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Feb 09. 2018

마지막 항암 치료하면서 돌아다니기..

내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몰라...


항암치료 마지막 6차를 치루고 수술 날짜가 공백이 생겨서 덤으로 한번더 맞는와중이다.. 내일 바늘을 빼면 당분간 항암 주사는 안맞게 되고 죽던지 장애인이 되던지.. 장기들을 모조리 도려내는 수술만 남았다..


항암으로 줄일수 있는 최대한을 했기때문에 수술할 타이밍은 지금밖에는 없다. 마진이 안나오는 외곽부분은 갈비뼈와 근육에 붙은 세포들을 긁던지 잡아 뜯어서 마진을 만들어 내겟다는데 어차피 장이 파열되면서 암세포가 몸안에 퍼진상태라 장기들을 다 도려내도 완치가 아니라 수술한 이후에도 계속(죽을때 까지)항암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한다.


위장,췌장, 비장, 대장 한번에 다 도려내고도 사람이 살수는 있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살게될지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다.. 설령 수술이 성공해서 몇년 더 숨을 쉴수 있더라도 어떤 형식이던지 정상인은 아닌 장애인이 되는건 기정 사실같다.. 가만히 놔두면 죽는건 100프로고 수술을 하면 몇년더 살수있는 확율이 10프로만 돼도 수술하는게 맞는건지 아직 확신은 없다. 외삼촌과 이모님 모두 수술하고 나서 고통속에서 수술한것을 후회하다 6개월후 돌아가셨는데.. 내가 그길을 그대로 가는것인지도...


수술 중간에 임시로 배를 갈라논 상태라서 이대로 살수는 없는지라 수술을 거부할수가 없다.. 어쨌건 배가 봉합이 돼면 5개월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가 위안이 된다..


집에서 항암을 맞는다고 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술날짜가 갑자기 잡혀서 그간 계획했던 뮤지컬 캣츠랑 영화관람등 예매했던 티켓 모조리 환불하고 주변 정리를 하려 하는데 보자고 끈질기게 친구가 보챈다.. 항암 치료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몰라서 그런건데 내가 엄살핀다고 생각하는게 확실하다. 주사맞는 기간에는 사람 못만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주사바늘 잡아빼고 종로5가로 나오라고 해서 너무 나를 배려하지 않는게 화가 나서 연을 끊어야겠다는 맘도 잠깐 생겼는데 대구에서 내 얼굴 한번 보겠다고 아는 스님이 새벽차로 서울 올라와서 그런것이고 내가 못 나가면 나를 보러 집까지 찾아온다길래 안나갈수가 없게됐다.



병원에 갈일도 있고해서 일산으로 점심이나 같이 먹자 오라했는데 스님인지라 뭘 먹을지 고민되고 곧 세상을 뜨겠다니 먹고싶은것 맘껏 드시라는 맘에 뷔페로 정했다.


스님을 십년전에 볼때는 국수만 주식으로 삶아먹었는데 지금도 별다를거 같지는 않아서 차마 국수 먹으러 가자고는 못하겠고  화정까지 가서 아는 회전초밥 뷔페를 갔다. 그 넓은 홀이 바글바글 줄을 서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조금 더 비싼 뷔페로... 역시나 사람들 바글댄다.. 간신히 자리가 있어서 그래도 이것저것 갖다 먹었다.


어제 까지만 해도 항암 치료 받기전에 날밤 홀딱세고 아침을 네번이나 먹으려 시도했었는데 먹으면 토하고 해서 결국 하루종일 빵 몇조각으로 때웠는데 사람을 만나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맘을 먹으니 뷔페를 가서 정상적인 양을 먹어도 별탈이 없다.


어차피 주사바늘을 꽂은채 독극물을 맞아가며 신빨로 움직여야 되는 하루다.. 이 상태서 외출하려면 온몸에 로보캅처럼 빈틈없이 부치고 매고차고 해야 한다. 패딩을 입어 겉에선 안보여도 웃옷만 벗어제끼면 앞면이 빈틈없이 빼곡히 테이프로 도배되고 창자를 드러낸채 주사바늘에 약물통과 장비들이 주렁주렁 매달린게 끔찍하다..



통증에 질려서 며칠후 세상과 작별하겠다는 스님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고 문턱에 거의 다 오신거 같은데 지금 포기하긴 너무나 아깝다고 수술 끝나고 내가 도와주마 했는데 본인 결심이 너무 확고해 보여서 내 설득이 얼마나 먹혔는지는 모르겠다..


