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분과 정말 수다를 많이 떨었다. 몇시간을 주절댔는지.. 글도 그렇지만 말도 나오는대로 똑같이 걸림없이 뱉는데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쓴다니.. 엥? 그런가? 그냥 그냥인데.. 단순한 예의차원의 칭찬인지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상대에 따라 편하게 감추는게 없을뿐인데.. 언제나 솔직하기를 잘하는건 말을 꾸미거나 척하려면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게 싫고 서로 편하고 싶어서 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과 교류에 노력은 절대 필요치 않다. 있는만큼 아는만큼. 모르는데 아는척 하거나 멋지게 보이려고 꾸미는것 같은건 귀찮아서 못한다. 글쓰는건 입으로 말하고 싶은걸 그대로 손가락으로 찍을뿐이다.
생각없이 마구 내뱉다보니 막연히 좋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천국’ 이 대체뭐야 라는 이야기가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어라 제법 그럴싸한 주제인데..
”구더기들에겐 똥통이 천국이고 건달들에겐 미녀들에 둘러쌓인 룸싸롱에 나와바리 보스가 되면 천국일테고 지구는 이 세상 살아가는 모두가 바라는 천국의 모양대로 만들어졌어요.. 그 안에서 각자의 천국끼리 부딫치며 살고 있는거죠..
“주인이 자기 만족을 위해 강아지를 위해준다고 수저 사용해 음식 먹게하고 고급와인을 즐기라고 강요하면 과연 강아지는 행복해 할까요? 옷도 입히고 별별거 다 치장시키고 하는데 그런걸 과연 강아지들이 좋아할까요 ?”
“기독교 인들이 그려논 천국 그림보면 이상하게 생긴 예수님이 불쌍하게 지팡이 짚고 노려보고 있고 먹지도 못하는 양이 괜히 서성이고 냇가 흐르고.. 그게 천국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데 진짜 가서 살고싶지 않아요.”
그런곳에서 음메 어린 양흉내 내면서 예수님 쓰담을 받기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쓴다는게 내 상식에선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 끙 힘들게 요가 다리꼬고 머리에 둥그런 형광등 두르고 수화 하면서 노상 앉아있어야 하는 열반이란곳 그림도 그리 땡기지 않는다.
“나에겐 천국이 어떤 장소나 형태가 아닌 존재 상태라고 생각해요.. 모든게 다 그 상태로 완벽하게 있을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이유가 없어져요. 이미 다 존재하는 완벽함속에 내가 있으니깐요..”
내가 유일하게 너무너무 편하고 완벽하게 좋다고 느꼈던 순간은 며칠간 혼수상태에서 소변줄끼고 링겔맞으며 먹고싸고 에서 해방되서 몸에 대해 아무런 감각도 제약도 느낄수 없었던 순간이다. 나는 그때 모든게 충만한 의식 상태인 나 자신이 너무 편해서 아 천국이야 했었던것 같다. 원하는 모든게 바로 펼쳐지므로 도리어 무언가 하고싶은 욕망은 제로가 된다. 이미 모든게 충만한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게 없다는..
자신의 확고한 프래임을 갖고있는 분들은 내가 하는말들을 자신의 이해 프래임 안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대화가 서로 안되고 소통의 제약을 느끼곤 하는데 틀이 없을수록 수다는 마구 뻗어나간다..
“고생하셨어요. 그러니까 이제 교회를 나오셔야 해요”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 처럼 모든 대화를 똑같은 틀로 결론내 버리면 정말 할말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다행히 그런 프래임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분이라 신나서 마구 수다가 나온것같다. 공감대가 있기에 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해진다... 일부러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
외출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중간에 저녁쯤 커피숖에서 소변보러 한번 화장실 갔으니 제대로 소장이 하이브리드로 작동한다는 증거겠지..정말 기저귀 차고 생활하면서 외출은 못하게 되는줄만 알았는데.. 제법 몸에 신경 안쓰고 식사하고 아무거나 다 해도 별탈이 없네..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커피는 전후로 집에와서도 날밤 세면서 밤새 클래식 음악과 커피 흡연...촉촉 비온후의 아침을 맞는다. 잠은 안자도 기분은 상쾌해..잠을 안자는것도 나만의 정상이라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다. 주식이 커피가 된듯..
“작년에도 어떻게 될지 알수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예요..내가 어떻게 변할지 도저히 나 스스로도 알수가 없어요.작년과 올해가 완전히 다르고 내년엔 아마 분명히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거예요.”
전례가 없어 예측할수 없고 나도 모르는것 투성이라 내가 내년엔 어떻게 변해있을지.. 매일매일 의식에 따라 몸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3월달 장기들을 다 잘라낸 수술후부터 번데기로 지내는 느낌..올해 겨울까지는 이어질듯.. 내년에 일반 사회로 복귀가 어디까지 허용될지 조심조심 테스트만 남았다.. 원하진 않는데 먹고살려면 또다시 에고들의 난장판 속으로 뛰어들어 비지니스 전쟁을 해야 할지도..
하고싶은 일과 할수있는일 해야할일은 각각 다르다. 하고싶다고 할수없는걸 할수있다고 허언하는걸 ‘객기’ 라고 한다. 혼자라면 취미로 그냥 놀다말수도 있지만 남과 함께하는 사회생활에서 객기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주변에 우스운꼴 나고 실없어 보여서 다음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절대 믿음을 줄수가 없다. 신용이 최우선인 비지니스 관계에선 본의아닌 사기가 된다. 리스크가 따른다면 책임도 져야 하니까..
장차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뭔가 주어질 것인지..나에게 주어진 일이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한다. 전쟁에 나가야 하는게 나의 길이라면 검이 손에 쥐어질테고 꼭 해야할 일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그것이 내 앞에 나타나게 될것이다. 검이 없는데 객기로 전쟁에 나가야 한다고 착각하고 맨손으로 나가면 죽.는.다..그것도 아무 가치없이 허무하게.. 길이 아닌것을 어리석은 에고가 하고싶다고 착각하고 무리하면 그렇게 된다.
죽는다 해도 해야할 일이 정말 확고하게 있다면 그런걸 -운명- 이라고 하겠지.. 지금은 알수가 없고 당장은 몸을 위해 번데기 처럼 -아무것도 안하기- 가 나에게 가장 절실하게 해야할 일이란건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