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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4. 2018

산다는건 단지 살아있음 일지도..

그럭저럭한 나날들..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리니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몇분 연락을 주셔서 간략한 근황을 기록..


우선, 병원과 점점 거리를 두고자 이번달 중순에 몸에 심은 포트를 일년만에 제거 하기로 했다. 비로서 몸에 부착된 이것저것들 모두 때내는 셈이다. 상처 아물고 호치키스 제거하면 신경안쓰고 뜨거운물에 몸을 담글수 있게될거 같다. 이거 마치면 소화제도 몇달치 받아놨고 올해는 더이상 병원갈일 없을듯..


포트는 심을때 육포찢는 소리와 살을 찢는 느낌이 아주 드드해서 그렇지 항암받을때는 상당히 편리하다. 팔뚝 혈관에 맞게되면 꼼짝없이 병실에 이박삼일 누워지내야 하지만 포트는 집에서도 맞는게 가능해서 나의 경우 항암 주사 맞는 이박삼일 동안 주렁주렁 약통 매달고 운전하고 사람만나고 돌아다니고 할건 다했다. 다 맞은후 주사바늘 빼러 병원가는날이 무지 힘들다는것이 단점..기절해서 응급실로 간적도 있고 간신히 운전하고 거의 기어간적도 있다. 보호자 없이 혼자 항암 맞으려면 항암 주사꼽고 운전하는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포트를 빼기로 한 결정은 더이상 항암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이다. 작년에 항암할때 상황은 교통사고로 장이 파열되고 그 바람에 암세포가 몸 전체에 퍼졌을거라고 해도 별 소용없다는식으로 거의 절망적인 상태여서 의사가 최장 일년 생명연장을 목표로 해보자고 한건데 일곱번인가 맞고 무사히 일년은 지났으니 이제 슬슬 잊고 지내도 무방하지 않나싶다. 나중에 어찌될지는 하늘만 아는거니까..



몸이 불편할때 최고의 오락은 독서이다. 만화책을 천권이상 사들여서 방안이 중고책방처럼 변한지라 수습하기 정신없어서 정작 읽고싶은 글자책을 살 엄두가 잘 안난다. 살만한 책인가 감을 잡기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을 가서 이번에 알게된 사실은 만화책 그림들을 몇달간 죽어라 봤더니 (디지털 아나로그 종이책 포함 2천권 정도 본것 같다.) 글자 책읽는 속도가 한권에 십분 정도 밖에 안걸리게 됐다. 글자를 따라서 읽는 개념이 아니라 페이지 전체를 통째로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인데 사람들은 그런 방법을 ‘속독법’ 이라고 하는것 같다. 책을 읽는게 아니라 글자를 보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운전하면서 가게 간판들 다 안읽고 그냥보고 지나쳐도 무슨가게인지 아는것과 동일하다.


한글을 아는이상 누구나 훈련하면 가능하다. 문단으로 보다가 어느새 점점 범위가 커져서 페이지를 눈으로 쓱 훝는것 만으로 내용이 다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한시간 동안 십여권 책을 훝어서 전부 봐 버린 까닥에 정작 한권도 빌리지 않고 도서관을 나오게 된다. 읽을만한 책인가 들쳐보다가 순식간에 다 읽어버려 빌릴 이유가 사라진셈.. 책을 읽기보다 보는방식은 빠른시간안에 책 내용을 파악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식같다.



책을 계속 읽기 위해선 방안에 가득 쌓인 만화책들을 정리하는 방법밖엔 없다. 결국, 원피스 전집과 스페셜북들을 방출하기로 했다. 알라딘 제일큰 박스로 두개분량..다른 책들은 전부 내다버려야 할판인데 원피스만큼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 올리자마자 임자가 나타나 패킹..


수술 마치고 마약 부치면서 정신 수습할때 몇달간 원피스 애니메이션에 빠져 지냈는데 원피스를 보면 그 시간들이 오버랩 돼서 환상속을 헤매는 느낌이 난다..원피스를 방출하는 이유중 하나는 그 시간들이 자꾸 오버랩 되는게 싫어서 이기도 하고 소장하고 싶은 새로운 걸작을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킹덤’ 이란 만화로 현재 50권 진행중..방안이 비좁은 관계로 전부 소장하기는 불가. 거주 공간이 좁을수록 많은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요즘 별 중요하지도 않은 쓰잘데기 없는 자잘한 일과들을 하기위해 외출하는 날이 많아진다. 전자담배도 신형으로 선물받고 액상도 잔뜩..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반반 비중으로 핀다. 담배 피기위해 창문열고 돌아다니다 보면 옆에 버스가 지나면서 물벼락을 씌우는 사고도 당해보고.. 단풍 보면서 어떻게 가지고 놀면 단풍놀이가 될까 생각도 해보고..가을이니까..


