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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31. 2018

‘할수 있는것’ 에 집중하기..

‘할수없는것’ 에서 ‘할수있는것’ 으로 눈길을...


수술로 소화장기를 몽땅 드러낸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이제 대략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밤새 음악들으며 이렇게 날밤세고 있다가 잠시후 아침이 돼면 병원가서 소화제 처방 받아와야 한다. 식전약, 유산균, 영양제, 진통제등 처방해주는 약은 많은데 내가 전혀 안먹다보니 다른건 그대로 남았고 소화제는 안 먹으면 견딜수가 없어서 꼬박꼬박 챙겨 먹는 바람에 처방 받으려면 매달 병원을 안갈수가 없다. 한달에 소화제만 십만원 어치를 먹는다..다른 약은 일부러 안먹는것은 아니고 그냥 귀찮고 챙겨 먹는걸 잊어버려서 그렇다.


얼마전에 건강보험 관리공단에서 무작위로 앙케이트 전화가 오길래 나같이 위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소화제도 보험처리 해줬음 한다는 의견을 줬더니 무척이나 흥미롭게 기록하는듯 ..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서 잘 됐음 좋겠다.


손가락 마다마디 뻐근하고 몸에 압박오는 것에 대해서 오늘 비장췌장 잘라낸 의사 만나서 물어봐야 겠다. 마약패치 약효가 떨어지면 특히나 심한데 마약 때문인지 비장이 없는것 때문인지.. 이건 조금 더 지켜봐야 결론을 알수 있을것 같다. 점점 심해지던지 나아지던지..


거의 일년만에 처음으로 마약패치 교체 시기를 넘기고 버티고 있는데 방법은 만화 보느라 그냥 잊어버리고 쌩까고 지낸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 언제 교체했는지를 신경안쓰고 까먹었다. 교체 날짜를 기억할 경우엔 귀신같이 몸이 시간이 돼면 괴로워 몸부림 쳤는데 역시 관심 끊고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는것이 중독치료와 통증에는 가장 효과적임을 새삼 느낀다. 무관심하면 떠나가리라.


마약도 그렇지만 담배도 마찬가지다. 끊는다고 마음은 원하는데 억지로 저항하려들면 그만큼 힘이들고 실제로 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예 관심자체를 끊는수 밖에는 없다..


내가 현재 담배를 거의 물고사는 이유는 내가 원해서 이다..끊을 이유를 찾을수 없고 끊고싶지 않다는 심정이기 때문에 표면상 끊으려 해봤자 어떤 금연방법도 효과가 없다는걸 안다. 정말 끊어야겠다고 결심한다면 아예 관심자체를 안두는 방법을 쓰겠지.. 담배를 끊으면 장기들이 다시 생겨나고 건강해져서 정상인으로 돌아갈수 있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끊겠지만 이미 한계선을 넘어가면 원하는대로 하라고 의사들도 별 상관 안한다. 전부 흡연여부는 물어봐도 나에게 줄이라거나 흡연 하지 말라는 의사를 아직 만나본적이 없다..


몸이 거북하면 온갖 잡생각이 몰려온다. 특히나 내 나이때가 사회적으로는 가장 절정기에 오를때이다.. 알고지낸 주변 친구와 후배들이 승승장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식을 들으면 동참하지 못하는 처지를 새삼 자각한다.. 그동안 지낸 내 인생은 과연 무엇 이었을까..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어떤 아이템을 얻어야 만족 하는가는 죽기직전이 아니면 실감을 할수가 없다. 말년에 매일 술만 먹어 가족들 걱정을 끼쳤던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남긴말이 “ 왜 내가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였다고 한다.. 결국 하고 싶은대로 했지만 한일(마음껏 술을 먹은것)에 대해 후회 하는 것인지.. 하고싶은 일을 못해서 술만 먹었는지..당사자가 아니라서 알수는 없지만 안타까움 만은 충분히 전해진다.


‘가시나무 새’ 란 노래의 첫 가사가 ‘ 내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이 쉴곳 없네.’이다.. 자기라는 에고가 고집스럽게 자리잡고 있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이 마비돼 버린다.. 아름다운 음악도 감동이 없고 영화를 봐도 건성으로 흘러가고 꽃밭을 지나도 향기를 맡지 못한다.


시체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만화만 보면서 그동안 지냈는데 현실상 할수없는것을 한탄하면 그 절망의 끝이 안보인다. 할수있는것에  초점을 맞추면 단순한 숨쉬기 만으로도 감동과 삶의 재미를 느낄수가 있다.


숨이 들어올때 생명이 들어오고 내쉴때 인간적 에고 덩어리가 빠져 나간다고 생각하면 단순한 숨쉬기를 바라만 봐도 시간이 훌러덩 지나가 버린다.. 나중에는 내가 무엇인지 나란것을 정의 내리는것이 무엇인지 사라져서 의식의 자유로움을 느낄수 있다.. 물론 장기들이 없으니 복식호흡은 안된다..



몇달동안 미친듯 만화책을 사모으고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나를 위해 즐겁게 해줄수 있는 일중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지만 내가 할수 없는 캠핑과 여행등은 여건이 될때 돌아볼일이다. 친구들 만나 술한잔 나누는 일도 여건이 되면 하겠지만 안된다면 포기 못할일도 없다. 이미, 질릴만큼 해본것들 이기 때문이다.


사업하는 재미,돈버는 재미, 아들딸 가족들과 아웅다웅 하는재미, 조금 더 나이먹을땐 은퇴해서 여유로운 말년을 준비하는 재미.. 일반적으로 내 나이때 느낄수있는 삶의 재미들이 몇개 있다. 그런 재미를 누리지 못한다고 한탄할 일은 아니다. 대다수결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만 한다..라는 압박감으로 억지로 자식 낳고 압박속에서 남들 따라 사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좋은점도 분명히 있으므로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게 나로선 현명하다.



몸이 불편하면 돈 욕심도 사라진다. 나에게 감당못할 거액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나를 행복감에 들게 만드는건 금전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돈으로 행복감을 만들려면 기본 조건으로 건강한 육체가 따라 줘야만 한다. 그래야 하고싶은것도 생기고 돈쓰는 재미도 생기고 할텐데.. 내가 움직이지 못한다면 대궐같은 집도 필요하지 않다.  슈퍼카가 생겨도 돌아다닐 건강이 안돼고 자가용 경비행기가 있어도 창고에서 비행사 월급만 주고있는 재벌이 과연 행복할까..생각해보면 누리지 못할 부는 도리어 짐만 될뿐이다. 돈보다 건강이 제일 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할수 없는것에 미련을 두지말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할수 있는쪽으로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게 내가 앞으로 할일이다. 숨쉬기만 겨우 가능하다면 그것에 전념하면서 재미와 기쁨을 느끼면 된다..아름다운 음악에 눈물 흘리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서 박수치는 삶, 꽃 향기를 맡고 비온뒤의 새벽 공기를 맡고 신선함을 만끽하는 것.. 예전에 다 가지고 있던것들 인데.. 사회생활 하면서 내속에 내가 너무 많다보니 들어올 틈새가 없었던 것들이다.. 지금은 나를 비움으로 인해 그 모든것을 누릴수가 있다.. 육체가 구속해도 내가 할수있는것, 기쁨을 누릴수 있는것들이 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도 기쁨을 누리지 않고 할수 없는것에만 초점을 맞춰 핑계삼아 술자리만 만들던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떠나보낸다.. 텅빈 자유로움...어떤 내가 나라고 할수있는 무엇이.. 그걸 알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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