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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16. 2019

육체와의 관계 회복, 복구중..

평생의 동반자 육체를 소중히..


강할때는 대부분이 욕망에 몸을 막 굴리며 제멋대로 자만속에 사는 경우가 흔하다. 육체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술 많이 마시는것을 자랑으로 삼기도 하고 젊을때는 방탕한것이 괜히 프하고 멋져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내 패턴이다. 몸이 아파본 사람만이 육체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안다. 나처럼 아예 막장에 죽음까지 본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숨쉬기에 올인해야 하는 병든 육체속에서 할수있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병든 육체를 포기 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장애인이 돼면 자포해서 스스로 삶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남이 가지고 있는것을 잃고 장애인이 될수록 더 장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해줘야만 한다.


내장들이 사라지면서 몸무게가 65킬로에서 50킬로로 허리 32 사이즈에서 27로 바뀌면서 몸 전체 골격이 완전 바뀌고 있다. 얼굴 형태도 달걀형으로 갸름해지는 바람에 턱뼈가 짜부가 됐다. 치아 하나 자리가 사라져 버려서 치아 배열이 완전히 어긋나 얼굴뼈가 바나나 처럼 크게 휘면서 턱뼈가 노인들처럼 오그라 들었다. 자리가 사라져 버린 치아도 뽑고 얼굴 골격도 제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가장 먼저 복구되는건 골격 보다는 껍데기 피부다. 나의 경우는 위비장이 없어 피부는 직격탄을 맞는다. 골격은 수정하려면 뼈 세포가 교체되는 주기 3개월은 족히 걸리지만 피부는 잠만 잘 자도 금새 좋아진다. 로션을 바르면서 생활하는것과 그냥 막 사는것과 금새 차이 나는것이 피부다. 팔자주름이 너무 보기 흉하다고 얼마전 지인 집들이 가서 하소연 했더니 엄마 화장품 몰래 훔쳐라도 바르라고 하길래 소셜에서 1+1 특가 세일하는 양많고 제일 싸구려 로션 아무거나 사서 2주간 꾸준히 발라보았다. 불독처럼 늘어져 깊이 파였던 얼굴 주름들이 조금씩 펴져간다.  여자들이 매일 화장품을 바르는지 이해가 된다. 


나이 먹으면 남자들도 로션은 가급적 챙겨 바르는것이 좋다. 요즘 로션엔 싸구려라도 주름 방지 성분은 기본적으로 다 들어 있는것 같다. 보통 질척한 느낌이 싫어 많은 남자들이 세면후 에프터 쉐이브 스킨만 살짝 바르곤 하는데 나 역시 그러했지만 나이 들수록 로션이 필요한것 같다. 죽음을 넘나들면서 몇년간 세수도 거의 안하고 지냈는데 주름 신경써서 로션까지 챙겨 바를 정도면 대충 살만해 졌다는 신호로 봐도 된다. 줄담배와 커피만 조금 줄이면 더 좋아질것이다. 잠을 잘 안 자는것도 피부엔 걸림돌이다. 상식에서는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안될거라는 나의 경우는 죽은사람 피부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주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몸매에 할아버지 얼굴이 영 어색하고 언발란스 해서 맞는옷도 없고 고민 했었는데 조금씩 외형도 자리를 잡아가는듯 하다.


몸을 정상 중년남자 체형으로 바꾸느냐 얼굴을 바꾸느냐 우왕좌왕, 고민도 오래하고 이것저것 살쪄보려고 별짓 다했는데 정상 중년남자 체형은 내장이 없어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냈다. 체형을 맞출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얼굴형을 체형에 맞게 바꾸는쪽을 택할수 밖에 없다.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앱으로 시물레이션 해봐도 어떤것이 더 나에게 어울리는지 금새 알아볼수 있다.3년을 유니폼처럼 입었던 추리닝 차림은 이제 벗어나야 될 때가  됐다..


동네 마실 다닐때 복장.내가 좋아하는 아이언맨 가방은 동네서만 메고 다닌다.. 거울로 보니 젖가락 같다.


올 겨울만 잘 지내면 그럭저럭 사람 몰골로 다시 돌아오고 다시 사회속으로 복귀 할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정장의 경우는 어떤 정장을 입어도 찰리채플린 코스프레 처럼 보이기 때문에 나중에 돈 벌어서 맞춰서나 입을 생각 해야겠다. (기성복은 청소년 옷과 여자옷만 맞는데 얼굴이 매치가 안된다 ).즐겨입던 청바지는 힙합 바지나 스키니가 돼서 둘다 나이대와 안맞고 치마바지가 입어보니 편해서 당분간 청바지는 안 입을것 같다. 완전한 안정기가 될때 까지는 치마바지가 내 스타일 이다. 찾아보니 ㅋㅍ 에서 제법 폼나는 남자들 치마바지도 판다.



정상보다 비쩍 마른것을 좋아하는 취향도 존재한다. (물론 주로 여성들이 대상이지만..) 요즘 어린애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 추앙하는 부작용으로 뼈만남은 개말라 인간이 동경 대상 이라고 얼마전에 사회문제처럼 써논 뉴스 기사도 봤다. (진짜인지 기자가 쓴 소설 인지 모르겠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916105043666


이번 추석에 중2 여자애 조카가 삼촌이 자기보다 날씬하다고 샘을 낸다. 아이들일수록 내 체형에 거부감이 없다. 반면, 어른들은 병자처럼 보인다고 아무일도 안 맡기려고 해서 사회속으로 진입하기가 쉽지는 않다.어쩔수 없이 뼈만 남은 체형을 비관하기 보다는 장점으로 살리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달라진 모습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를 존중해줄 것이다.


돌아올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한탄만 하는 것이 대부분 노년으로 진입하는 중년들 취미인데 얘기 들어보면  왕년에 젊을때 한가닥 안해본 사람 찾기 힘들다. 다들 자기 젊을땐 여자들이 줄을 섰다고 배는 남산만 해서 다들 과장님같은 소리만 다. 주체하지 못할 살들을 끼고 부대끼며 사는것보다는 중년도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것이 낫다.


물루에서 무아로.. 옴무아로.. 의식과 발맞추어 육체도 함께 진화해 나간다. 나는 나의 달라지는 모습을 진화라고 표현하고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있다. 중요한것은 말라도 보기 좋은 사람이 있고 통통해도 보기 좋은 사람이 있다. 얼마나 살이 쪘느냐 말랐느냐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육체가 균형이 잡히고 무리없이 조화가 이루어 졌는가가 관건이다.


자신의 의식과 안 맞는 옷이나 육체를 뒤집어 쓰고 행동과 마음이 자유로울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내장도 잃고 남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형편 없을지라도 남과 바꿀수는 없는것이 나의 육체이다. 평생을 함께 해야할 몸이라면 숨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소중히 하 아껴 주어야만 한다. 암환자라고 자르고 째고 뭔가 집어넣고 내가 별짓 다해보니 육체에게 정말 할짓이 못된다. 병든 육체를 원망하기 보다는 병들게 만든 자신이 육체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며 육체와의 관계를 회복 시켜야 한다. 아무리 망가졌다고 해도 수십년 함께한 의리를 저버릴수는 없는법이다. 죽이되건 밥이되건 이번생은 이 몸과 함께 끝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처럼 안 맞는다고 이혼이 가능한것도 아니다. 몸은 내가 책임진다. 끝까지 함께 간다.


Jekyll & Hyde - 7. Take Me As I Am:

https://youtu.be/mii4tvy2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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