계절이 계절인만큼 작년의 죽음의 시간들이 오버랩되고 겨울이 오기전에 뭔가..라는 마음도 들고.. 올 겨울을 번데기처럼 잘 숨죽이고 보내면 내년봄에 뭔가 좋은일들만 계속 이어질것 같은 소망을 가져본다. 지금은 몸이 완전 지유로운 상태가 아니므로 좋은일도 아끼는중.. 몸이 아프면 다른건 아무것도 필요없고 와닿지도 않으니까..


요즘 사람들 만나면 대부분 내 몸속이 텅비어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췌장이 없어서 췌장역활의 소화제를 죽을때까지 먹어야 하고 다른약은 아예 안먹기로 했다. 마약도 조금만 무리하면 완전 끊는것도 가능할만큼 줄였는데 아직은 그동안 줄인다고 아낀게 많이 남아서..아까우니까 당분간 다 쓰기로..

“신기하네..정말 내장 다 잘라내고도 사람이 사네..”

“글쎄 말이다. 살아있다고 말해야 할지..알수가 없어..”


위장, 비장, 췌장, 대장, 다 잘라내고 소장 하나로만도 사람이 살아 숨쉬고 운전하고 돌아다니고 커피 하루종일 들이붓고 줄담배 물면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생활하는게 다들 신기할 따름인가 보다..특히나 작년에 사고난후 내 상황을 다 지켜본 후배는 그저 어리둥절..


글쎄..아직 잘 모르겠다. 살아있다는것이 무엇인지..살아있는것 자체가 살아가는 것인지..먹는재미와 자는재미가 사라진 육체와 생활에 적응중이라 뭐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살아있는것 자체가 살아간다는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외출해서 알라딘에서 사가지고 온책.. 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없어서 직접 살수밖에 없었다. 요즘 잠 안자는 생활에서 루시드 드림이 잦아지고 뇌파가 잠드는 대신 알파파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뭔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행글라이딩이 하고 싶지만 육체가 부담가서 정신만이라도.. 내 관심사는 자각몽 (루시드 드림)보다는 유체이탈쪽..루시드 드림쪽은 내가 더 전문가 일지도..


이런류의 책들은 매번 내용을 보면 원숭이 소리같아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오늘밤 읽어봐야겠다.


읽고 있는데 역시나란 생각이..도서관에서 봤으면 책을 안샀을게 분명하다..자각몽과 유체이탈을 같은 선상에서 ’페이즈’ 라는 신용어로 묶어버려 개념자체가 내 생각과 완전 다르다..


나는 두가지 현상을 같은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자각몽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만큼 대단한게 아닌데.. ‘페이즈’란 작명 브랜드성 부터 본질보다는 원숭이 상대로 상업적으로 포장한 냄새가 난다.


영성 단체들 하는짓들이 대부분 차별화 하겠다고 자기네들 용어 만들어서 같은것을 놓고도 우후죽순 통일된 용어가 없다. 결국 같은것을 말해도 제각각 다른거라고 싸워댄다.. ‘자아’ ‘에고’ 등등 단어들 쓰임이 단체마다 다르기에 토론조차 되지 않는다.. 이분도 딱 그런식..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각몽’’루시드 드림’ 을 ‘페이즈’ 라는 새로운 단어로 포장.. 원숭농간에 또 놀아난듯.. 차라리 꿈에 대해 궁금하다면 ‘프로이트’ 나 ‘융’ 같은 고전을 읽는게 나을지도..


- 많은 오컬트 단체등이 페이즈 상태에 숙달되는것을 최고의 성취로 여겼다. - 라는 소개 문구에서 헛김이 팍 ... 그 말대로 라면 나는 이미 다 성취한셈이다.. 명상중 다른 차원 여행하고 평행우주 둘러보면서 근엄한척 하는 원숭짓엔 별 관심없음 이다. 역시 내가 알고 싶은 지식은 인간들의 책에서는 얻을수없다란 것을 재확인..


도서관을 다 훝어도 없다면.. 도서관의 많은 철학 심리학 영성 죽음에 관해서 까지.. 도서관을 가보면 시대별 인간종의 생각이 보이고 아인쉬타인이 죽고나서 인류 평균 아이큐가 많이 낮아졌을것 같다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Summer Snow - Sissel

https://youtu.be/30TdWBd-a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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