내가아는 유일한 오십중반의 순수한 동정남이 이 세상에서 떠나는건 정말 싫고 너무 슬프고 아쉽다.. 이런 지저분한 에고들의 난장판 세상에서 그런 깨달음과 신성을 향한 외곬수로 평생을 지내는 순수한 사람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않다..


내가 수술이 끝나고 나서 장기가 없어도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수있다는걸 보여주마 했는데.. 그때까지 일단은 기다려 줄지 모르겠다.


오늘 같은 경우도 원래는 집에서 방에서 마루 나가는것도 힘들어 할 상황임에도 신빨로 정상인처럼 먹고 마시고 운전하고 돌아다니면서 밤까지 카페에서 줄담배와 커피를 마셔댔는데.. 의식으로 얼마던지 육체를 컨트롤 할수 있다는걸 스님이 깨달을수 있다면..


의식을 4차원 경계선에 놔두면 무당이 칼위에서 맨발로 춤을 춰도 탈이 없듯 몸을 가볍게 만들수 있다. 육체에 지배당하는 의식이 에고라면 오늘같이 움직여야 되는날은 에고를 잠시 거둬들이고 육체를 컨트롤 하면서 다녀야 독극물을 맞으면서도 불편함 없고 탈이 없다.


친구 녀석한테는 화가 많이 났다가 진짜 몰라서 그러는거라 절대 항암치료 하는도중에 사람 나와라 만나자 하는거 아니라고 일러는 줬는데.. 내가 겉으론 멀쩡해 보이니까 잘 안믿기나 보다.


그래도 내말을 듣고 자기는 처음보는 스님인데도 자기도 보고싶다고 오시라 차비대주고 밥사주고 회사일도 팽개치고 하루 보내는게 순수한 맘으로 움직이는거라 화가 풀린다. 친구도 하고싶은일은 할수있으면 하면서 살아야 한다.. 라고 내글을 읽고 깨달음(?) 으로  큰맘먹고 미국구경도 가족이랑 잘 하고 온거같다.. 이것저것 자랑 엄청 해댄다.. 부럽다 부럽다 인정.


그렇게 주사바늘 꽃은채 사람들 복닥대는 시내를 나가 뷔페를 먹고 차마시고 운전하면서 밤까지 돌아다니는 미친짓을 했다.나같은 경우는 일반 항암주사 맞는 사람들에 비해 4배 분량 부작용 방지약물까지 총 16종의 약물을 삼일간 맞는거라 입원을 안할시는 집에서 안정을 기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집에서 맞는다니까 주변이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이래서 항암 주사 맞을때는 세상과 단절시키는 입원이 필요한가 보다.. 입원해 있으면 설마 주사바늘 빼고 나오라는 말은 안할텐데.. 사람들 심리가 그런가보다. 아프다고 해도 집에서 빈둥대며 영화나 보고 있다면 믿지를 않으니..


어쨋든 의사가 보호자 꼭 같이 오라고 할때 보호자로 와주신 고마운 분이 계시고 의사들도 자신들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것 같아 가자는대로 끌려가 본다.. 장기들이 도려지고 나면 되돌릴길은 없어질테고.. 죽던지 장기없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새로운 삶이 또 이어지겠지.. 고통속에 살아가는 삶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내가 기대고 나에게 위로를 줄 사람보다는 남 죽는거 걱정하고 내가 도리어 정신적으로 도와야할 사람이 있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다.. 십년전만 이었어도 자신있게 도와줬을텐데 지금 내 상황이란게 죽음앞에서 내 앞가림도 벅찬 상황인지라..할수 있는건 하는거고 모르는건 어찌될지 운명에 맞기고 몰라서 답을 낼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가볼수 밖에...



10월달에 겪었던 죽음과 삶의 경계선 시간으로 다시 향해간다.. 의식이 몸밖에서 어정대다 다시 현실세계와 접목되는게 한달가까이 걸린거 같은데.. 이번에는 어찌될지..


일단 잘라내고 나면 되돌릴수 없을테니 장기들을 다 도려내고 살아야 한다고 운명이 그렇게 가자니까 간다. 배를 갈라 창자를 밖으로 끄집어 내논 상태에서 나에게 수술을 거부할 다른 선택권이 없는건 맞다.. 그렇다면 불평할게 없다. 원웨이에서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흘러가니까...


미러링으로 유투브로 재즈페스티발을 큰 티비화면으로 본다.. 지금의 내가 할수있는 내 유일한 즐거움이다. 할수있는 최대한의 즐거움을 찾자.



매거진의 이전글 강추위속 6차 항암 진행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