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VIVA KORE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May 31. 2019

봉준호'기생충' 영화 씁쓸함의 정체는?

가난 앞에서 윤리나 도덕을 논하지 말라..


영화제 가장 권위있다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사의 가장 큰 깃발이 된 봉준호 영화 '기생충' 개봉날을 기다렸다 달려가 봤다. 어차피 보려고 맘 먹은이상 궁금증은 빨리 해소하는게..


볼때는 재미있고 웃겨서 낄낄 대는데 보고난후 계속되는 씁쓸함과 불편함. 불편한데 웃기다.  아니면 웃기는데 불편하다. 그 절묘한 버무림에 왜 칸이 이 영화를 만장일치 최고작으로 뽑고 기립박수를 치는지 이해하게 된다.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메디'란 이런 것이다라는 기생충 영화는 모범답안 이자 교과서라고 할수있다. 스포일러는 자제하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영화평 진짜 오랜만에 써 본다..)


이 영화가 웃기면서도 계속 씁쓸함을 남기게 되는 이유는 '돈' 이 인간을 구분짓는데 있어서 없는 사람들이 사회속에서  말 그대로 바퀴벌레와 같은 '기생충'으로 묘사 된다는 점이다. 영화 제목을 '바퀴벌레' 라고 지어도 어울린다.


주인공 가족은 쉽게 말하자면 '가족 사기단' 이다. 뻔뻔한 범죄자 들이라 할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난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이들이 사기친 것은 직업을 얻기위한 '신분 위조' 정도다. 직업을 얻기위해 경쟁자들을 사기로 자리에서 밀어내는 것도 일반 사기범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나중에 큰 비극을 초래하는 범죄를 보면서도 관객들은 이들에 대한 범죄자의 적개심 보다는 측은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억눌리던 감정의 폭발로 이해되니까..



주인공 가정이 거주하는 반 지하라는 집 공간의 상징성. 지상도 아니고 지하도 아닌 중간지대에 사는 주인공 가족은 양지의 인간 사회에 절반만 인간으로써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가족이 성북동의 부잣집에 정체를 숨기고 일 가족이 전부 취직하게 되면서 이들은 말 그대로 기꺼이 스스로 '기생충'이 된다. 돈이 그렇게 만든다.


사람이 사는집에 함께 살아가는 바퀴벌레들과 똑같은 행동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낄낄 거리고 웃게 되는데 역시나 불편하다. 일방적으로 사기에 당하고 희생자가 되부자 가족착하고 순진한 바보들이고 가난한 자들은 바퀴벌레와 같은 상황 자체가 주는 불편함 이다. 부자들이 이 영화를 보면 정말로 가난한 자들에 대한 징그러운 혐오감을 느끼게 될것같다. 이 영화에 대해 가난한 자들이 뭔가 항의하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는건 현실이 진짜 그렇기 때문이다. 과장 된것도 아니고 누구나 그런 상황( 남의 빈집에 있다가 주인이 들어오면 숨는것) 에 처하게 되면 인간은 바퀴벌레와 같은 행동을 할수밖에 없음에 공감하기 때문에 웃긴것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현실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돈이 사람을 바퀴벌레와 같은 기생충으로 만드는 현실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이 영화의 명대사는 주인공 송강호가 홍수로 수재민이 된 상황에서 내뱉는 가난한 사람들 삶속의 개똥철학이 담긴 말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다.



"계획은 무계획이 가장 좋아. 뭐든지 계획을 세우면 절대 계획대로 안되거든. 계획이 없으면 잘못될 일도 없고. 뭐가 돼도 잘못된건 아니니까 상관 없는거지.."


마디로 힘없는 자들의 자포감에 대한 정수가 담긴 뼈있는 대사다. 이들이 삶의 목표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이유는 계획을 세워봤자 대부분 이루어 지지 않음을 경험으로 체득하게 되고 결국은 자포해서 하루하루 그냥 살아갈수 밖에 없다고 항변하는 말이다. 뭐가되도 상관없다는 이들에게 무엇이 옳다 그르다 인간의 윤리나 도덕 양심등을 따지기엔 가난이 훨씬 버겁다. 


이 영화는 돈 앞에 무력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가난' 이란 인간 사회의 가장 아킬래스 아픈 부분을 그대로 발가벗겨 아무렇지도 않게 코믹으로 보여준다. 가난앞에서 윤리나 도덕을 논하지 말라 라는 메세지가 전해진다. 늙고 병들은 모습으로 거울앞에 선 느낌.. '괴물' 에서 보여주던 봉준호 감독의 내공이 담긴 봉준호 스타일의 진수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들 앞에 자신들을 들여다 보라고 거울을 세웠다.  칸이 만장일치로 기립박수를 보내고 황금 종려상을 준것이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된다. 만약 이 영화가 한국영화가 아닌 외국영화 였다면? 아마 조금은 더 홀가분 하게 재밌고 웃긴 영화로 볼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봉준호 감독은 한국 이야기가 공감을 못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도리어 외국에서도 자신들 이야기 라고 찬사와 공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겐 배경이 한국이라는 현실이 더 씁쓸하게 여운을 남긴다. 등장인물들 모두 실제 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수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홍수가 난후 어떤 사람은 수재민이 되어 생존이 위협 당하는데 어떤 사람들에겐 비온후 미세먼지가 사라진 상쾌하고 기분좋은 날이된다. 영화에서는 그것이 빈부의 차이로 묘사된다. 부자들도 이해되고 가난한 자들도 이해되고 돈이 인간을 현실에서 바퀴벌레와 같은 기생충처럼 만들수도 있다는... 부자들은 가난에 대한 혐오감을, 가난한 자들은 어쩔수 없지 않냐는 항변을.. 대부분의 중간층은 왜 우리 사회가 그렇게 살아야 하냐며 혀를 차면서 영화를 본 한국인 이면 누구나 각자 공감대를 갖게되는 영화다. 


정말 오랜만에 여운이 오래가는 한국영화를 본것 같다. 그 여운은 씁쓸함 이다.


https://brunch.co.kr/@yemaya/686


https://youtu.be/jBdRhhSt3Bc

The Lark in the Clear Air:

https://youtu.be/EZTk6upQ2U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