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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an 01. 2019

인간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

지난 고통 모두 굉장한 선물이야..


2019.1.1


며칠전 친구가 가족들 모두와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고 한다. 중년의 나이에 낮선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결정인지 알지만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에 내가 해줄수 있는말은 하나밖에 없다.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살면 돼"


항상 스스로의 선택에 떳떳하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떤 변명이나 미련없이 수용할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언제나 모든 최종 결정은 남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정하는 법이다

 


작년까지 3년간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암이랑 동거하다 교통사고 나서 6개월간 창자를 끄집어 내 배에다 변봉투를 매달고 생활해봤다. 처음엔 그 광경이 하두 끔찍해서 '이게 뭐야' 비명지르고 울기도 했다. 그러나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상황에서 내 병원비랑 요양원에서 곧 돌아가실 것 같던 부모님 문제들을 해결하러 돌아다녀야만 했다. 수술 끝나고 마취 풀리자 마자 피주머니 변주머니 주렁주렁 매달고 병원안을 기다시피 다니며 병원비 마련을 했다.


항암 맞으러 다닐때도 혼자 운전하고 맞고 오고. 심지어는 항암중에도 사람 만나고 부페가서 밥도먹고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 안끼치도록 노력했다. 그때 나를 만난 친구는 내가 그렇게 아픈줄 전혀 몰랏다고.. 말을 해도 거짓말 이라 생각한게 분명하다. 분명 내가 몸에 부착된 항암통이랑 변주머니랑 주렁주렁 다 보여줫는데도 그냥 멀쩡히 다니니까 그런가보다 했다고 한다. 밤까지 차마시고 내가 바래다 주고.. 그 몸상태로 도리어 도와달라는 멀쩡한 남들 챙겨주며 지냈다. 그나마 겨울이어서 패딩안에 모든 약물통과 장비들을  감출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https://brunch.co.kr/@yemaya/351


두번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시간 들인데.. 지나고보니 굉장하군..ㅋㅋ



위장 비장 췌장 대장을 다 잘라내고 일년을 향해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나는 굉장한 시간들을 지나가고 있다. 줄초상 날줄 알았던 부모님 두분다 안정을 찾았고 덕분에  먹어야 한다..먹으면 괴롭다.. 엄마와 매일 매시간 밀고 당기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인간의 고정 관념들과 맞서고 있고.. 남는거 아깝다고 2년간 계속 붙이던 마약패치를 끊자라고 결정했더니 그 후유증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다.


통증이 아닌 갈증..전갈에게  쏘이는듯한 고통이랄까.. 약달라고 갈망하는 물루의 세포들이 잠시도 몸이 가만히 있질 못하게 하는데 2년간 마약에 잠식된 세포들이 완전히 항복할때까지.. 무아의  의식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중이다.정말  모질지 않으면 마약중독은 끊어지지 않는다. 계속 마약을 투여해 편하게 해달라고 세포들이 발버둥 치더라도 스스로의 고통에 냉철해야 한다.. 며칠 잠 못자고 꼼지락 댔더니 이제 물러간듯.. 편안함이 찾아온다. 마약과도 완전한 결별이다.



몸안에 거대한 암 덩어리와 동행하면서도 살아봤고 창자가 터지는 경험도 했고 몸안에 암세포들 죽인다고 항암제도 맞아봤고 창자 끄집어낸체로도 살아봤고 장기 다 잘라내 버리고 지금 텅빈몸으로 일년이 지나가고 있다.뱃속이 텅비니까 가슴뼈 가운데 끝부분이 너무 날카로워 뚫고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는 한데.. 그럴일은 당연 없다.


인간으로 살아본 시간중에서 죽음과 함께 노니는건 가장 굉장한 경험이었어.. 그렇게 마지막 추억과 함께 물루를 보내고 있다.. 물루의 굉장한 추억들은  무아에게 주는 선물이다.


역시 인간은 눈물나도록 대단하고 너무나 멋진 존재이다. 그 고통들을 감수하며 그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물루는 힘겹게 장애인으로 생을 마감하기 보다는 소화기관 내장들이 없어도 멀쩡하게 덜먹고 덜자고 에너자이저로 살수있는  신인류로 진화 하는 쪽을 선택했다..고맙고 수고했어 물루.. 무아는 그 선물들을 헛되이 하지 않을거라 맹세해. 


2019 다시 일어선다. 돈도없고 내장도 없는 해골 형상, 인간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일어나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라..


https://youtu.be/yFG9lFV1zLg

30년 기간 내내 내가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
Pat Methney 의 'Dream of the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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