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Jan 27. 2019

정상인 처럼 되기 위한 노력..

텅빈몸으로 부활하라.


3월달이면 장기들을 잘라내고 새롭게 바뀐 몸이 첫돌을 맞게된다.. 내장이 뭉터기로 사라져서 몸이 가벼운건 괜찮은데 먹는것에 장애가 크다보니 필연적으로 점점 살이 말라 뼈다귀만 남았다. 70킬로 정도에서 3년간 병마와 지내다보니 175 키에 45킬로다. 몸 상태는 먹는것 상관없이 가볍고 활동하기 아주 좋다. 단 기본 생활 하려면 남보기 안쓰럽지 않을만큼 최소한의 살이 필요할뿐..


남는건 몸밖에 없다고 열심히 헬스클럽 다니는 30년 지기 친구가  자기가 먹는 헬스 보충제를 추천해 준다. 먹기만 하면 살은 찐단다..예전에 나 역시 헬스클럽을 다니던 시절엔 보충제를 먹었었는데 대부분 맛이 없어 큰통 사다가 절반도 못먹고 버리곤 했다. 이번건 먹을만 하다고 추천해서 사봤더니 그럭저럭 먹을만은 하다. 당분간은  오로지 살을 찌기 위해 부지런히 사료처럼 억지로  타먹기로 한다.



존 바바토스 향수를 구입하고 선그라스를 새로 장만하고 이것저것 추리닝을 벗어나 보려는 시도를 해본다. 바뀐 체형으로 어떡게 해야 하는지 답은 아직 안 나왔다. 자켓양복은 찰리채플린 같고 바지는 28도 헐렁한 핫바지 인지라..


예전에 젊을때 강남에서 크게 한탕하고 먹튀한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클럽의 최고 레벨인 다이아몬드 회원권이 있었다. 사기를 쳐도 있는 사람들 한테 치면 뒤탈이 안생긴다는걸 그때 알았다. 대부분 회원들이 강남 부자들과 연예인 들이었던지라 회원권 몇백만원 몇천만원 정도는 그냥 X 밟았다 생각하고 귀찮다고 신고도 안한다는걸 알았다. 물론 나 역시도 그냥 친구랑 "그놈들 참 대단한 놈들이네.. 난놈들이야." 그러고 말았다. 마치, 분해하면 별것도 아닌걸로 난리친다고 비웃음 당할까봐 다들 사기 당하고도 너그롭다. 사기를 쳐도 돈만 벌면 된다 라는 당시 물질만능 주의에 함몰돼 도덕성이 마비된  우리세대 강남 특유의 암묵적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희대의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까지 뽑았으니까.. 


연예인들은 말할것도 없다. 그 정도는 사기 당하고도 도리어 인기에 지장 생길까봐 쉬쉬한다. 그 이후로 휘트니스 클럽에 가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영영 휘트니스 클럽이나 근육질 몸짱 인연은 안 생길듯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걸작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 이다. 인생의 영화로 꼽는데 특히나 마지막 종결판인 '다크나이트 라이즈' 를 가장 좋아한다.


수퍼 히어로 역사상 이렇게 처참하게 주인공이 당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배트맨이 최강 악당인 베인과 맞짱뜨다 철저하게 박살나게 되는데 베인은 배트맨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 거대한 우물같은 감옥안에 던져 놓는다. 주인공이 그 지하 감옥에서 재기해 탈출해서 다시 배트맨으로 부활, 핵폭발을 막는다는 스토리. 그 지하 감옥을 탈출할때 매번 몸에 생명줄인  밧줄을 감고 벽 기어오르기를  시도하지만 실패, 결국엔 생명줄을 제거하고 맨몸으로 도전, 성공하게 된다. 죽음을 각오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극적인 요소가 전세계 팬들을 흥분 시켰다.. 그 몸을 해 가지고도 고담시를 핵폭발에서 꼭 구해야겠다고 폭탄을 자신이 끌고 사라지는 모습에서 관객은 부활한 '메시아' 를 본다.

