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루 라는 아이디를 쓰기 시작한건 인터넷 초창기 부터이다. 이십여년을 넘게 오직 한 아이디 만을 쓴셈인데.. 사람들이 물루가 무슨 뜻이냐고 항상 물으면..내 대답은 언제나 "몰라요..그냥 물루 발음 느낌 좋잖아요.." 였다.. 생각해 보니 20대 처음 만든 앨범 제목도 물루 였군..90년대 초반에 국내서 재즈연주를 한답시고 만들어서 발매도 거절당하고 추억으로만 남은.. 물루란 아이디는 나에겐 30년 가까이 써온 나의 또다른 이름인 셈이다.
인터넷에서 사전 뜻을 찾아보니 뜻이 있긴 있다.
물루 [物累]
몸을 얽어매는, 세상의 온갖 괴로운 일
ㅋ 정말 멋진 뜻이다. 지금의 나와 기가 막히게 딱 맞는다..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나 몸으로 인해 당하는 세상의 온갖 괴로운 일을 '물루' 라고 한단다.. 재산 명예 건강에 죽었다 살았다 몸속 내장들까지 모조리 내줬으니 이제 더이상 가라앉을데는 없다.. 남의 카르마나 고통을 대속하려면 이정도는 돼야 어디가서 꿀리지 않겠다.인간은 육체를 입고 있는 이상 누구도 물루에서 벗어날수 없다...
물의 특징은 언제나 위에서 밑으로 흐른다는 점이다..모든 강물 줄기가 바다를 향하는 이치는 아주 단순하다. 바다가 지구에서 가장 낮은곳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가장 낮은곳에 누워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절로 노력하지 않아도 모조리 나에게 흘러 들어오게 된다.. 더 깊게 깊게.. 바닷속 끝까지 잠겨있는 근원의 나를 본다.. 그곳에 생명의 신비가 있다..
잠을 자지 않아도..먹지 않아도.. 몸이 공기처럼 가벼운 이유는 물속에 잠기면 중력의 간섭에서 벗어날수 있어서 이다.. 엄마 뱃속의 태아가 숨을 쉬지 않아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나는 그 상태의 가장 만족스런 충만함의 천국을 즐긴다.. 가장 낮은곳에 있는자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랄까.. 그러나 이 편안함이 일반 상식에선 '죽음' 의 두려움 일수도 있겠다..
몸속 내장의 대부분(위장.비장.췌장.대장)을 들어내고도 인간이 겉보기 멀쩡하게 살아갈수 있다는것..덕분에 안자고 안먹고 최소한의 식잠으로도 공기처럼 가볍게 움직일수 있다는것.. 약 같은것 소화제 빼곤 전혀 먹는것 없이 건강하다.주변은 모두 신기하다는 반응인데..원래가 어렸을때 부터 내 별명이 '괴물' 이었다.좀 다르긴해도 원래대로의 나 자신으로 돌아온것 뿐이야..
내 사주도 '정해' 일생으로 나를 생해주는것 하나도 없이 바다위에 나홀로 등불 사주다.지금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죽겠다는 나약한 일반 에고 관점에선 도움 하나없이 무조건 죽어라 공격당하기만 하는 가혹한 운명 그 자체인 셈이지만 인간이 감당할수 있는 한계는 스스로 정하기 나름이란것.. 나는 여전히 여유롭다..
나와 연결된 분이 내가 느끼는 천국의 느낌을 에너지로 동조해 느낄수 있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내가 확인할 방법은 없다..아픈 사람 심정은 아파본 사람이 잘 안다... 지금 물루의 편안한 천국의 나른함이 모든 아픈 사람들에게 위안과 진통제로 전해지기를..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