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ug 01. 2018

장패색 집에서 굶으며 버티기..

또다시 멈춰버린 장..무조건 굶는다..


삼촌 장례식을 치루면서 뙤약볕에 발인까지 친척들과 형제들 뭉쳐다니면서 무리를 했나보다. 발인을 마치고 형과 아버지 집을 찾아가고.. 그렇게 계속 사람들과 어울려 외식 하면서 결국은 몸이 견디질 못하고 장이 뻗어 버렸다. 괜히 장례식장에서 환자티 내면서 민폐 끼칠수 없다란 생각에 안 힘든척 했더니 나중에는 친척 식구들 전부 내가 멀쩡하다고 여기는것 같다. 결국, 두번째 찾아오는 장패색 증상... 인절미 세조각 먹은것이 결정타가 된거 같은데.. 장이 멈춘 바람에 장례식 이후 꼬박 삼일동안을 집에서 굶으며 시체처럼 지내는 중이다.


장패색 증상이 오면 지체없이 119 불러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엄청난 복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집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참고 있는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 그런데.. 그 천하에 둘도없는 미련한 짓을 내가 하고 있는중이다. 이유는.. 병원에 실려갈 경우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일단, 진통제를 맞으면서 코로 관을 삽입해 변을 코로 조금씩 뽑아내게 되는데 그 고통을 며칠동안 참아낼 자신이 없다. 암센터 가면 코에 호스꼽고 봉투 매단채 산책까지 하는 환자들 흔하게 보게 되는데 내가 보기엔 정말 인간승리라고 보여진다. 코에 호스를 삽입하는 시술은 이전에 교통사고 내고 수술할때 강제로 묶인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나는 정말로 참을수 없이 극도로 싫다.. 지옥이 있다면 아마 그런 상태일것이다. 그리고 계속 굶으면서 링겔로 영양을 보급하고 눈으로 보이는 수치만으로 의사가 판단하게 되므로 시간마다 피뽑고 엑스레이 찍어대게 된다. 그러면서 꾸준하게 병원을 며칠동안 쉬지않고 뺑뺑이 돌아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배를 가르고 창자를 잘라낸다.


일단, 물이 넘어갈 정도만 돼도 물을 계속 섭취하면서 설사를 조금씩 유발, 상황을 호전시킬수가 있다. 물도 안 넘어가 오버이트가 돼면 정말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하지만 물은 넘길수 있을듯 해서 집에서 진통제 먹어가며 굶으면서 버티기로 했다. 오늘까지 꼬박 4일을 물만먹고 버티는중이다..


물을 마시며 설사를 이틀간 억지로 해대니 조금씩 풀려가서 오늘은 통증도 거의 없고 이틀 정도만 더 굶으면 해결될듯 보인다. 통증으로 이틀간 잠을 못잔 상태에다 오늘은 낮에 채혈과 CT 촬영이 있는지라 겸사겸사 오늘도 굶을수 밖에 없겠다. 오늘까지만 굶고 CT 촬영이 끝나면 국물이나 스프 정도는 먹어도 큰 무리는 없을것 같은 느낌인데.. 오늘로 굶는게 4일째 인데 엔커버가 이럴땐 정말 도움이 된다. 어차피 위장이 없는데다 장까지 막혀 버리면 굶어도 배고픔 같은건 느껴지지 않는다. 엔커버로 영양을 보충해 주면서 비타민제 같은 알약을 먹어서 기력을 유지해야 운전하고 피뽑고 뙤약볕에 돌아 다녀야 하는 스케줄이 가능하다.



아침을 일찍 먹고 굶자란 생각에 오후 늦게 CT 시간을 예약했는데 막상 당일날 이런 사고가 생긴다.  어쨋든, 수술후 두번째 맞는 장패색인데 나름 요령이 생겨 이전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기 전에 기미를 알아차린것이 다행이다. 병원에 가서 코에 호스를 밀어넣고 변을 뽑아내는 고문을 안당해도 해결됐으면 좋겠다. (아직은 완전히 해결된것이 아니므로..미래형으로)


밤새 영화보고 아침되서 시체모드로 행복하라는 클래식 방송을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빈속의 커피타임.. 잠안자고 삼일간 굶은 상태에서 몇시간 후에 운전하고 피뽑고 조영제 맞고 해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기력을 절약해 놔야될것 같다. 몸이 버텨주는 한계는 경험으로 밖에는 알수가 없으니 앞으론 정말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험을 통해 내몸에 관해선 내가 전문가일수 밖에 없게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례식장을 다녀와서..떠난자와 남는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