 

지금 내 상태도 몸이 망가진채 지하 감옥에 던져진 배트맨 처럼 느껴진다.  라이즈 처럼 다시 부활 하려면 소화기관이 없는데도 먹는 문제를 해결 해야만 한다. 재활 훈련을 하는것과 같은 심정으로 힘들지만 우선은 사료먹듯 먹는데 집중한다. 살찌는건 안바라고 그저 끔찍하게 튀어나온 뼈다귀를 가릴 정도 기본만 채워지면 된다. 그 이후는 먹건 안먹건 50킬로대로 간신히 기본은  유지하면서 살아갈수 있을것 같다.


친구가 이제서야 뒤늦게 캠핑과 아웃도어 취미를 가지게 된것 같아서 내 장비들 다 주마 했다. 지금 내 상태로 캠핑을 다시 즐기긴 무리고 관심도 사라졌다. 캠핑의 참 재미는 무엇보다 야외에 나와 구워먹는 고기, 저녁에 술 한잔 하는 맛 아닌가. 그 재미가 없는 캠핑은 땡길리가 없다. 나의 경우는 예전에 아웃도어에 관심가질때 전문 산악 장비들로 장만했었던 지라 장비들이 비교적 고가 이다. 그러나 쓰지않는 장비는 그저 관리하기만 버거운 짐일뿐이다. 아낌없이 주련다.



남자들이 자연에서 생존법을 추구하는건 본능적 영역인것 같다. 예전엔 나도 NG (National Geopraphic) 방송 '맨 VS 와일드' 생존 다큐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다. 극한 오지에서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생존 전문가' 란 직업이 있다는것도 알았다. 손바닥 길이만한 애벌레를 방송에서 날로 씹어먹기도 한다. 그런 방송을 보고 아웃도어 생존 장비를 괜히 모으고 싶어하는건 어쩌면 본능적으로 극한 자연에 던져진 상황을 염두에 두고있다는 말 같다.


중년의 남자들은 골치아픈 사회생활 가정생활에 지쳐 한번씩은 그런 자연에서 살아가는 매력인  아웃도어 취미를 갖게 되는것 같다. 특히나, 야외에서 밤에 고기구워 술한잔 하고 침낭에서 웅크리고 자다 아침해와 새벽을 맞는 기분은 최고의 캠핑낭만이다. 내 친구가 지금 그 세계에 눈을 돌리는걸 본다. 나와는 이제 상관없는 세계인것 같다. 무엇보다 누워서 잠을 안자니.. 침대에 누워 잠을 안잔게  일년이 되어간다. 며칠에 한번 의자에서 잠깐씩 자는것이 현재 수면의 전부이다. 그렇게 일년을 보냈다. 꿈도 깨어있는 상태로 꾼다..


부활하라..부활하라.. 라이즈 라이즈..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배트맨 라이즈를 떠올린다. 홈무아..사바하.. 나만의 만트라 제작법도 익혀간다. 바뀐몸에 완전히 적응하게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식사방식이 다르고 취침 방식이 다른데 기존의 인간 사회에 적응은 어느정도 까지 허용될지.. 모든것이 미지수 이다. 일단은 한살 지나고 나서.. 예전엔 갓난 아기가 죽는 경우가 많아서 일년을 무사히 지나면 돌잔치를 했다고 한다.


내장 들어내고 일년.. 돌까지 한달 남았다. 마지막 한달은 단 몇킬로라도.. 뼈다귀에 가죽 씌우기..최소 남보기 흉하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게끔 동물처럼 사료 먹으며 살 채우기다. 그 이후는 소화 장기 없어도 먹는것에 크게 구애없이 비교적 생활이 자유로워 질것 같다.


OHM MooAh  사바하.

* 사바하, 娑婆詞 진언의 끝에 붙여 그 내용의 성취를 구하는 말. 이루게 해  주소서..대충 그런의미다.


https://youtu.be/k175sUiA_PM






매거진의 이전글 텅빈 몸과 마음, 신인류로 새 출발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