자들...삶과 죽음을 표현하자면 그렇다..같은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볼수없게되는 것.. 마음 같아선 형제들과 같이 밤샘하고 싶은데.. 형이 대신 삼일동안 상주를 해준다고 해서 일단은 밤에 집에 왔다.. 아버지를 다시 집에 모셔다 드려야 하기 때문에.. 자정을 넘기는건 불가능..
한명한명 나이들어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가는것이 실감난다.. 시간이여... 세월에 뭍어가지 못하고 세월이 내 앞에서 흘러가고 있는것을 바라본다.. 정장을 입어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것.. 사회속에 속하지 못함을 보이는것 같이 아웃 사이더임을 확실히 자각하게 되는것, 어리던 동생들이 어느덧 엄마아빠가 돼고 모두 변해들 가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세월의 흐름에서 튕겨져 나온 나는 시간의 방관자인가.. 무덤덤하게 시간의 흐름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