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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29. 2018

텅빈 낚시대..드리우고 바람쐬기..

무엇을 낚았을까..


호숫가 낚시 왔다..지인들이 다른 지방에 더 좋은 낚시터가 많음에도 나도 바람좀 쐬게 한다며 일부러 파주까지 먼길을 왔길래 같이 합류.. 두 커플 사이의 깍두기 캠핑.. 왜 어린애들 놀이할때 짝 안맞으면서 그냥 껴주는걸 깍두기라고 했을까??..요즘도 그렇게 부르는지는... 짝이 있었음 둘이 구석쟁이로 오굴거리는 장난에 열중했을텐데 없으므로 멀뚱하느니 혼자 많이 떠들었다. 이 나이때 까지 한번도 오굴놀이 못한게 아쉽다..(일드 돈키호테 아나따 아유미 탱고 같은거..)



다들 초짜에 고기 잡는것이 목적이 아닌 야외의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 온지라 고기는 안잡히지만 불평하거나 짜증낼일은 없다.. 진짜 낚시꾼들은 여자랑 안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낚시를 다녀보면 자연스레 알게된다. 여자들은 호기심에 낚시 한번 따라오면 두번다시는 안따라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낚시는 인내심과의 싸움이니까...


여자 동반이나 가족끼리 오는 경우는 낚시대로 분위기 내는 캠핑이다. 물고기는 한마리도 못잡았지만 낚시는 잘 했다.. 사실 나같은 초짜는 잡아도 잡은 물고기 처리 하려면 골머리 썩히기 일쑤다.. 머리 자르고 내장 꺼내고.. 물고기 손질 전문가는 따로있다.. 나는 아닌게 확실.. 누가 손질을 할수 있을지는 잡았으면 드러났을텐데 잡은 물고기가 없으니... 누구도 칼잡을 일은 안생겼다.. 잡아서 매운탕 해먹을 생각으로 다른 음식을 준비 안했음 굶는거다..



낚시에 관한 기억 데이터들...아주 어릴때 삼촌따라 저수지 낚시 가서 매운탕 끓이는걸 본 기억..


직접 낚시를 한 경험은 중학교때 삼촌이랑 인천 섬에 놀러가서 대나무 낚시대로 망둥어 잡은게 처음 낚시 경험이다.. 아침에 썰물빠진 바위위에 올라가 잡다가 보니 밀물이 들어와 오도가도 못하고 잡아논 망둥어를 바위틈에 놨는데 밀물이 들어와 자연방사.. 삼촌이 바닷물 헤치고 들어와 데리고 나간 기억..


스무살때 까지는 육식을 안하고 채식만 했던지라 고기 잡는것 자체에 흥미를 못 느끼다가 술먹으면서 생선회에 맛을 들이고 친구들과 잠깐 낚시를 다녔다.대학교 1학년때.. 친구들이랑 가서 빠가사리만 계속 잡혀서 바늘 빼느라 진땀 흘렸던 기억.. (빠가사리는 바늘을 배까지 삼켜서 놓아주고 싶어도 바늘을 빼려면 몸통을 분해해야만 한다.)매운탕 끓인다고 잡아논 붕어들 머리를 잘라 한구석에 쌓아놓는데 잘린 머리가 살아서 입을 단체로 뻐뜸 거리는걸 보고 기겁한 기억.. 별 재미를 못느껴서 중단..


마지막 경험은 오년전인가..제주도 바다 배낚시 가서 잡은것을 배위에서 선장이 회떠줘서 맛있게 먹은 기억..오색 찬란한 고기를 잡았었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그리고.. 오늘..역시나 예상대로 초짜들에게 잡혀줄 엉성한 고기는 만나기 힘들다.. 밤까지 낚시대를 드리우고 야간찌까지 던져 밤낚시 기분 내는동안 물고기 얼굴을 못봤다. 좀 떨어진 옆자리 아저씨는 잡았던 고기를 작다고 그냥 버리던데..



RtA (너구리)면을 끓여먹고 드롭커피에 저녁은 막걸리에 삼겹살...알콜의 유혹이 강하게 밀려오는걸 참으면서 막걸리로 대충 입맛 적시는정도.. 일반적으론 소주 3-4병은 비웠을 분위긴데..술을 안먹으니 먹자판이 비교적 빨리 끝난다. 술을 먹으면 당연히 팬션까지 따라 들어가 밤새 펐을테지만.. 낚시대는 분위기만 내고 물고기 먹이 잔뜩 털어주고 왔다. 낚시와 상관없이 잘 먹고 잘 놀다 집에오니 밤11시.. 술을 먹으면 제대로 발동이 걸릴 시간..


집에 오자마자 믹스커피에 애니메이션 관람시작- 어차피 잠은 안잘거 같고 나만의 주말밤을 알차게 보내는중.. 야외 캠핑에서 술없이 고기 구워먹기는 처음 경험해본다.. 밤 바다나 호수를 보며 술취한 고귀한 낭만이 사라진듯..뭔가 빠진듯한 허전함은 앞으로도 익숙해져야 하는것중 하나.. 멀리 안나가려는 나를 위해 그다지 좋지도 않은 구석진 시골까지 일부러 와준 분들에게 감사를... 밤하늘 별들.. 오랜만에 본것같다..


내 브런치 글들은 많은 방문객을 원하는 글들이 아닌 개인기록차원의 글들이다. 지난번 김밥 먹으면서 그냥 올린글에 올리자마자 거의 13000 명이 하루에 몰렸다.. 다음날은 8천명... 왜지?? 오랜만에 올린글이라 그런가?? 브런치는 다른 블로그처럼 방문자 주소추적 기능은 없어서 어느 경로로 방문하는지는 알수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글임에도 수만명이 관심 가져 주셔서 어리둥절..방문해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를... 꾸벅

https://brunch.co.kr/@yemaya/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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