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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an 25. 2018

강추위속 6차 항암 진행중..

춥다 춥다 정말 춥다..


정말 춥다.. 오늘이 1기 항암 마지막 6차다. 아침부터  병원을 가려니 너무너무 추워서 엄두가 안난다. 열개정도 있는 패딩중에서 입고나갈 믿음직한 녀석이 없어서 처음으로 코너스의 이중 롱패딩을 골랐다. 안에는 거위털 패딩이고 겉에는 방수 트렌치 코트라 무게가 엄청나서 사놓고 아직 개시도 안하다가 오늘 처음 개시다.

한국도 이렇게 추울줄 알았으면 진작에 가벼운 히말라야 등반 대장 패딩을 하나 장만해둘걸 그랬나보다. 미쉐린 타이어 스타일 패딩이 한창 유행일때 히말라야 등반갈일 없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추위는 모양새고 자시고 미쉐린 스타일이 답이다.. 그정도 두툼하면서 무게도 가벼우려면 프로 산악인들이 입는 히밀라야 등산복이 아님 불가능..


예전에 MTB랑 아웃도어 장비 사모을때 경험인데 장비랑 의류 살때마다 가격이냐 무게냐 조율하느라 매번 고민에 빠졌었다.. 텐트, 침낭 전부 캠핑용과 등산용은 무게나 가격에서 비교 불가능이다.


캠핑용은 차에 싣고다니는 용도라 무게에서 자유롭지만 직접 등에매고 험한 산악을 올라야 하는 등산장비는 무게와의 싸움이다. 단 0.1 그램이라도 줄이기위해 프로들은 옷의 상표태그도 전부 때버린다는 말도 들었다.. 단 몇그램 차이지만 가격은 배수로 올라가게 된다.. 전문 등산장비는 가벼울수록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


전문가라면 생명과 직결되는 익스트림 장비에 돈을 아낀다는건 미련한 짓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없다.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산악전문 패딩을 두르는건 불필요한 기능에 거액을 지불하는셈인데 쓰지도 않는 몇백만원 짜리 샥을 장착한 MTB로 한강변을 나돌아 다니는 노인네들의 촌스럼과도 비견된다..


몇백만원 짜리 진공관 앰프로 나훈아를 들으면서 음악감상에 음질을 논하는 취미가진 분들도 많이 봤다.. 불필요한 부분에 폼을 잡기위해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는 한국인들의 유별난 특징인데 매년 바뀌는 패딩 유행 열풍도 마찬가지이다.


몇년전엔 깜장 노스페이스가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처럼 됐었고 작년엔 백만원 단위의 고가 패딩 열풍에 개나다구스의 작업복 스타일 패딩이 유행해 카피제품들이 대세를 장악했고 올해는 이부자리 둘둘 말은 롱패딩이 대세다.


어쨋든 오늘만큼 이렇게 한국의 겨울이 매년 춥다면 무게나 가격대 상관없이 무조건 아무거나 빵빵채운 미쉐린 스타일 패딩 장만은 필수가 될지도 모른다.. 모스크바 보다도 서울이 더 춥다고 하니..왼만한 패딩으론 이런 추위를 감당하기 힘들다. 서울이 영하 17도라면 파주는 영하 20도를 넘나든다..



엄청난 무게의 코너스 롱패딩을 두르고 넥워머에 모자 푹 눌러쓰고 추워서 눈만 내놓고 다니는데 눈주위가 쓰리고 아프다..장갑은 아무리 두꺼워도 손이 시리다.. 그러면서도 기필코 담배는 피겠다고 운전하면서 내내 얼굴까고 창문열고 다녔으니.. 나도 못말리는 골초인증이다.. 병원안에서는 금연인지라 오가는 차안 아니면 담배필 기회가 없을것 같아서 운전하는 내내 필사적으로 펴댄다.. 그렇게 항암 6차를 치루는중이다.. 저녁때까지 병원에서 맞다가 도시락을 싸들고 집에서 계속 투입하는중이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서 덕본것 한가지는 사람이 줄어 항암 맞으면서 처음으로 침대자리가 났다는 점이다. 여섯시간 이상 맞아야 하기에 확실히 침대자리가 의자 보다는 편하고 좋긴 하군..



남들은 회차가 지날수록 누적돼 더 힘들어 진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다. 몸이 항암제에 적응을 해서 회차가 지날수록 그다지 힘들지가 않다. 지금도 항암제를 맞고있는중이지만 불편함 빼고는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다. 손끝이 갈라지고 아픈 부작용을 제외하고는 무덤덤해져 가는지라 의사선생님에게 내성이 생겨서 그런가 질문했더니 그것과 큰 연관은 없다고 한다. 약물을 줄인것도 아니고 내몸의 면역력이 예전보다 점차 강해져 가는 증세라고 보면 되겠다.. 할수록 힘들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한다. 누적돼서 갈수록 힘들어 진다고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나의 경우 반대로 가는건 확실한듯 하다. 마술이 약간 먹힌듯..


희망을 갖지 말라고 처음 답이 없다고 설레설레 하던 항암 선생님이 정말 최선을 다해주셨고 덕분에 항암으로 할수있는 최선의 성과는 나온것 같다. 그래도 살려면 수술을 하긴 해야 한다고 어떡하든 방법을 찾아보자고 외과 선생님에게 다시 바톤을 넘긴다. 2주후 다시 CT 촬영을 해보고 수술전문 외과 선생님과 의논해 보자고 한다.


그냥 하는말이지만 뼈에 붙은것과 주변을 긁어내서라도 수술은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말지는 2주후 CT 촬영 결과에 달렸다. CT 를 너무 자주 찍는거에 대해 불안함을 말했더니 어쩔수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항암으로 최소한으로 줄었을때 수술을 못하면 그후는 내성이 생겨 다시 커지게 되는데 그 타이밍을 놏치면 항암도 안듣고 영영 수술할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병원에서 할수있는 어떤 치료방법도 없어지게 되므로 사실상 손놓고 죽음을 기다리는수 밖에는 없다..  


수술을 한다고 살아난다고 장담할수 있는건 아니지만 안할경우는 100% 죽는거고 살아날 확률이 10% 만 돼도 시도 해볼만 하다고 의사들은 생각하는듯 하다. 내 입장에서는 산다는것보다 어떻게 살아가는가 질적인것이 더 중요하다.. 장기들을 다 잘라내고 수술이 성공해 반 식물인간처럼 숨만 쉬면서 살았다고 기뻐할리 만무하기에 수술이 가능하다 해도 썩 반가울리 없다. 고통받는 삶의 이유없는 맹목적 연장은 NO 다.. 고통받는다고 쳐도 적어도 비참하지는 말아야 한다.


어쨋든 1기 항암은 무사히 마쳐가는듯 한데 수술이 가능하고 성공한다 해도 위장 췌장 비장등 장기가 없으면 약물에 의존하면서 고통속에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의 삶이 될 확율이 크다. 최상이라고 제시하는 답안지들이 썩 흡족치 않기에 결과에 대해 기대해볼만한 선택지는 아직 감이 안잡힌다.. 마술을 좀더 부려야 할듯..마약성 진통제 줄이는건 실패.. 안 늘어나는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길판이다..


아직 초짜라서 마술을 부리는게 많이 어설프다.. 확실한 믿음이 기적을 만들수 있는건데 그만큼 살아야 한다 라는 집착과 삶에대해 정열적이고 열정적이 아닌게 문제인듯 하다.. 마술을 부리자.. 나를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 마술. 주문 같은것도 생각해 내고 몸이 신통치 않아서 할것도 없는데 프로페셔널 마술사가 되자.. 이렇게 추운날 방콕하면서 어떻게 행복할수 있을지를 연구하면서 2주 보내야겠다.. 행복해져라 얍!!!!  


항암 주사를 맞고있는 내일 모레까지는 무조건 액션을 최소한으로 자제하면서 방콕이다.. 가능할지 말지... 2월달 까지 세종문화회관 에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을 한다고 한다.. 배에 봉투 매달고 보러갈수 있을지 없을지..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고 일단은 예매를 한다..


예전에 사업할때는 대형공연등은 항상 VIP 초대권이 와서 억지로 파트너 급조해가서 어르신들에게 눈도장 찍는것도 일이었는데 몇년만에 내돈주고 자진해서 갔다오는 공연이 되길 희망해본다.. 스타워즈도 결국은 벼르기만 하다가 못 보러갔다..이번엔 갈수 있을까나...확실히 장담을 못하니 버킷 리스트가 되는거겠지. 내일 일은 내일 가봐야 알기에 오늘 할일은 당장 행복하기..내일 행복을 만들기 위한 마술을 배우기.. 무엇부터 해야 항암주사를 맞는동안 행복을 순차적으로 누릴지 차례를 정하기 시작한다..


방을 청소하고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전기난로 앞에 릴렉스 의자에 누워 맛있는 과자를 먹으며 밤세 영화를 보기로 한다.. 행동으로 옮길 마음이 생겼다면 일단은 담배부터 진하게 한모금 빨면서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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